도랑에 빠진 '뱀' 필사적인 탈출에 사람들은....

추광규 기자 | 기사입력 2015/10/03 [13:57]

도랑에 빠진 '뱀' 필사적인 탈출에 사람들은....

추광규 기자 | 입력 : 2015/10/03 [13:57]

[신문고뉴스] 추광규 기자 = 지난 주말입니다. 연휴를 맞아 산책에 나선 노적봉 공원에서 한 생명체의 처절한 몸부림을 봐야만 했습니다. 인간이 만든 재앙에 맞서 살아남기 위한 사투였습니다.

 

 

▲노적봉 공원 산책길에서는 도심 가까이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해송 군락지를 볼 수 있었습니다.  안산시는 지난 2010년 이곳 해송을 보호수 지정해 관리하고 있는데 그 중 한 그루는 480년의 세월을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 추광규 기자

 

 

노적봉공원은 안산 시내로 진입하는 관문에 있는 도시자연공원입니다. 공원 둘레에 2.6㎞의 순환로가 조성되어 있는데 이 곳을 느긋하게 걷는 가운데 앞쪽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뱀.....독사.."라는 다급한 목소리였습니다.

 

이십여미터 앞쪽에서 들려오는 다급한 소리를 따라 눈길을 돌려보니 한 사람이 막대기를 들고 길 옆 도랑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 콘크리트 도랑에 빠진 뱀 한 마리      © 추광규 기자

 

 

가까이 다가가보니 60cm 남짓 크기의 뱀 한마리가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이동하다 콘크리트 도랑에 빠진 것 같았습니다.

 

콘크리트 도랑에 빠진 이 뱀은 기어오르기 위해 사력(蛇力)을 다하고 있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반원형의 콘크리트 도랑은 미끄럽기도 하거니와 그 높이가 50cm 남짓이 되어 기어오를 수 없는 구조였기 때문입니다.

 

 

▲ 막대기로 뱀을 걷어서 올려주려고 했는데 계속해서 실패해야만 했습니다.       © 추광규 기자

 

 

사람들의 시선에 띈 이 뱀은 공포에 질린 듯 계속해서 위쪽으로 타고 오르려고 하고 있었지만 그 때마다 다시 미끄러져 내리고 있었습니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던 한 산책객이 나뭇가지를 치켜들고 인도쪽으로 올라오지 못하게 하고 있었던 것 입니다. 뱀은 경사진 도랑을 따라서 빠르게 움직이면서도 계속해서 기어오르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나뭇가지를 대주면 기어오를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나뭇가지를 부러뜨려서 밑에쪽에 놔뒀지만 뱀은 징검다리로 삼을 수 았을 법한 나뭇가지를 지나쳐 밑으로 밑으로 내달리고 있었을 뿐입니다.

 

다행히 이 뱀은 생명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다른 산책객이 그런 모습을 지켜보다가 다가온 후 나뭇가지 두개를 사용해 몸통을 감아 산쪽으로 옮겨 주었기 때문입니다. 산쪽으로 옮겨주자 곧 바로 산 위쪽으로 향해서 사라지더니 더 이상 그 모습을 볼 수 는 없었습니다.

 

한바탕 소동이 끝난 후 콘크리트 도랑을 살펴보니 이 산에서 살고 있는 뱀들에게는 넘을 수 없을 방벽으로 여겨지더군요.

 

2.6km에 달하는 산책길을 따라 양쪽으로 콘크리트 도랑이 설치되어 있는데 뱀이나 작은 야생동물들에게는 치명적인 위험을 가할 수 있게 보였기 때문입니다.

 

원활한 배수를 위해 설치한 콘크리트 도랑은 배수구가 낮은 곳에 설치 될 수 밖에 없어 만약 상부쪽에서 떨어지게 된다면 수백미터 밑으로 내려와서나 배수구로 들어 갈 수 있어 소형 야생동물들에게는 치명적 위험 요소로 판단됐습니다.

 

산책길을 조성하면서 같이 살아 갈 수 있게끔 하는 작은 배려가 아쉬웠던 대목이기도 합니다. 다만 이날 소동을 지켜보면서 시민들의 자연보호 의식이 성숙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람들의 눈에 띈 뱀을 잡지 않고 살려주기 위해서 마음을 모았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성포공원내 작은 연못입니다. 수련이 그 자태를 뽐내고 있었습니다.      © 추광규 기자

 

 

▲ 거미가 한 조각상 앞에 집을 짓고 있었습니다.     ©  추광규 기자

 

 

▲ 성포공원내 조각상 가운데 하나 입니다.  이준영作 '사랑나무 키우기..'라는 조각작품입니다.     ©

 

 

▲식물원에는 조롱박이 터널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 추광규 기자

 

 

사람들의 작은 배려가 아쉬우면서도 같이 살고자 하는 마음 씀씀이를 함께 맛본 산책길이었습니다. 한 바탕 뱀 소동을 마친 후 안산식물원과 성포공원을 둘러보면서 한가한 한 때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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