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우울한 징표....한센병 가짜환자 사태

[편집위원장 칼럼] 한센병을 참칭, 이득을 얻으려는 자의 징벌은 당연하다.

임두만 | 기사입력 2015/10/05 [14:52]

이 시대 우울한 징표....한센병 가짜환자 사태

[편집위원장 칼럼] 한센병을 참칭, 이득을 얻으려는 자의 징벌은 당연하다.

임두만 | 입력 : 2015/10/05 [14:52]

[신문고 뉴스] 임두만 편집위원장 = 모든 범죄는 거의가 탐욕에서 온다. 특별한 우발적 범죄를 제외하면 탐욕의 끝은 범죄행위다. 법이 규정한 범위를 벗어난 행위를 범죄라고 하지만 실상 개인의 양심에 반한 행위도 범죄다. 이 모든 범죄는 거의가 탐욕의 산물이다. 작금 일어난 국립소록도 병원 입원환자의 한센병 사칭 가짜환자 사태...이 추악한 현실도 ‘탐욕’에서 비롯되었다.

 

▲  유인물에 엄연히 '병원 측과 원생 자치회는 최소한 문제를 축소하여 인터뷰를 했다'고 자인하고 있다.  불법은 있었는데 문제를 최소한 축소하겠다는 자인...이들의 불법에 이보다 더한 증거는 없다.  ©임두만

    

한센병, 인류는 이 질병을 극도로 차별했다. 그리고 이 차별은 이 땅에서 21세기 현재도 진행형이다. 한센인들과 한센인 인권운동을 하는 기독인들의 끊임없는 문제 제기로 지금은 많이 완화된 표현을 쓰고 있으나 성경에서 부터 이 질병은 차별의 대상이었다. 성경적 표현을 그대로 빌리면 이 질병은 '하나님의 징벌적 질병'이라고 기록된 부분도 상당하다.

    

성경에 이 질병이 최초로 언급된 것은 출애굽기 4장 6절, 여호와가 모세를 부를 때 전능하신 하나님의 능력을 보여주면서 모세의 손을 이용, 나병의 징후를 보여주고 치유해준다. 이후 레위기에 기록된 한센병 관련 전체가 이 질병이 부정한 질병이라는 것이다. 레위기만이 아니라 신명기 민수기 등 모세오경 곳곳에 이런 맥락의 기록들이 있다.

    

신약도 마찬가지다. 예수님의 행적을 기록한 복음서에 무려 10차례나 언급된다. 이 질병은 하나님이 내리신 병이며 예수를 통해 하나님의 은혜로 치유된다는 기록들이다. 예수님은 이렇게 치유된 나병환자 베다니 시몬의 집에서 유하셨으며, 함께 식사하셨다는 기록도 있다. 이런 기록...그만큼 이 질병은 고대로부터 치유가 힘들어서 인간적으로 차별을 받았다는 증거다.

    

이 차별은 현대로 오면서 인류가 늘어나자 더 극심해졌다. 의료행위로 질병을 치유하기 시작하면서 이 질병이 치유불가라고 인식된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20세기에 들어오면서 이 질병은 완치가 확실한 질병으로서, 차별과 격리가 필요치 않음이 확인되었다.

    

그래서 인권운동가들은 이에 대한 차별철폐 운동에 매진했다. 특정한 질병에 걸렸다고 차별받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난치병 환자의 투병기는 인간승리로 칭송을 받으면서 한센병력자의 투병 후 완치자가 단지 병력을 가졌다는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이런 차별철폐 운동은 결국 국가권력의 차별에 대한 배(보)상 운동으로 이어졌다. 일제 강점기 군국주의자들의 강제격리 강제노동, 차별에 대한 베(보)상 소송을 제기, 승리하여 당시 차별을 받았던 상당수 사람들이 금전적 보상을 받아냈다.

    

이후 뜻있는 변호사들의 도움을 받아 해방 후에도 일제 강점기 정책을 이어서 행한 대한민국 정부에 대한 보상소송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센병에 걸렸다는 이유로 강제단종(남자는 정관수술, 여자는 난관수술 및 임신한 여성 강제낙태)을 당한 피해자들의 보상소송이 그것이다.

    

이 소송은 지금 소송을 제기한 당사자 모두가 1심에서 승소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는 계속 항소, 재판이 진행 중이다. 때문에 이 재판에서 한센인들을 돕고 있는 법무법인 동화의 조영선 변호사는 “일본 정부가 강제격리 수용을 인정하고 항소하지 않았듯이 우리 정부도 ‘기계적으로 항소’할 것이 아니라 잘못을 인정하고 일괄 보상을 해주는 것이 옳다”고 말한다.

    

한편 유엔 장애인권리협약(CRPD) 당사국 회의가 개최한 지난 6월 10일 ‘한센병과 장애’라는 주제 토론에서 장애인 단체 등이 한센병 회복자와 연계해 권리 향상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잇따라 나왔다. 이는 한센 병력자들에 대한 차별이 지금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세계장애인협회(DPI)’에 따르면 이 지구촌에는 한센병 후유증으로 장애를 입은 한센병 회복자에 대한 편견이 여전해 연계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에 일본 정부의 한센병 인권계발대사를 맡고 있는 사사카와 요헤이(笹川陽平) 일본재단회장은 “당사자의 생활 상황을 보면 모든 사람이 공생하는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길은 멀고 험하다”고 밝혔다.

 

이처럼 한센병에 대한 사회의 편견은 여전하지만 국내외적으로 이제 상당한 우호적 수준으로 변하고 있다. 정부도 국내에 생존한 한센인들의 복지와 인권에 대해 상당부분 진전된 정책을 시행하면서 현재 유일한 국가 한센인 요양소인 국립소록도병원은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후유장애로 고생하는 한센 병력자 노인들이 소록도 병원에 입원하면 모든 비용이 무료이며 조금만 몸을 놀려 일을 할 수 있는 노인들은 그 노동의 대가로 소정의 현금도 지불된다. 이는 한센병 인권운동에 매진한 사람들이 이뤄낸 성과다. 이들은 한센인 특별법 제정을 위해 고군분투했고, 한센인 차별철폐에 대해 고군분투했다. 그래서 지금 이나마 성과를 일궈냈다.

    

그런데 이 성과에 대한 결과물을 한센인 아닌 일반인이 서류를 위조하여 한센후유병력자로 둔갑, 한센인들이 받아야 할 혜택을 받아간다면 이는 단죄를 받아 마땅하다. 특히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묵인한 공무원이 있다면 그에 대한 책임추궁이 분명해야 한다. 이런 탐욕에 의한 범죄는 어떤 탐욕적 범죄보다 더한 악행이다. 차별했던 당사자가 차별받은 사람들의 것을 약탈하는 행위...이런 약탈을 방조하고 개인의 이득을 취한 행위...법은 이들을 단죄해야 한다.

    

고흥경찰서는 2일 이런 불법을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가짜환자’ 15명을 적발했다. 그래서 이들 ‘가짜환자’와 이들이 진짜로 행세하도록 돈을 받고 서류를 위조하거나 묵인한 ‘소록도 원생자치회’ 전 회장 등을 불구속으로 입건했다. 물론 현제 이런 의혹을 받고 있는 상당수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돈을 주고 서류를 위조했다는 진술을 한 ‘가짜환자’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로 확인되었다. 그들이 스스로 그렇게 했다고 시인한 때문이다.

    

앞서 관련 보도를 통해 언급했지만 소록도 입원 노인들에게 국가가 지급하는 돈은 1인당 매월 약 55만 원 정도다. 이 돈으로 식료품 배급, 지급된 주택의 수리비부터 냉난방비 전기로 수도료 심지어 오물수거료까지 병원 측이 부담한다.

    

입원과 동시에 모든 것은 다 무료다. 입원환자이니 모든 질병에 대한 치료도 무료다. 심지어 암 등 큰 병에 걸려 외부 병원에서 수술하고 치료해도 입원환자일 경우 비용은 국고 부담이다. 그러므로 실제로 입원환자에게 들어가는 국고는 이보다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고흥경찰서는 ‘가짜환자’를 15명 정도로 보고 있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적으면 30명, 많으면 40명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병원 측은 자체 조사를 통해 9명을 가짜환자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현재 소록도 병원 입원자 500여 명 중 최소 10명, 최대 40명은 가짜환자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만큼 국고는 이미 소진되었다.

    

내부고발자는 이미 병원 측에 이런 가짜환자의 국고 손실을 막아 달라는 청원을 2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했는데도 묵살했다고 한다. 이 고발자의 주장은 30~40여 명, 그의 말이 아닌 경찰이 밝힌 15명으로 계산해도 정액으로만 월간 825만 원의 국고가 엉뚱하게 손실되었으며, 이를 연간으로 치면 9,900만 원...1억에 가깝다. 2년 전이라면 2억...현재 이런 국고손실에 대한 책임추궁을 위해 경찰은 원장 이하 관련 공무원을 직무유기로 입건 조사 중이라고 한다.

    

그래서다. 경찰은 이 불법 부당한 사건을 신속하고도 정확하게 수사하여 더 이상 국고의 손실을 막아야 하고, 이런 손실을 일으킨 원장 이하 공무원들에게 법적 책임을 지워야 한다. 그래서 다시는 이런 불법과 부당한 사례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앞서 언급했지만 한센병은 우리 인류에게 한 때 저주의 질병이었다. 그래서 차별의 대명사였다. 이를 해소하고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선각자들의 노력은 눈물겨운 일이었다. 더구나 당사자들은 모든 고난을 몸소 감당했다. 한센병 후유증으로 조막손이 되거나 실명한 몸으로 휠체어를 타고 일본 재판정에도 들락거렸고, 일본 정부의 항소를 막기 위해 백주 대낮에 서울 한복판 일본 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하기도 했다.

    

자신의 외모 때문에 사람들 앞에 나서기를 꺼려하던 그분들의 노고와 용기, 이를 앞에서 이끈 인권운동가들의 인간사랑, 이런 것이 합해지고 에스컬레이트 되어 오늘날 한센병 후유 노인들에게 그만한 혜택이라도 돌아가게 했다. 이런 노력들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그런데 그 틈을 타고 ‘탐욕’이 끼어들어 국고를 손실시키고, 정작 혜택을 받아야 할 한센인들의 몫을 빼앗아 자기들이 챙기고 있다. ‘가짜환자’들은 정착 한센인 인권운동을 할 때 어디에 있었는지 알 수도 없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용서하면 안 된다.

    

또 ‘자치회장’ 직책으로 뒤에서 이들의 입원을 돕고 돈을 챙긴 사실이 있다면 이 또한 단죄 되어야 한다. 만약 사실이라면 엄히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여기에 이런 현실을 고발하고 시정을 요구했으나 이를 묵인하면서 자신들의 자리만 보존하려는 공무원들도 응분의 대가를 치르고 직에서 내려와야 한다. 그래서 다시는 이런 비리로 한센인들이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면 안 된다. 아직도 한센인 차별운동은 계속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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