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지지자들에게 하는 질문 "누가 적인가?"

[전쟁史로 보는 정치] 미군의 에이브럼스, 이라크군의 에이브럼스.

임두만 | 기사입력 2015/11/10 [23:34]

야권 지지자들에게 하는 질문 "누가 적인가?"

[전쟁史로 보는 정치] 미군의 에이브럼스, 이라크군의 에이브럼스.

임두만 | 입력 : 2015/11/10 [23:34]

[신문고 뉴스] 임두만 편집위원장 = 2003년 3월 20일 시작되어, 2011년 12월 15일 종전된 이라크 전 당시 이라크 저항 세력이 가장 두려워했던 무기 중 하나가 미군의 에이브럼스 전차다. 이 전차는 강력한 화력 뿐 아니라 저항세력의 주력 대전차 무기인 RPG-7 대전차 로켓도 ‘몸빵’으로 막아내는 방어력을 자랑하며, 사막 환경에서도 거침없는 기동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  미군의 에이브럼스 전차다  



당시 미군 주력 무기였던 이 전차는 치고 빠지기 게릴라 전술을 구사하는 이라크 저항 세력에게 감당하기 힘든 강적으로 군림했었다. 그래서 2011년 전쟁을 종결하고 이라크를 철수하는 미군에게 신생 이라크 정부는 이 전차의 존치를 요청했다. 이에 미군은 신생 이라크 정부군에게 이 에이브럼스 전차를 대량으로 공여하고 떠났다.

 

그런데 이 전차가 미군 마크를 달고 싸웠을 때는 ‘공포의 제왕’이었으나 정작 이라크군을 새 주인으로 맞이하자 천덕꾸러기 비슷한 신세로 전락했다. 이라크 저항 세력들은 두려움 없이 이 전차를 사냥하기 시작했으며 전차는 사냥을 당했다. 미군의 에이브럼스 전차와 이라크군의 에이브럼스 전차는 똑같은 전차임에도 전장에서 하늘과 땅만큼의 능력 차이를 보이게 된 것이다. 왜? 간단하다. 좋은 장비를 운용하는 실력의 차이, 그거 하나였다.

    

에이브럼스는 미군의 무기였다. 미군은 언제나 최고의 가동률과 최상의 전투력을 구사할 수 있도록 정비부대가 완벽한 지원을 했다. 전차 승무원들은 분신처럼 이 전차를 움직일 수 있도록 훈련받았다. 또 보병 없이 고립된 전차는 적 보병의 근접공격에 지극히 취약하므로 보전합동 운용 전술이 상당히 중요한데, 미군은 이런 측면에서도 보전합동 운용 능력에 대한 실전에서의 노하우가 엄청나게 축적된 상태였다. 전차와 운용팀이 한몸 같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라크군에게 에이브럼스는 거저 굴러 들어온 무기였다. 정비 인력의 부족과 기술력 미비 같은 문제로 애초부터 수준 미달의 정비 지원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제대로 정비가 되지 않은 상태의 전선 투입은 시원찮은 가동 상태를 보였다. 현장에선 더더욱 처리가 미흡했다. 전쟁에 투입된 뒤 고장 등의 문제가 생겼을 경우 속수무책...

    

그럼에도 전차병들이 전차에 애착을 가지고 있다면 무슨 수를 쓰더라도 전차를 굴러가게 하고 싸울 수 있도록 고치려 애를 썼을 것이다. 하지만 이라크 군은 ‘양키들 뭐 이따위 탱크를 우리에게 준거야?’라고 투덜거리며 고장나면 그냥 버리는 쪽을 선택했다. 특히 전차병의 훈련 수준이나 보전 합동 전술은 초보수준이라고 해야 할 정도였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문재인 대표가 이끄는 새정치민주연합과 호남 유권자의 관계는 비교 설명이 가능하다. 강력한 주력무기를 어떻게 다루느냐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  제 13대 대선(1987)에 출마한 김대중 후보 유세 유세장(군산 월명종합운동장) 풍경.

야권, 즉 반새누리 진영의 주력 전차급 전력은 누가 뭐라고 해도 ‘호남 정서’다. 김대중이라는 불세출의 지도자가 건재했을 때 호남과 김대중의 결합은 ‘Untouchable’ 그 자체였다. 그 당시 호남과 김대중은 누가 전차인지 누가 전차병인지의 구별마저 의미 없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호남은 김대중의 무기였고, 김대중은 호남의 무기였다. 그래서 수 십 년간 이어진 독재 세력과 기득권 세력의 탄압과 비토에 결코 무너지지 않았으며, 마침내 헌정사상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룩했고, 정권 재창출까지 성공했다.

 

김대중은 퇴임하면서 이 야권의 주력 전차급 전력인 ‘호남 정서’를 노무현과 친노 정파에게 그대로 공여했다. 그리고 10년 세월이 지났다. 그 10년, 이들은 2004년 탄핵바람으로 한번 승리한 이후 무려 1승 30패라는 3푼짜리 승률의 팀이 된다. 지금도 겉으로야 의석수 127석을 자랑하는 거대 야당이지만 새누리의 ‘호갱님’으로 전락해 있다는 것을 그들 스스로도 인정한다.

    

현재의 새정연을 박근혜의 대항마로 인정하는 사람들은 문재인 팬덤을 제외하면 없다. 2004년 총선 이후 치러진 2번의 대선, 2번의 총선, 3번의 지방선거, 그리고 24번의 재보선에서 현 야권에게 의미 있는 승리라고 할 선거는 2010년 지방선거 단 1회다. 그런데 그 또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사망 때문에 만들어진 반 이명박 정서라는 이유가 있었다.

 

그 외 선거는 전패...이런 신화적 선거 실력을 보여주는 친노 정파의 정당에 존재감을 느끼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다시 말하지만 이젠 친노 팬덤 외에는 없다. 그나마 선거 때면 야당에 습관적으로 표를 몰아주는 유권자들의 이유 역시 단 한 가지, 새정연이 좋아서가 아니라 새누리가 미워서다. 그리고 현 새정연 주류인 친노 정파는 다음 선거도 그 정서 하나만 믿는다.

    

자. 다시 전차와 호남 정서 이야기다, 호남 정서는 여전히 야권의 주력 전차급 전력이다. 문재인도 새정연 주류도 야권 유권자들도 심지어 새누리당도 이를 인정한다.

 

4.29 재보선 당시 동교동계에 구걸적 정치 행보를 서슴지 않았던 문재인의 모습은 이 호남 정서의 무서움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이런 막강한 전력을 가진 전차가 있음에도 새정연 친노 정파는 새누리의 스파링 파트너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할 만큼 몸집만 비대한 약체 정치세력으로 전락했다. 다시 답은 간단하다. 미군의 에이브럼스와 이라크군의 에이브럼스 차이. 바로 그거다. 운용 실력의 부족뿐 아니라 특성도 모른체 주인노릇을 하다가 버리는 것...

    

노무현 문재인 친노 정파가 노력없이 물려받은 호남이라는 주력 전차를 대하는 자세가 어땠는지 호남 유권자들은 이제 말하지 않아도 아는 수준으로 느끼고 있다. 친노 정파에 이득이 되는 상황이면 호남은 민주화의 성지 대접을 받았지만, 친노 정파의 패권 장악에 걸림돌이 되는 상황이면 호남 정서는 패악적 지역주의라는 모욕도 받아야 했다. 그러면서도 자신들 없는 호남은 3당 합당 시절의 고립, 즉 ‘왕따’를 당할 것이라는 협박마저도 서슴지 않았었다.

    

김대중과 호남은 전차와 군인이 한 몸과 다름없었다. 하지만 친노는 야권 주력 전차급 전력인 호남을 되는 대로 막 굴려먹다 고장 나면 미련 없이 버리는, 전쟁터에서 거저 주운 노획병기와 같은 취급을 했다. 지난 4.29보선의 전패, 그리고 10.28 지자체 선거의 참패는 이러한 친노의 후안무치한 오만을 징치하겠다는 호남발 ‘분노의 발현’이다. 천안함 미스테리, 세월호 참사, 4대강 비리, 자원외교 비리, 그리고 방산 비리, 최근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이 모든 국정의 난맥상에도 새정연이 '호남 정서'에 비토를 당하는 이유가 바로 '전차의 분노'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라도 문재인과 친노 정파는 야권의 주전력인 호남 민심이란 '전차의 분노'를 가장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현재 그들에게서 절박한 위기감을 찾아보긴 힘들다. 아예 집권에 대한 절박한 의지나 바램 자체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절체절명의 순간임에도 친노 정파의 총선 전략은 없다. 대선 전략도 없다. 다만 ‘새누리당은 나쁘다 그러니까 우리를 찍어라’ 전법이다. 이 전법은 ‘호남은 우리 아니면 찍을 당이 없으니 당만 깨지지 않고 그대로 존속 시키면 찍어 줄 것’이란 ‘희망’ 하나다. 한마디로 지난 10년간 선거 전패의 신화를 이어온 선거 전략의 복사판이다. 10년간 똑같은 방법으로 싸워서 똑같은 결과로 패배했음에도 불구하고 거침없이 또 똑같은 방법을 들고 나온다.

 

그리고 패배하면 주력 전차의 성능이 나빠서...주력 전차가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아서...라는 이유를 대며 성능 개선에 대한 노력도 하지 않고, 고장 수리나 고장 대책도 없었던 자신들의 책임은 전혀 없다는 뻔뻔함까지 갖추고 있다. 이는 이들이 생각하는 선거 승리와 야권 지지자들이 생각하는 선거 승리 사이에 엄청난 괴리가 존재한다는 사실 때문이다. 야권 지지자들은 국회 과반의석 획득과 야권 대통령 탄생을 선거 승리라고 믿지만, 친노 정파는 자신들이 야권에서 만끽하는 패권을 지키는 수준이면 선거 승리라며 만족하고 행복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운동선수에게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것은 최고의 명예 중 하나다. 하지만 자신에게 허락된 국가대표 태극마크가 자신의 실력이 아니라 스포츠계의 고질적 관행 중 하나인 학맥과 인맥의 야합에 의한 결과라면? 그래서 자신이 국가 대표로 출전하는 것보다 본선 경쟁력이 훨씬 더 뛰어난 다른 선수가 출전하는 것이 대한민국 금메달 획득에 더 유리하다면? 그는 출전을 강행해야 할까, 아니면 포기하고 다른 선수에게 양보하는 게 옳은 일일까?

    

그와 그를 밀어준 학벌과 인맥에 충실하자면 당연히 올림픽에 나갈 것이다. 나가서 판판히 깨지더라도 ‘올림픽은 성적보다 참가하는 것 자체가 의미’라는 올림픽 정신을 주문처럼 외울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패배한 그 선수와 그를 국가대표로 뽑은 학맥 인맥이란 카르텔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에는 적과 다름없는 존재다. 그런 선수가 가슴에 달고 있는 국가대표를 상징하는 태극기는 위선이요, 기만에 지나지 않는다.

    

마찬가지다. 친노 정파와 문재인의 무능과 무책임을 증명하고 간증하는데 도대체 몇 번의 선거패배가 더 필요한가, 호남이라는 야권 최고의 주력 전차를 마음껏 운용할 위치에 있었음에도 야권을 이토록이나 처참한 지경으로 만든 그들인데, 지금도 전혀 달라지지 않은 전략 전술로 선거에 임하겠다는 저들을 어찌해야 하는가? 패배가 눈앞에 뻔히 보임에도 야권이 승리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라 오로지 자신들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선거판을 꾸려나가는 저들....친노와 문재인 정파는 과연 새누리의 적이라 해야 할까, 야권의 적이라 해야 할까.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의 정치”라는 말을 남긴 링컨은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역사에 남았다. 하지만 지금 야권의 주류라는 문재인과 친노는 “친노의, 친노에 의한, 친노의 정치”라는 패거리 패권 정치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야권 전체가 이기기 위한 선거가 아닌 ‘문재인과 친노 정파’의 야권 패권 유지를 위한 선거에 집착하고 있다. 야권세력에게 이들은 적인가 우군인가?

 

어제 오늘 저들은 새누리에 맞서서 보다 강력한 견제와 투쟁을 선도할 새로운 정치세력과 인재들의 기회까지 송두리째 날려버릴 태세를 갖추며 새누리가 아닌 야권 저격의 자세를 갖춘다. 자신들이 운용하다 필요할 땐 쓰고 힘들면 버렸던 호남을 사수해야 한다며 전위대를 보내 새로 부상하려는 세력을 죽이겠다고 한다. 그래도 저들에게 지난 10년처럼 한결같이 다시 쓰라고 '호남 정서'를 내줘야 하는가? 나는 공언한다. 이젠 아니라고. 이제야말로 새롭게 기술진을 갖추고 정비와 운용을 잘 할 수 있는 군대에게 이 전차를 운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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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독립단 2015/11/12 [22:46] 수정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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