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꽃 세상' 한라산에 오르다

조이시애틀뉴스 | 기사입력 2016/02/11 [09:10]

'눈꽃 세상' 한라산에 오르다

조이시애틀뉴스 | 입력 : 2016/02/11 [09:10]

 

 


내 나이가 어언 버킷리스트를 생각하여야 하는 나이가 되어가나 보다.


40년 동안 미국에 살면서도 내가 한국인임은 어쩔 수가 없나 보다. 버킷리스트 상위 자리에 ‘한라산 등반’이 적혀 있으니 말이다. 


서울 방문까지는  기회가 많았으나, 45년 전 배멀리로 고생하며 최고급이라는 페리를 타고 가보기도 하고 그 후에 가족 여행으로 한 두번 가는 기회가 있었으면서도  한라산은 비행기 아래로 바라만 보는 것이 전부였었다.


‘그래, 산은 두 다리가 산을 오를 수 있을 만큼 건강할 때 오르는 것이다’는 생각이 들자 바로 실행에 옮기기로 하였다.


2014년말 한국의 메스컴은 가족과 함께 해맞이를 보며 새해를 맞겠다고들 들떠 있었다. 나도 일석 이조로 제주도에서 해맞이를 경험하고 한라산 등반을 함께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배낭을 메고, 등산화를 신고 시애틀에서부터 출발하여 서울 친척집에 여정을 풀자, 제주도로 바로 출발하려던 2014년 12월 31일은 국내선 항공비가 평일의 두배이기도 하였지만, 모든 유명 항공사의 비행기표는 매진된 상태였다. 

 


다행히도 누가 취소를 하였는지 이름도 들어 본 적 없는 중국계 항공사에서 겨우 표를 산 뒤 제주도 공항에 도착하니 31일 밤 11시. 시애틀에서 서귀포로 이사하신 지인의 집에서 설레이는 마음으로 해맞이 새벽 광경을 그리고 있던 중 갑자기 일기예보는 기록적인 폭설 예보와 함께 모든 길은 차량통행이 불가할 정도로 순식간에 마비되어 버렸다.


그렇다면  일단 2015년에 뜨는 첫 해는 볼 수 없다고 하고,  한라산은 오르겠다는 생각으로 엄청나게 내린 산길을 체인을 감고 거북이 처럼 느린 대형 버스를 타고 성판악 주차장에 도착하였다. 


비와 함께 섞인 눈과 바람은 앞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세차게 몰아치기 시작하였다. 그때  입구에는 기상악화로 산행금지를 알리는 현수막과 푯말 들이 여기 저기 놓여 지고 있었다.
 

아, 이런 일이 … 그러나 일단 후퇴. 이틀 뒤에 다시 온다는 생각으로 서귀포로 내려와 올레길 15마일, 34,691 보를 걸었다. 올레길 구비구비를 오르고 내리며 서귀포 일대를 하루 종일 끝없이 걸었다.


눈맞은 귤맛과 매섭도록 차가운 공기는 새로운 세상에 살고 있는 듯 느껴졌다. 다음 날인 1월 3일 나는 한라산 등반에 재도전하였다. 정월 첫날부터 광설로 휘몰아 치던 한라산은 평온한 설국의 눈부신 모습으로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의연히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무릎까지 푹푹 들어갈만큼 쌓인 눈위로 오매불망 기다리던 사람들의 길고 긴 행렬은 끝없이 줄을 이어 오르고 있었다. 그러나 오후 4시면 어두워지는 겨울 기후 관계로 진달래 대피소까지  정오12시 까지 도착하지 않으면 백록담까지의 산행은 금지된 상황 이었다.


아, 또 이런일이 … 일단 진달래 대피소에서 컵라면을 먹으며 다시 생각을 하자. 천천히 한발 한발 하산길을 내딛으며 일단 버킷리스트에 첫번째 목표는 70%는 달성했다는 생각으로 서귀포 민박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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