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알바였던 그녀가 ‘범법자’가 된 이유

신혜연/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재학생 | 기사입력 2016/02/25 [07:40]

대학생 알바였던 그녀가 ‘범법자’가 된 이유

신혜연/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재학생 | 입력 : 2016/02/25 [07:40]

대학생인 지영(가명, 27세) 씨는 작년 12월부터 학교 근처 카페에서 아르바이트(이하 알바)를 시작했다. 평일에 6시간, 일요일에는 5시간씩 주 6일로 근무했다. 손님으로부터 컴플레인 한 번 받지 않고 성실히 일했다. 사장님이 원하는 시간에 업무 시간도 잘 맞춰줬다. 집에서 독립해 사는 지영 씨에게 고정적인 급여는 더없이 소중했다. 그런 지영 씨는 돌연 해고통지를 받았다. 3개월짜리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은 시점에서였다.


# ‘주휴수당’ 언급하자마자 잘려

 

지영 씨가 잘린 건 주휴수당 때문이었다. 15시간 이상 일하는 노동자라면 계약서상의 근무시간을 모두 채운 경우 일주일에 하루의 유급휴일을 갖는다. 유급휴일에는 일하지 않아도 주휴수당을 받을 수 있다. 모든 사업장에 적용되는 법이지만 실제로 지켜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지난해 11월 '알바천국'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알바 노동자 1,345명 중 65%가 '주휴수당'의 존재에 대해 모른다고 답했다. 

 

지영 씨가 일하던 카페도 다르지 않았다. 매니저 2명과 알바 노동자 4명 모두 주휴수당의 존재를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저녁 6시부터 12시까지 근무하는 지영 씨는 야간수당도 받지 못했다.

 

우연히 친구로부터 주휴수당의 존재를 듣게 된 지영씨는 함께 일하던 동료 2명에게 이를 알렸다. 동료들은 사장에게 밀린 주휴수당을 달라고 요구했다. 정당한 요구의 대가는 참혹했다. '매니저만큼 일 잘하던' 동료들은 주휴수당 지급을 요구한 당일에 구두로 해고당했다.

 

이후 카페에서 '주휴수당'은 금기어가 됐다. 지영 씨는 해고를 피하고자 주휴수당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새로 들어온 알바들에게 주휴수당에 대해 '언급'했단 이유만으로 해고 대상이 됐다. 동료들이 잘린 지 불과 2주 뒤의 일이었다. 

 

예상치 못한 해고에 지영 씨는 혼란에 빠졌다. 당장 다음 달 월세가 걱정이다. 지금 '알바 시장'은 수능을 마친 고등학생들과 방학을 맞은 대학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바로 알바를 구한다고 해도 월급이 나오기까지는 한 달여를 기다려야 한다. 30만 원짜리 월세를 메우려면 집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지영 씨는 말했다.

 

# 근로감독관은 사장님 편

 

이런 상황에서, 지영 씨는 최근 큰 결심을 했다. 고용노동청에 진정을 넣어보기로 한 것이다. 알바노조로부터 상담도 받았다. 세 달짜리 계약서를 쓰고서 한 달 만에, 명확한 사유 없이, 당일 날 해고 통지를 받은 상황이니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알바노조가 확인해줬다.

 

그러나 지영 씨의 진정이 제대로 처리될지는 미지수다. 고용노동청에서 진정을 처리하는 근로감독관의 수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전국의 근로감독관 수는 1,100명. 이들은 1,900만 명의 노동자에게 일어나는 진정 사태를 처리해야 한다. 한 달 평균 1인당 15~20건 정도다. 이렇다 보니 체불임금 액수가 비교적 소액인 알바 노동자의 진정은 후순위로 밀리기 일쑤다.

 

근로감독관의 태도에도 아쉬운 점이 많다. 알바노조에 따르면 적지 않은 근로감독관들이 주휴수당과 야간수당에 대한 잘못된 지식을 가지고 사건 해결에 임하거나, 체불임금을 축소해서 합의할 것을 종용하는 등 노동자의 입장을 배려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 왔다. “생계를 위한 노동이 아니므로 (체불임금을 받는 데)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라고 한 근로감독관의 말에는 알바 노동에 대한 이들의 인식이 담겨있다.

 

▲지난달 22일 알바노조가 근로감독관의 행태에 대한 항의 방문을 위해 서울고용노동청을 찾았다. 사진 출처 - 알바노조 홈페이지    

 

 

# 법을 어긴 사람은 누구일까

 

“사장 편드는 근로감독관 OUT!” 알바노조는 지난달 22일 근로감독관의 행태에 대해 항의하기 위해 서울고용노동청을 방문했다. 지영씨도 현장을 찾아 알바노조가 항의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알바들의 항의 방문을 대하는 고용노동청의 태도는 단호했다.

 

고용노동청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59명의 알바노조 조합원들과 몇몇 시민들을 연행해갔다. 마치 테러리스트를 잡듯, 한 사람에게 십여 명의 경찰이 달라붙어 순서대로 ‘표적 연행’을 해갔다. 끌려가는 그들의 손에는 무기가 될 만한 무엇도 없었다. 

 

지영 씨는 알바노조 조합원들과 함께 서울 시내 경찰서로 연행됐다. 뜻하지 않게 유치장 신세를 지게 된 조합원들은 당장 내일 있는 알바를 걱정했다. 벌금형이라도 나오면 한 달 치 월급을 쏟아 부어야 한다. 지영씨가 주휴수당으로 받지 못한 돈은 한 달에 20만 원가량. 적은 돈 같지만, 지영씨에게는 월세에 보탤 수 있는 소중한 돈이다. 

 

부당한 일을 당하고도, 지영 씨는 여전히 고용노동청의 구제를 기대할 수 없는 ‘을’이다. 반면 사장님들은 법을 지키지 않고도 당당하다. 자신의 권리를 찾기 위해 고용노동청을 항의 방문한 이들은 ‘퇴거명령에 불응했다’는 이유로 수사 대상이 됐다. 하지만 ‘근로감독’이라는 역할에 소홀했던 근로감독관들은 오늘도 면죄부를 받는다.

 

지영 씨가 주휴수당을 받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 글은 [인권연대] 목에가시에 실린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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