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장애인을 ‘면책수단’ 활용말라”

백은종 | 기사입력 2016/03/21 [06:42]

“나경원, 장애인을 ‘면책수단’ 활용말라”

백은종 | 입력 : 2016/03/21 [06:42]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 딸의 성신여대 부정입학 의혹과 관련 나 의원의 반박문에 대해 장애인 언론 ‘비마이너’가 조목조목 재반박하며 정치인으로서 그간 장애인에 대한 행보를 되짚은 공개편지가 SNS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비마이너는 19일 밤 <[나경원 의원님께 보내는 편지] 속상하시죠? 저희도 속상합니다>란 제목의 공개편지에서 “때때로 고위 공직자분들이 ‘장애인’을 ‘면책 수단’으로, ‘방패’로 활용하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 책임져야 할 것은 책임져야 하지 않겠냐”며, “뉴스타파 보도가 잘못됐다면 ‘무엇이 잘못됐는지’ 사실관계를 말해달라”고 촉구했다.

 

나경원 의원의 반박문에 대해 비마이너는 “엄마가 정치인이라는 이유로 딸의 인생이 짓밟힌 게 아니다”며, “만약 보도가 사실이라면, 정치인 여부와 상관없이 잘못된 부정입학에 대해 언론은 보도할 책임이 있다”고 재반박했다.

 

또 나 의원의 ‘장애인의 입학전형은 일반인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주장에 대해 “장애인 특별전형은 장애인만 응시할 수 있으며, 그 안에서 장애인끼리 경합하는 것”이라며, “그렇다면 그 안에서 공정하게 경쟁해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했냐”고 따져물었다

 

비마이너는 “나 의원은 지금 이번 사건을 ‘장애자녀를 기르는 어머니의 억울함’이라는 프레임으로 새롭게 짜려고 한다”며 “공적 문제를 사적 문제로 전환하지 않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비마이너는 “이건 공직자가 지켜야 할 윤리에 대한 것이다, 태어날 때부터 아팠던 우리 아이가 말도 안 되는 입시 의혹 때문에 또 한 번 아파야 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인 나경원과 사립학교의 커넥션’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따라서 의원님은 “아픈 아이를 둔 엄마 나경원으로서 언론에 책임을 물을 것이 아니라 ‘정치인 나경원으로서’ 이에 대해 책임지고 해명해야 한다”고 책임있는 행동을 촉구했다. 

 

 

아래는 "나경원 의원님께 보내는 편지, 속상하시죠? 저희도 속상합니다." 전문이다.

 

‘친애하고 싶은’ 나경원 의원님께

 

나경원 의원님, 요즘 자녀분의 ‘대학 부정입학’ 의혹 때문에 많이 곤혹스러우시죠. 어제(18일) 자녀분의 부정입학 의혹을 보도한 ‘뉴스타파 보도에 대한 반박(바로가기)’이라며 올리신 글도 잘 보았습니다. 그런데 읽고 나서 전 좀 의아했습니다. ‘뉴스타파’가 제기한 의혹(바로가기)에 대해 “뉴스타파 언론보도의 주장은 터무니없는 것”이라고만 하셨기 때문입니다. 터무니없다면 무엇이 터무니없다는 것인지 사실관계를 말씀해주셔야 할 텐데 말입니다.  

 

뉴스타파가 제기한 의혹은 이랬습니다. 첫째, 당시 심사위원의 증언을 통해 딸이 면접에서 어머니가 유명 정치인임을 밝히는 등 면접 실격처리 사유가 있었고, 실기에서도 편의를 제공받아 불공정하게 진행됐다는 겁니다. 둘째, 당시 심사위원장이었던 이병우 교수는 이후 나 의원님께서 위원장으로 계신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 음악감독으로 선임됐습니다. 셋째, 딸이 특별전형에 합격하기 전에 나 의원님이 성신여대에서 초청강연을 했으며, 딸이 응시한 해에 장애인 특별전형(특수교육대상자 전형)이 성신여대에 새로 생긴 사실입니다. 넷째, 나 의원님 자녀 입학 후, 실용음악과에 장애인 입학생이 없습니다. 다섯째, 자녀 입학 직후 성신여대가 비리사태로 곤경에 처하자 나 의원님의 보좌진을 했던 이가 재단 이사로 선임되어 심화진 총장의 해임 위기를 모면했다는 것입니다. 심 총장은 바로 나 의원님 자녀의 대학 입학을 도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분이시죠.

 

나 의원님은 반박문에서 “엄마가 정치인이라는 이유로 딸의 인생이 짓밟힌 날”이라며 “아픈 아이를 둔 엄마 나경원으로서 반드시 왜곡에 대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엄마가 정치인이라는 이유로 딸의 인생이 짓밟힌 게 아닙니다. 만약 보도가 사실이라면, 정치인 여부와 상관없이 잘못된 부정입학에 대해 언론은 보도할 책임이 있습니다. 아니, 공직자라면 더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지요.

 

반박문에서 의원님은 “걷지 못하는 사람에게 휠체어를 빼앗고 일반인처럼 걸어보라고 말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것처럼 장애인의 입학전형은 일반인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씀하셨지요. 네, 그렇기에 정원 외로 모집하는 ‘장애인 특별전형’이 생긴 겁니다. 자녀분이 적용받은 ‘장애인 특별전형’은 장애인의 고등교육 확대를 목표로 1995년 도입되었습니다. 즉, 장애인 특별전형이기에 장애인만 응시할 수 있으며, 그 안에서 장애인끼리 경합하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그 안에서 공정하게 경쟁해야지요. 그런데 그렇게 했습니까? 

 

그해 ‘장애인 특별전형’에 21명이 지원했다죠. 3명이 뽑혔고 거기서 의원님 자녀분이 1등을 했다고 합니다. 정말 실력이 탁월해 1등을 했다면 문제 되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면접 과정에서 다른 이들이라면 허용되지 않을 일들이 허용됐다고 합니다. 의원님은 이것이 특혜가 아니라 배려라는 겁니까? 저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장애인을 발가벗겨 목욕시켰던 그 모습을 전 잊을 수 없습니다.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의원님은 3선 의원이시지요. 판사로 열심히 일하시다가 2002년 당시 이회창 대통령 후보 여성특별보좌관으로 정치에 입문하시어, 2004년 17대 국회에서 처음으로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습니다. 18, 19대 국회에서도 활동하셨고요. 장애인인 딸이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정치에 입문하셨다는데, 과연 이를 위해 국회에서 어떤 활동을 하셨는지 궁금해졌습니다.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서 ‘나경원’, ‘장애’라는 키워드로 검색해봤습니다. 발의한 법안이 몇 개 발견됩니다. 17대 국회에선 6개, 18대에선 2개, 이번 19대에선 아예 없으시네요. 장애인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한 노력을 열심히 하셨다고 하기에는 상당히 부족해 보입니다.  (처음 올린 기사에 나 의원 법안 발의실적 관련 데이터가 사실관계와 다른 부분이 있어 수정했습니다. - 편집자 주)

 

고작 법안 발의 가지고 의원 실적을 평가할 수 있느냐고 반문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법안 발의 외에 의원님이 ‘장애인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해’ 어떤 활동을 하셨는지 저는 아직 들은 바가 없습니다. 발달장애인이 참여하는 스페셜올림픽 위원장과 국제장애인올림픽위원회 집행위원 등 장애인 체육활동 증진에 힘쓰고 있다고 말씀하시겠지만, 실질적인 장애인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한 활동이 아니라 ‘사진 찍히기 좋은 행사’에만 찾아가신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의원님께 장애인은 어떤 존재인지 궁금했습니다. 때마침 반박문에서 써놓으셨더군요. “장애인은 사회의 배려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라고. 이러한 발언 또한 제겐 장애인을 ‘시혜적 존재’로 끌어내리는 것 같아 불편했습니다만, 선의로 하신 말씀이라고 이해하겠습니다. 그래서 의원님은 배려하셨습니까? 아직도 잊을 수 없는 한 장면이 떠오릅니다. 2011년 9월, 한 중증장애아동시설에서 12세 장애아동을 카메라 기자들 앞에서 발가벗겨 놓고 목욕시킨 사건 말입니다. 당시 현장엔 전문 사진을 찍을 때 필요한 반사판까지 있었다죠. 의원님은 후에 그 장비는 시설이 준비한 거라고 ‘해명’하셨습니다. 그런데 시설이 준비했든 말든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시설이 준비했으면 의원님께서 따끔하게 제지했어야죠. 기자들이 목욕하는 모습 찍겠다고 하면 “자녀 목욕 시킬 때 당신들은 모르는 사람이 사진 찍게 하느냐”며 따끔하게 큰소리쳤어야죠.

 

장애아동 목욕 사건 한 달 뒤, 의원님은 또 한 번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었습니다. 의원님께서 시각장애인 한빛예술단 정기연주회 축사에서 “시각장애인은 장애인 중에서도 가장 우수하다”라고 발언한 사건 말입니다. 장애 차별을 없애기 위해 정치 입문하셨다는 분이 장애 유형별로 등급을 매기니, 그때도 장애인단체들의 원성은 높았습니다. 묻고 싶습니다. 장애인 중 시각장애인이 가장 우수하다면, ‘다운증후군’인 당신 자녀는 몇 번째로 우수합니까? 이러한 질문이 무례합니까? 이는 당신이 한 발언의 전제에 기인하는 물음입니다.

 

네, 이건 소소한 말실수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이건 어떻습니까. 영화 ‘도가니’의 배경이 된 인화학교 사태가 처음 터졌던 2007년, 참여정부는 사회복지법인 이사회의 폐쇄적 운영 개선을 위해 이사의 4분의 1을 공익이사로 선임하도록 하는 ‘사회복지사업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한나라당의 거센 반대로 17대 국회에서 결국 폐기됐습니다. 나 의원님도 ‘반대’하던 의원 중 한 분이셨죠. 2007년에 법이 개정되었더라면 ‘도가니 사태’를 좀 더 일찍 해결할 수 있었을 겁니다. 그 끔찍한 현장에서 피해자를 구해오고 가해자를 처벌하며, 복지법인이 운영하는 사립학교를 공적으로 관리·감독할 수 있는 제도를 세울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럼에도 2011년 나 의원님은 “(2007년 사회복지사업법 일부개정안을) 소신으로 적극 반대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영화 ‘말아톤’에는 깊이 공감하셨다는 분이 영화 ‘도가니’에는 공감하지 못하셨던 겁니까. 

 

나 의원님, 본인이 하셨던 이 모든 일을 잊으신 것 아니지요. 이제까지 나 의원님의 행보는 장애 차별을 없애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 이것은 ‘정치인 나경원과 사립학교의 커넥션’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건입니다

 

언론보도가 잘못됐다면 사실관계를 정정하면 될 일입니다. 나 의원님의 영향력이 그렇게 ‘작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실제 의원님의 ‘반박문’이 올라오자 수많은 언론사가 그 목소리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목소리를 전하는 언론 보도가 기이합니다. 반박문이 사실관계를 교묘하게 비틀고, 논점을 흐리고 있다고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억울’, ‘거짓’, ‘반박’,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는 단어로 의원님의 감정만을 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 의원님은 지금 이 사건을 ‘장애자녀를 기르는 어머니의 억울함’이라는 프레임으로 새롭게 짜려고 합니다. 공적 문제를 사적 문제로 전환하지 않길 바랍니다. 이건 공직자가 지켜야 할 윤리에 대한 겁니다. “태어날 때부터 아팠던 우리 아이가 말도 안 되는 입시 의혹 때문에 또 한 번 아파야 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인 나경원과 사립학교의 커넥션’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의원님은 “아픈 아이를 둔 엄마 나경원으로서” 언론에 책임을 물을 것이 아니라 ‘정치인 나경원으로서’ 이에 대해 책임지고 해명해야 합니다.

 

나 의원님은 언론에서 종종 장애자녀를 기르는 어머니의 고충에 대해 말했습니다. 당신 자녀가 한 사립 초등학교로부터 입학거부를 당한 일이 ‘생애 가장 모욕적인 순간’이라고 하셨지요. 그런데 의원님께서 ‘생애 가장 모욕적인 순간’이라고 하셨던 그 일이 대다수 장애부모에겐 일상적으로 일어납니다. 학교에서 쫓겨나는 건 예사이고, 밥 먹으러 들어간 식당에서도 쫓겨나고, 공연 보러 간 극장에서도, 버스에서도, 지하철에서도, 거리에서도, 그 모멸적 시선을 견디며 한평생 살아갑니다.

 

당시 의원님이 그 문제를 해결한 방법은 교육청에 본인이 ‘판사’라는 신분을 밝혀 징계가 이뤄지도록 하는 거였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법과 제도를 바꿔야겠다는 각성이 이뤄졌고, 장애인인 딸이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정치 입문의 계기가 되었다고 말씀하셨지요. 그렇게 장애인이 받는 차별의 문제가 한 개인의 비운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임에 공감하셨다면, 나 의원님은 국회의원으로서 마땅히 그 일을 하셨어야 합니다. 그런데 국회의원으로 살아오신 지난 12년의 행적을 되짚어 보니, 그것은 ‘장애인이 차별받지 않기 위함’이 아니라 ‘장애인인 내 딸만’ 차별받지 않기 위한 활동은 아니었는지 물음이 듭니다.

 

편지가 길었습니다. 때때로 고위 공직자분들이 ‘장애인’을 ‘면책 수단’으로, ‘방패’로 활용하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어 제가 예민한 탓입니다. 그런데 책임져야 할 것은 책임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하니 나경원 의원님, 뉴스타파 보도가 잘못됐다면 ‘무엇이 잘못됐는지’ 사실관계를 말씀해주시길 바랍니다. 언론보도가 사실이라면 그것은 특혜가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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