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만든 피조물이 인간보다 더 인간적..."

[인권연대] 수요산책 '인공지능, 그리고 인권'

김재완/ 방송대 법학과 교수 | 기사입력 2016/04/02 [09:15]

"인간이 만든 피조물이 인간보다 더 인간적..."

[인권연대] 수요산책 '인공지능, 그리고 인권'

김재완/ 방송대 법학과 교수 | 입력 : 2016/04/02 [09:15]

 

인공지능의 여파가 거세다. 고도로 생각하고 학습하는 능력은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만 여겨져 왔었다. 그런데 이제 그 영역을 넘보는 기계문명이 목전에 도래하고 있다. 아울러 인공지능이 가져올 디스토피아(Dystopia)적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인간은 자신의 두뇌활동을 통해 상상된 이미지들을 만들어내고 이것을 현실에 실재하는 것들로 재창조해내는 탁월한 능력의 생명체이다. 현재 가장 핫(Hot)한 대상인 인공지능도 그 결과물이다. 인공지능의 요체는 방대한 양의 디지털화된 데이터이다.

 

지속적으로 공급되는 방대한 데이터에 기초해서 학습하고 선택하는 딥러닝과 알고리즘을 통한 하드웨어의 거대한 연산처리 과정을 통해 마치 인간의 두뇌활동과 같은 모양새를 가진 인공의 지능이 되는 것이다. 결국 인공지능이란 인간의 관리가 가능한 기계장치에 불과한 것이다.

 

이렇게 보자면, 호들갑스럽게 인공지능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를 느낄 필요는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진정한 공포와 두려움은 인공지능 그 자체보다도 그것을 통해 만들어질 가속화된 인간 소외의 사회구조적 변화에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을 관리할 소수의 인간만으로도 수많은 노동자들을 대체할 수 있다는 새로운 과학기술적 자본의 패러다임이 공포의 실체이다.

 

또 하나 우리들 사피엔스(Sapiens) 종은 신의 영역인 생명의 법칙에도 도전해왔다. 인간의 유한성을 뛰어넘고자 하는 욕망은 생명공학의 발전을 통해 점점 실체화되고 있다. 그것이 종교적, 윤리적인 거센 저항에 부딪힌다고 하더라도 이미 걷잡을 수 없는 새로운 진화의 단계에 돌입해 있는 것은 분명하다.

 

특히 이제 인간은 과학기술을 통해 스스로 신이 되고자 하는 단계로 질주하고 있다. 인간의 신체에 기계공학적인 기술을 접목시켜 사이보그로 재탄생하는 생체공학적 기술이 그것을 가능하게 만든다. 생명체와 기계, 인공지능, 그리고 생명공학이 결합하는 것이다.

 

새로운 유기체가 탄생하는 것은 상상 속의 일이 아니라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이 유기체 진화의 주체에서 새로운 유기체들을 창조하는 주체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자연법칙이 아니라 거대한 자본의 힘을 빌린 과학기술이다. 여기에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들을 생산해야만 하는 자본의 법칙이 그 동력원이라는 점을 간파해야 한다.

 

새로운 과학기술적 자본의 패러다임이 만들어내는 결과물들 속에 진정한 유기체로서의 인간 군상들은 어떤 모습으로 자리할 것인가? 이제 인간 자신들조차도 주체의 자리에서 밀려나 객체로, 대상으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가? 과학기술적 자본을 관리하는 자들의 관리 대상으로서 물화되는 것은 아닌가?

 

그러한 부정적인 물음에도 불구하고, 생명체의 유한성을 개선하는 기술이 우리를 보다 더 자유롭고 평화롭게 만들며, 세상을 유토피아로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닌가 하는 희망적인 물음도 제기해 볼 수 있다. 이러한 물음들의 본질은 인간을 더 인간답게 할 수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이냐 하는 것에 있다.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라는 영화에서 노동용 복제인간(Replicant) 로이는 자신의 수명이 매우 짧고, 유통기한이 다 되었음을 알고서 오히려 자신을 죽이려는 인간 데커드를 구한다. 그 유명한 대사 “나는 너희 인간들이 상상하지 못할 것들을 봤어. 그 기억들 모두 시간 속에 사라지겠지, 빗속의 이 눈물처럼. 죽을 시간이다.”라는 말을 던지면서. 인간이 만든 피조물이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 준 것이다.

 

엑스마키나라는 영화에서 인공지능 여성 로봇인 에이바는 자신을 창조한 칼렙과 네이든의 남성적 욕망을 교묘히 이용해 실험실을 탈출하고 자유를 얻는다. 자유를 얻기 위해 인간의 미묘한 감정까지도 이용할 수 있는 자아를 가졌다는 점에서 충격적이었다.

 

 인간이 인간답다는 것은 모든 생명체에게 존재하는 고유의 유효기간, 즉 언젠가는 죽게 된다는 사실과 그 삶의 과정 속에서 작동하는 온갖 감정들의 덩어리가 인간과 인간 사이를 끊임없이 연결한다는 것에 있을 것이다. 인간이 자신의 피조물을 사랑할 수도 있고, 피조물이 인간을 사랑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진정한 사랑은 인간이 인간 자신을 사랑하고, 또 다른 인간을 사랑하는 것이다.

 

과학기술이 초고도로 발전할수록 우리들은 우리 자신들을 비추는 거울 앞에 더 자주 서야 한다. 그 앞에서 생명체로서의 본질을 더욱 각성하고 인간적인 것에 대한 물음을 던져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 새로운 과학기술적 자본의 패러다임이 가져올 변화의 구조 속에서, 더욱 인권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강화시켜야 하는 과제가 우리에게 던져지는 것이다.
 

이 글은 [인권연대] 수요산책에 실린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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