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진달래와 교복의 시린 교훈이 오늘을 만든 힘”

임두만 | 기사입력 2016/05/02 [23:01]

이재명 “진달래와 교복의 시린 교훈이 오늘을 만든 힘”

임두만 | 입력 : 2016/05/02 [23:01]

 

[신문고 뉴스] 임두만 기자 = 대권 출마 가능 발언과 그에 대한 해명성 발언으로 지난 며칠간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이재명 성남시장이 이번에는 노동절에 올린 한편의 글로 잔잔한 감동을 안기면서, 수많은 공유를 이끌어내는 등 여론의 한 복판을 떠나지 않고 있다.

    

이 시장은 지난 1일 노동절 아침에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가슴 시린 진달래의 추억>이란 글을 올렸다. 그런데 그 글은 학업을 잇지 못한 10대 소년이었던 자신의 과거를 반추하면서 노동자가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했던 사회상과 당시를 살아 낸 가난한 소년소녀들의 삶을 잔잔하게 회상했다.

 

 

▲  이미지 출처 : 이재명 시장 페이스북

 

    

그는 이 글에서 “어느 화창한 봄 날, 도시락을 싸오지 못한 덩치 작은 강원도 출신의 친구와 함께 나누어 먹던 그 날의 점심식사는 차갑게 식어버린 밥과 딱딱하게 굳어버린 오뎅조림 때문에 먹는다기보다는 차라리 밀어 넣는다고 하는 게 맞을 정도로 힘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리고는 “공장 마당에 둘이 마주 퍼질러 앉아 목구멍으로 꾸역꾸역 밥을 밀어 넣고 있을 때 공장 앞산에 온 산을 뒤덮은 채 무더기로 붉게 피어난 진달래가 눈에 들어왔다”면서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 벅차오르는 뭔가 모를 감정 때문에 숟가락을 집어던지고 눈앞에 펼쳐진 붉은 파도 속으로 뛰어들고 싶은 마음 간절했다”고 현실에 대한 불만, 감수해야만 하는 자아와의 전쟁에 대한 회상을 적었다.

    

이어서 이 시장은 당시의 그 아픈 기억들이 오늘의 자신을 만들어 냈다는 결론으로 “그 상처 가득한 소년노동자의 마음이 노동에 대한 합리적 보상과 대우가 주어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길에 저를 서게 했다”고 쓴 뒤, 자신의 그 아픈 기억이 남은 곳을 가보고 싶다는 내용으로 글을 맺었다.

    

그리고 이 글에는 “그 어린 시절에 아픈 기억을 되살려 이 나라를 반듯하게 세워주세요 초심을 잃치 않으려 이순신 장군은 칼에 새긴 글을 잊지 않으려 했던 것처럼 시장님께서도 처음 초심을 지키시면 역사에 길이 남는 분이 되실 겁니다 시장님 힘내세요” 등을 비롯하여 응원하는 댓글이 줄줄이 달린 것은 물론 많은 공유를 이끌어 냈다. 아래는 이 시장의 글 전문과 대표적 댓글을 발췌한 내용이다.

 

 

<가슴 시린 붉은 진달래의 추억>

    

5월의 첫날이자 노동절입니다.

이 아침, 아련하게 가슴 저미는 기억 하나가 떠오릅니다.

    

초등학교 졸업 후, 성남으로 이사를 와 목걸이 공장, 고무공장을 거쳐 상대원공단의 냉장고 공장에 다니던 때였습니다. 서슬 퍼런 군사문화가 온 사회를 짓누르던 유신시대, 당시 공장은 군복을 입은 관리자와 고참들이 군기를 잡는다며 각목으로 소위 ‘빠따“라는 상습적인 폭행을 가하는 현장이기도 했습니다.

    

대부분 소년 소녀였던 ‘공돌이’와 ‘공순이’들은 사람 취급을 받지 못했습니다. 도구에 불과했습니다. 관리자들과 일부 고참을 뺀 노동자들은 일단 출근하면 퇴근 때까지 공장 밖으로 나가는 게 금지됐습니다. 육중한 공장철문은 9시면 잠겼고 퇴근시간이 될 때까지 열리지 않았습니다. 점심시간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어느 화창한 봄날이었습니다. 도시락을 싸오지 못한 덩치 작은 강원도 출신의 친구와 함께 나누어 먹던 그 날의 점심식사는 차갑게 식어버린 밥과 딱딱하게 굳어버린 오뎅조림 때문에 먹는다기보다는 차라리 밀어 넣는다고 하는 게 맞을 정도로 힘들었습니다.

    

공장 마당에 둘이 마주 퍼질러 앉아 목구멍으로 꾸역꾸역 밥을 밀어 넣고 있을 때였습니다. 공장 앞산에서 온 산을 뒤덮은 채 무더기로 붉게 피어난 진달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 벅차오르는 뭔가 모를 감정 때문에 숟가락을 집어던지고 눈앞에 펼쳐진 붉은 파도 속으로 뛰어들고 싶은 마음 간절했습니다.

    

그러나 여느 공돌이들처럼 시커먼 공장철문을 넘을 용기는 내지 못했습니다. 굳게 닫힌 공장 안에 갇혀 온 산을 뒤덮은 진달래를 바라보며 처음으로 ‘공돌이’ 생활이 싫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날따라 퇴근길에서 마주친 내 또래 학생들의 교복과 남루한 저의 작업복이 더욱 크게 비교되었습니다. 고개 푹 숙이고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진달래와 봄날과 교복에 대한 기억은 그렇게 아프게 남아있습니다. 지친 몸과 위축된 마음이 반복되던 일상 때문에 하늘마저 무겁게 느껴지던 그 시절 그 소년노동자의 기억은 저의 근육에 박히고 힘줄에 스미고 핏줄로 흘러 오늘날 저를 밀어가는 힘이 되었습니다.

    

공장 프레스에 눌려 더는 펴지지 않는 굽은 팔을 펴보려던 그 상처 가득한 소년노동자의 마음이 노동에 대한 합리적 보상과 대우가 주어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길에 저를 서게 했습니다. 문득 상대원 공단이 가보고 싶습니다.

 

발췌한 댓글 중 일부

- 시장님의 붉디 붉은 진달래의 추억을 몇 년 전에 처음 읽었을 때 목메임을 느꼈었는데 오늘도 역시 그러합니다. 많은 성남의 자랑이 있지요 상대원공단도 성남의 자랑으로 만들어주세요.

    

- 존경합니다...지금도 그 고통스런 잿빛 삶에서 허덕이는 노동자들에게 진달래의 아름다움을 되찾아주세요. 시장님이 그들에게 희망입니다.

    

- 시대의 자화상 오늘날 경제발전의 모토가 박정희의 작품인양 수구세력들이 떠들고 있지만 경제발전은 우리 국민 스스로 참고 희생한 결과물인데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시는 글 잘 읽었습니다 깊이 공감합니다.

    

- 진달래꽃을 아련히 바라보는 그 소년이 눈앞에 펼쳐져서 목이 메입니다. 그 소년의 과거를 가진 이재명 시장님,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 시장님 어린 시절 많이 힘들게 보내셨네요. 짠함에 눈물이 배어납니다. 그리고 감사드립니다. 그냥 밥 먹고 학교 다니고 그런 사십대입니다. 어려운 시절에 어려운 상황에서도 멋진 모습되신 시장님 게시 글 보며 진지하게 생각 많이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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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민 2016/05/07 [13:47] 수정 | 삭제
  • 개인의 대권을 위해 성남시에 피해를 주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일회성 언론플레이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