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설립 사회적 기업 ‘성희롱 폭언' 논란

추광규 기자 | 기사입력 2016/08/30 [13:55]

포스코 설립 사회적 기업 ‘성희롱 폭언' 논란

추광규 기자 | 입력 : 2016/08/30 [13:55]

[신문고뉴스] 추광규 기자 = 포스코가 설립한 사회적 기업에서 발생한 성희롱 사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에 나섰다. 인권위원회 관계자는 25일 "포스코가 설립한 사회적 기업에서 근무하는 A씨가 이 회사 임원에게 성희롱을 당했다는 진정이 접수돼 조사를 시작하는 중"이라고 확인했다.

 

조사 내용과 관련해 묻는 질문에 담당자는 "진정서가 23일 조사과에 배정이 되었고 관련 내용을 살펴보고 있는 단계이기에 아직 조사가 구체적으로 진척 된 것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한편 인권위 진정은 포스코가 설립한 사회적 기업인 송도에스이에 근무하는 A씨가 피해사실을 인지한 여성법률지원센터의 도움을 받아 지난 17일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도에스이 홈페이지 이미지 캡처ⓒ 추광규    

 

포스코 설립 사회적 기업 '송도에스이' 성희롱 사건 인권위 조사 나서

 

A씨가 인권위에 접수한 진정서에 첨부한 성희롱 피해 사실 확인서에 의하면 B상무가 상습적으로 성희롱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B상무는 A씨에게 "누에그라를 아느냐?"고 물었고, "모른다"고 냉정하게 잘라서 대답하자, "누에그라는 남성들의 정력제로 쓰는 비아그라와 같은 건데 누에로 만든 약이다. 남편에게 '누에그라'를 한번 사서 먹여보고 밤마다 정력이 얼마나 세졌는지 체크해서 보고해라"고 말했다.

 

A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남자상사가 여자직원에게 성적 모욕감과 수치심을 준 것은 물론, 남편까지 들먹이면서 성적 굴욕감과 치욕감을 준 것에 대해 혐오스러울 정도로 정신적 상처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B상무의 성희롱은 이뿐 아니었다. B씨는 4월말 경 업무 보고를 하는 A씨의 얼굴을 뻔히 쳐다보면서 "등산하러 산에 가면 여자들이 입술에 립스틱 짙게 바르고 서서 남자들을 유혹한다. 000입술이 오늘따라 강렬해 보이는데… 오늘 누구를 유혹하려고 입술에 립스틱 짙게 바르고 왔냐? 노래에도 있듯이 립스틱 짙게 바르고 내 영영 당신을 잊어주리라…..ㅎㅎ 이런건 아니지..?"라고 말했다.

 

A씨는 "너무 모욕적이고 수치스러워 제자리로 돌아와 펑펑 울었다"면서, "상사의 저돌적인 여성비하 언동으로 인해 성적 모욕감과 수치심을 느꼈다"고 주장했다.

 

당사자로 지목된 B상무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B상무는 25일 취재 중인 기자와의 대화에서 누에그라 발언과 관련 "소설이 멋지게 써 진 것 같다. 그 얘기는 인권위에서 하겠다. 함부로 얘기해 봤자..."라고 답했다. 립스틱 발언 또한 "팩션이다. 이를테면 어느 날 어쩌고는 사실이지만 누에그라와 마찬가지로 소설이 멋지게 써졌다. 인권위에서 말하는 게 낳을 것 같다"고 말했다.

 

B상무 성희롱도 문제지만 포스코 출신 임직원들의 '인권유린' 심각

 

하지만 이 사건이 불거진 뒤 내부 제보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이 회사는 성희롱도 문제지만 상시적인 전보인사와 폭언등 인권유린 문제도 심각하다. 이에 북한에서 의사로 일하다 아내의 지병때문에 탈북한 후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던 중 사망한 고 김성구씨의 사고로 이어졌다는 지적도 있다. 따라서 상식과는 다소 동 떨어져 보이는 이런 문제가 발생한 송도에스이는 설립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송도에스이는 지난 2010년경 탈북자의 정착을 돕는다는 명분으로 포스코가 설립한 사회적 기업이다. 본점은 인천 송도에 있으며 인천 송도 '포스코 R&D 센터'의 건물관리와 청소 용역을 맡고 있다. 자본금 13억 원, 종업원 69명 규모의 회사는 포스코 출신이 대표이사와 상무이사를 맡았다.

 

앞서 송도에스이는 설립 후 성공적인 사회적 기업으로 상당한 홍보효과를 거뒀다. 그리고 성공적으로 운영되던 송도에스이는 2013년 사회에 환원된다. 대기업의 골목상권을 침해한다는 문제가 발생하자 포스코는 송도에스이를 무상으로 사회에 환원한다면서 분사를 시켰다.

 

하지만 분사는 형식뿐이었다. 대표는 시민단체 출신에게 맡겼지만 경영권이 없다. 시민단체 출신이 맡고 있는 대표이사는 비상근직이다. 대신해 포스코 출신이 맡은 총괄상무가 실질적인 경영을 맡아왔다. 이언 상태의 송도에스이의 경영은 지난해 다시 한 번 출렁거렸다. 2010년 출범 후 통일부에서 8억 노동부에서 7억을 매년 지원 받아왔는데 이 기한이 지난 2015년 종료됐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여기에 더해 1년마다 갱신하는 재계약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계약금액을 삭감 통보했다. 설립 후 2015년 까지 정원 69명으로 운영되어 왔는데 정원을 57명으로 줄이라는 통보였다. 이에 따라 1년 계약금액이 19억 원에서 16억원으로 삭감됐다. 포스코는 2017년에는 정원을 48명으로 줄이라는 통보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원이 줄어들면 용역금액 또한 2억 원 삭감된다. 따라서 포스코 출신 임직원들의 상습적 성희롱과 폭언은 이런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가능했다는 게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A씨는 인권위 진정서를 통해 "B상무는 1인 독재체제인 회사 시스템과, 대기업에서 내려왔다는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수시로 '직원은 소모품이다, 소모품은 맘에 안 들면 언제든지 갈아치운다, 짤리지 않겠으면 몸값을 올려라'등 회사에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어 누구도 바른 간언을 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지위와 권위를 악용한 잘못된 기업문화와 사회적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라도 피해사실을 세상에 알리고 법적 조치를 통해 반드시 처벌이 이루어지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B상무는 "그런 얘기는 한 적이 없다"면서, "지금 시대가 연봉시대인데 자기의 가치는 자기가 올려야 하는 것이다. 프로는 자기가 자기를 증명해야 하는 것이다. 스스로 자기의 값을 올려서 보수도 많이 받고 이렇게 오래오래 근무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러니 실력을 쌓자 라고 얘기 한 적은 있다. 소모품 이런 것은 다 소설이다"고 반박했다.

 

폭언도 문제지만 부당전보 논란은 더 심각

 

상습적인 성희롱 폭언도 문제지만 생계와 직결되는 부당전보도 심각하다는 불만도 팽배하다. A씨가 올해 초 포스코 사회공헌실에 제출한 진정서에 따르면, 포스코 출신인 이 회사 간부는  상습적으로 직원들에게 "입 다물어, 너 한번 죽어볼래, XX, 여자가 어디서 대꾸질이야"등의 폭언을 했다. 

 

A씨는 지난 1월경 이 같은 문제를 포스코 사회공헌팀에 진정서를 접수했다. 문제는 이 같은 진정서에 대해 보복성 부당 인사가 이루어졌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성희롱사건과 포스코 출신 임직원의 폭언도 자신이 대기업 출신 임원의 폭언에 대해 문제를 삼고 진정서를 낸 것에 대한 보복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것이다.

 

A씨의 주장에 따르면 진정서 제출 약 한 달 뒤, 포스코 사회공헌팀 간부의 지시로 6년간 맡아왔던 재무팀장에서 보직이 해임된 후 청소업무로 전보 당했다.

 

A씨는 기자와의 취재에서 B상무가 "여자가 어디다 대고 투서질이야. 직무에서 손 떼고 숨죽이고 있어라, 현장 가더라도 현장 업무에 관여하지 말고, 직원들도 만나지 말라. 직원 휴게실도 가지 말라, 조용히 죽은 듯이 가만히 있어라, 이는 모두 본사의 지시라면서 윽박질렀다"고 말했다.

 

또 이 때문에 "저는 탈북 뒤 경영학 석사를 마치고 회계법인등 경력만 10년째이지만 청소사무실에서, 어떤 업무도 받지 못한 채 마치 벌서듯 앉아만 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인력이 부족하다며 지난 5월 복귀했지만 '누에그라' 사건 이틀 뒤 또다시 청소사무실로 쫓겨났다"면서, "인격 모독과 직장 내 괴롭힘 등으로 정신적 신체적 고통에 탈북 뒤 처음으로 병원치료까지 받게 됐다."고 주장했다.

 

A씨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B상무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B상무는 26일 기자와의 취재에서 "그런 말을 한 적 없다"고 짧게 답했다. 지난 1월 A씨 등 직원들에게 폭언을 한 당사자로 지목된 또 다른 간부 D씨는 지난 1월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D씨의 반론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문자도 남겼지만 아무런 답변이 돌아오지 않았다.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A씨 법률적 지원 나서

 

A씨를 상담한 사단법인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는 사안이 심각하다는데 공감하고 지원에 나섰다. 여성법률지원센터 관계자는 "포스코 출신 임직원들의 상습적 성희롱 폭언도 문제지만 인권침해적인 요소가 심각한 부당전보가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송도에스이는 포스코의 하청업체인데도 원청이 직접적으로 경영에 개입하면서 부당한 행위를 했다"면서, "낙하산 식으로 내려 보낸 임원의 급여는 얼마를 책정하라고 하면서도 도급 단가는 후려쳤다"고 지적했다.

 

관계자는 계속해서 "포스코가 취약계층인 탈북자들을 위해 사회적 기업으로 만든 후 사회에 환원한다고 명분을 내세워 분사를 시킨 후에도 계속해서 실질적으로 지배하면서 심지어 다른 회사의 일감도 수주 못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이 지적한 후 "포스코 출신 낙하산으로 내려온 임직원들의 상습적인 성희롱과 폭언과 함께 부당전보등 인권침해적인 요소가 있다고 판단해 인천지방노동위원회에 지난 11일 '부당해고등 구제신청서'와 '차별적 처우 시정 신청서'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포스코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왔다. 포스코 홍보실은 25일 취재에서 사회공헌실 C상무와 D팀장이 불이익을 줬느냐는 질문에는 "C상무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고 해명했다. 이어 포스코가 송도에스이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면서 갑질 횡포를 하고 있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 분은(B상무) 포스코를 사직한 후 자연인 신분에서 송도에스이 이사회의 결정에 의해서 임명이 되신 분이고 저희는 임금이나 그런 걸 결정할 부분은 없다. 저희는 서비스를 받았으니 비용을 정산하는 것 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지난 8월 13일 청소 작업중 추락사해 사망한 고 김성구씨      © 추광규

 

성희롱 등 논란이 일고 있는 송도에스이는 북한에서 의사로 근무하다 아내의 지병 때문에 탈북한 후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다 사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큰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던 고 김성구씨가 재직하던 회사다. 지난 13일 사망한 고 김성구씨의 유족 측은 포스코의 책임을 따져 물으면서 장례절차 진행을 거부하다 사망 사고후 11여일만인 지난 23일 장례절차를 마친 바 있다.

 

당시 유족측은 포스코가 일방적으로 도급비용을 삭감하고 인원 감축을 지시하면서 5년여 동안 주차주임으로 근무 중이던 고 김성구씨가 환경미화 업무에 투입되었다고 주장했다. 이와함께 고인이 업무에 미처 적응하지 못한 상태에서 아무런 안전장구도 없이 투입되었다가 사고가 발생했다며 포스코의 책임을 따져 물은 바 있다. 한 대기업이 사회 공헌을 위해 만든 회사가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의혹, 이는 의혹만으로도 문제다. 그들이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대상이 탈북자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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