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부검영장 집행돼선 안되는 '무효'"

추광규 기자 | 기사입력 2016/09/29 [07:44]

"백남기 부검영장 집행돼선 안되는 '무효'"

추광규 기자 | 입력 : 2016/09/29 [07:44]

 

[신문고뉴스] 추광규 기자 = 창원지법 부장판사 재직 시절인 지난 2011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명박 전 대통령을 '가카새끼 짬뽕'으로 풍자했다 판사직을 떠난 이정렬 전 부장판사가 고 백남기 농민에 대한 법원의 압수수색검증영장(부검영장)은 집행되어서는 안되는 무효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  이정렬 부장판사 페이스북 해당 글 이미지 캡처   

 

 

이정렬 전 부장판사는 28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법원이 부검영장을 발부하면서 조건으로 명시한 ‘▲장소는 유가족이 원하는 서울대병원에서 실시 ▲참여는 유족이 지명하는 의사 2명, 변호사 1명을 참여시켜야 한다. 원치 않는 경우 감축시킬 수 있다 ▲신체훼손을 필요 최소한도로 한다 ▲부검 과정을 영상으로 촬영하여야 한다 ▲유족들에게 부검 절차와 내용에 대해 충분히 정보를 제공하여야 한다 ▲야간집행가능. 영장 유효기간은 10월 25일까지’를 말한 후 “아는 몇몇 전.현직 판사들에게 물어보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 분들이나 제가 과문한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렇게 조건이 붙은 영장을 본 적도 없고, 발부해 본 경험도 없다고 한다”고 소개하면서 전현직 판사들의 의견을 모아 이를 종합한 법률적 견해를 밝혔다.

 

이 전 부장판사는 먼저 “영장에 조건을 붙일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명백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래서, 조건이 붙은 영장이 유효한지, 무효인지에 대해서 견해가 일치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전 부장판사는 “유효라는 분들은 법적으로 명백하게 금지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라 한다”면서, “반대로 무효라는 분들은 법적인 근거가 없기 때문이라 한다”고 엇갈리는 해석을 소개했다.

 

이어 “그리고, 무효라고 보는 분들 중에서도, 조건만 무효이기 때문에 조건이 안 붙은 영장으로 보아야 한다는 분도 계시고, 전체적으로 무효라고 보는 분도 계셨다”고 말한 후 “많은 분들이 이런 의견을 제시해 주셨다”면서 전.현직 판사들의 의견을 종합해 다수 의견을 소개했다.

 

이 전 부장판사는 첫 번째로 ‘법원의 기본적인 임무를 망각한 판단’이라고 소개했다.

 

이와 관련 이 전 부장판사는 “법원의 기본적인 책무는 분쟁의 해결”이라면서, “이 사건에서의 다툼내용은 과연 부검을 하는 것이 옳은 것이냐, 아니냐의 문제다. 옳다면 영장을 발부하면 되고, 아니면 기각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조건을 붙임으로써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상태가 되어 버렸다 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법률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해석이 다른데, 이런 영장을 가지고 어떻게 분쟁이 해결되겠습니까?”라고 따져 물은 뒤, “오히려 분쟁이 더 조장되어 버릴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 법원의 기본적 책무를 망각한 영장이라는 말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 부장판사는 “이 영장이 유효한 것이냐, 무효인 것이냐의 문제는 탁상공론의 문제가 아니다”면서, “지금 서울대병원 안팎에서는 많은 시민들이 백 선생님의 시신을 지키고 있다. 이 영장을 집행하려 하는 경우 충돌이 벌어질 것임은 명백하다”면서 이렇게 우려했다.

 

이어 “만약 영장이 유효하다면? 집행을 막으려는 시민들의 행위는 공무집행방해죄를 구성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수많은 사람들이 전과자가 될 수 있다”면서, “영장이 무효라면? 그 영장에 따른 집행은 무효인 영장에 기초한 것이기 때문에 위법한 공무집행이다. 위법한 공무집행에 대항하더라도 공무집행방해죄가 되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이 전 부장판사는 이 같이 소개한 후 “결국 이런 불명확한 영장 때문에 많은 분들께서 어떻게 하는 것이 적법한 행동인지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버렸다”면서, “그래서 분쟁을 조장하는 영장이라는 비판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특히나, 조건만 무효여서 깨끗하게 발부된 유효한 영장이라면?”이라면서, “유족을 배려한답시고 조건을 붙인 것 같지만, 아무 조건 없는 영장이 되어 버려서, 오히려 유족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헛수고를 한 것이 된다”고 소개했다.

 

이 전 부장판사는 두 번째로 ‘부검을 함으로써 생길 수 있는 충돌의 책임을 비겁하게 백남기 선생님의 유족에게 떠 넘겨 버렸다’는 지적을 소개했다.

 

이 전 부장판사는 “조건에 의하면, 부검장소를 정하는데 유족의 의사를 확인하고, 부검절차에 참여하는 사람을 정하는데 유족의 희망에 따르라 한다”면서, “알려진 바와 같이 백 선생님의 유족들께서는 부검 자체를 원하지 않으십니다. 그런 분들한테 부검장소와 부검절차에 참여할 사람을 정하라고 하는 것은 유족들의 의사를 존중하기는커녕 완전히 무시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영장을 발부하기에도 기각하기에도 부담을 느낀 나머지, 유족들의 의사에 따라 부검을 실시하는 것처럼 포장을 해 버린 것이라 합니다”면서, “그래서, 비겁하고 무책임한 영장이라고 합니다”라고 전했다.

 

이 전 부장판사는 세 번째로 ‘조건 자체도 불명확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전 부장판사는 “법적인 행위는 명료해야 한다”면서, “그래야 제2, 제3의 다툼이 생기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어 “조건에 의하면, 유족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라 한다”면서, “도대체 어느 정도가 되어야 ‘충분한’ 정보입니까? 설령 영장이 집행된다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제공되는 정보가 과연 충분한 것인지, 충분하지 못한 것인지 그 판단의 기준은 무엇입니까? 그런 기준을 제시해 주어야 할 임무를 가진 법원이 오히려 명확하지 않은 용어를 써서 더 큰 다툼이 벌어질 수 있게 해 버렸다고 합니다”라면서 전.현직 판사들의 견해를 소개했다.

 

이 전 부장판사는 이 같이 소개한 후 “왜 이런 영장이 발부되어야 하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제 개인적인 견해로는, 이 영장은 무효이다. 집행되어서는 안 되는 영장”이라고 결론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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