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에게서 점점 김대중 향기가 짙게 난다

[데스크에서 본 정치]74세 고령이지만 지금은 박지원의 정치력 필요

임두만 | 기사입력 2016/10/14 [13:56]

박지원에게서 점점 김대중 향기가 짙게 난다

[데스크에서 본 정치]74세 고령이지만 지금은 박지원의 정치력 필요

임두만 | 입력 : 2016/10/14 [13:56]

[신문고 뉴스]임두만 편집위원장 = 나는 특정 정치인을 공개적으로 칭찬해본 적이 거의 없다. 그런데 오늘은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을 좀 칭찬하려 한다. 그의 최근 정치행보를 보면서 그가 너무 고령이라는 점이 아쉬워서 이런 칭찬에 인색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서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 위원장은 사실 지금까지도 정치적으로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말 할 수는 없다. 김대중 전 대통령을 대신(?)하여 지난한 옥고를 치르기도 했지만 그래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영원한 비서’로만 불려야 하는 운명을 가진 사람이라서다.

 

▲ 박지원 위원장이 비대위-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민의당 TV중계 캡쳐  ©임두만

 

박지원 위원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임기 마지막을 비서실장으로 함께했다. 그래서 청와대 비서실장이 국회의원이 되기 전 그의 마지막 공직이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야당 총재일 때 최장수 야당 대변인을 했으며 청와대 공보수석을 지내기도하는 등 김대중의 그림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그에게 '영원한 비서실장'을 붙여주지 않는다. 이는 권노갑 전 의원이 그 이름을 먼저 갖고 있어서다.

    

여기에 그에게서 김대중의 향기가 아무리 짙게 나더라도 ‘리틀DJ’란 이름도 붙일 수 없다. 그 이름은 이미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가 선점한 때문이다. 이처럼 그는 김대중 맨으로 자리하고서 무려 30여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1970년대의 김대중 고초에 동참하지 않은 ‘업’이 한계로 작용한다.

    

그러나 현 정치인들 중 김대중을 떠올리기 쉬운 정치인은 박지원 외에 없다. 박지원이 지금 자타가 공인하는 김대중의 정치적 유산 상속자임도 분명하다. 그래선지 박지원 위원장은 그 스스로 더욱 정진하는 것 같다. 20대 국회들어 시간이 갈수록 그에게서 김대중의 향기가 짙어지고 있다.

    

2015년 10월 14일 오전,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중진의원 연석회의가 국회 본청 215호실에서 열렸다. 이 내용은 국민의당 TV를 통해 페이스북으로 중계되었다. 이 자리에서 박 위원장은 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로서 회의 모두발언을 했다.

 

그리고 거기에서 나온 박 위원장의 발언을 종합하면 그가 얼마나 공부하고 정진하는 정치인인지를 알 수 있다. 이날 그의 발언 중 주요 부분만 발췌하면 이러하다.

    

1. 대법원 3부 박병대 대법관의 판결 칭찬

대법원 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지난 4일 이적단체 구성 등 혐의(국가보안법위반)로 기소된 코리아연대 공동대표 이모(44)씨와 김모(42)씨 등에 대한 상고심에서 “카카오톡 대화내용이 통신비밀보호법이 정한 실시간 감청 방식에 따라 수집된 것이 아니라면 무죄”라는 판결을 했다. 이날 재판부는 “(검찰이 제시한)해당 카카오톡 대화내용은 3~7일마다 정기적으로 서버에서 추출하는 방식으로 수사기관에 넘겨졌다”며 “위법한 방식으로 수집된 증거”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 위원장은 “참으로 훌륭한 재판 결과에 대해서 존경을 표한다”며 “지금까지 감청영장으로 카톡 등 실시간 감청이 허용되었고, 실시간 감청 장비가 없기 때문에 사실상 영장이 발부되면 카톡 회사로부터 2~3일치 보관된 것을 제출받아서 수사 기관에서는 그것을 증거로 제출했고, 이것에 의해 유죄판결을 받고 있었으나 대법원이 이를 무죄로 판결한 것은 너무 의미가 크다”고 칭송했다.

    

2. 밥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대해

박 위원장은 밥딜런의 수상소식을 말하면서 “그의 작품과 평화를 향한 그의 삶에 경의를 표한다”고 일단 밥딜런을 칭송했다. 그런데 그 뒤 곧바로 이를 현재의 박 대통령 시대 한국과 비유했다.

 

그는 “세계는 이렇게 대중가수에게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는 알파고 시대인데, 우리는 자꾸 유신시대로 돌아가고 있다”며 “가난과 고통 속에 신음하는 청년예술가(가 지천이고), (중국의)문화혁명시대에나 가능한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존재하며), 미르, K-스포츠 등 정체불명의 대기업이 주도하는 관제문화가 설치고 있다”고 박근혜 정권의 문화정책을 비판했다.

    

이어 “대통령의 말씀 한마디에 수십년간 일해 온 문화부 관료가 경질되고, 단 하나의 결론만 강요하는 역사교과서 등 그 어떤 정책보다도 창조적이어야 할 박근혜정부의 문화예술 정책은 21세기 문화의 시대를 야만의시대로 만들어 가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도 박 위원장은 또 희망을 말했다 그는 “케이팝은 지금 현재 전 세계적으로 퍼져 실질적으로는 대중문화를 이끌고 있다”면서 “우리 정부에서도 대중문화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할 때가 되었다”고 미래를 말한 것이다. 이런 언어기법, 이것이 바로 김대중 식 언어다. 그리고 이 문제를 보는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와 시각의 차이가 완연함을 알게 한다.

 

참고로 문재인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노벨상을 언급하면서 "국가 차원의 분위기 조성과 지원도 꼭 필요합니다. 연구나 창작에서 금기나 성역이 있어선 안 됩니다. 학문과 사상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정부는 학문과 문화예술을 위해 지원하되 간섭해서는 안 됩니다. 블랙리스트 따위는 있어선 안 됩니다"등으로 샌님같은 언어를 구사했다.

 

이어서 "기초 과학의 연구에 더 많은 지원과 투자로 대한민국의 학문과 특히 기초과학이 융성하여 세계적인 학술 이론들이 한국에서 나오고, 노벨상 수상자 명단에 한국인 이름이 자주 등장하고, 4차 산업혁명을 한국이 선도하는 그런 세상을 꿈꾸어 봅니다"라고 썼다.

 

3. 검찰의 선거법 위반 정치인 기소에 대한 현안에 대해

야당 대표인 박 위원장은 작금 정치현안인 정치검찰의 편파기소에 대해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그는 “검찰이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야당인사들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서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하고 있다”면서 “언론보도에 의하면 친박은 없고 비박은 해당 되었다고 한다”고 말해 스스로 친박비박을 분리하여 말할 경우 나올 수 있는 구설을 차단하고 ‘언론보도’라는 차광막을 씌웠다.

    

그리고는 “어제 대검 국정감사에서도 제가 물었는데, 검찰총장은 친박, 비박을 모른다고 했지만, 검찰에는 친우, 비우가 존재하고 있다”면서 우병우 때리기도 했다. 이어 "우병우 민정수석의 개입으로 이렇게 야당과 비박을 학살하고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한 뒤 “그러나 검찰의 이러한 무리한 기소는 결국 법원의 현명한 판단으로 법원에 영광을 안기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슬쩍 법원을 칭찬하는 언어기법도 보였다. 검찰은 정치적 기소를 했으나 법원은 법에 의한 판결을 하라는 언급이다.

    

4. 정권의 반대 언론 탄압에 대한 지적

박 위원장의 방대한 정보를 알 수 있는 점이 여기서 또 나타난다. 그는 “조선일보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의 비위 의혹을 제기해 박근혜 정부와 정면충돌한 직후, 국세청이 조선일보 계열회사들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말한 뒤 “그것도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에서 나섰다”며 조사주체까지 알고 있음을 말했다. 그러면서 이전 세계일보 사태를 언급했다.

 

그는 “‘비선 실세 국정개입’ 의혹을 보도한 세계일보도 폭로 직후 계열회사들이 세무조사를 받았다”면서 조선일보 세무조사 또한 목적타임을 지적했다. 또 오마이뉴스의 편집기자가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된 점에 대하여 “4.13 총선 당일에 투표를 독려한 시민기자의 칼럼을 온라인 사이트에 노출시켰다는 이유로 검찰이 지난 7일 오마이뉴스 편집 기자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했다”면서 “편집기자를 기소한 것은 '자기 검열'을 하라는 경고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리고 이는 박근혜 정권이 박 대통령 아킬레스건을 건드리면 검찰의 사정권, 국세청의 세무조사란 세무사찰권까지 다 동원하는 압박수단을 쓰고 있음을 지적한 것인데 , 이를 박 위원장은 “언론이나 기업을 타깃으로 한 세무조사는 ‘사정 컨트롤타워’인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관장한다”면서 “우병우 민정수석이 보내는 ‘나에게 맞서지 말라’는 메시지로 저는 들린다. 시계를 되돌려 70년대의 언론탄압을 떠올리게 한다”고 공박, 박근혜의 행태에서 박정희의 철권통치를 연상시키게 했다.

    

이 외에도 박 위원장은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운영 위탁기관인 아시아문화원이 직원들에 대해 명확한 원칙과 기준 없이 무더기로 직급을 강등하는 강제 조정을 시행하여 논란이 되고 있다”면서 “이런 황당한 조치의 배경으로, 아시아문화원을 관리, 감독하고 있는 기획재정부가 직원 채용 후에 뒤늦게 무리하게 직급 조정을 요구해 갑질을 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박 위원장이 중앙정치권의 현안만이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 권력 언론 등 세상을 움직이는 모든 분야가 돌아가는 내용을 거의 전부 파악하고 있다는 증거다.

 

빅 위원장의 이런 해박한 현안통찰은 물론 비서나 보좌관들의 도움을 받으므로 이뤄질 것이다. 그러나 당사지의 탁월한 판단력과 월등한 기억력 등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할 수 없는 행보이고 언어구사력이다. 따라서 박지원 위원장의 작금 정치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향기가 점점 짙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가 올해 74세로 고령인 점이 안타깝다. 그래도 그가 있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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