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의료소비와 청와대의 비아그라.

김양수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6/11/23 [17:06]

대통령의 의료소비와 청와대의 비아그라.

김양수 칼럼니스트 | 입력 : 2016/11/23 [17:06]
▲ jtbc 뉴스룸 캡쳐     © 편집부

 

[신문고 뉴스] 김양수 칼럼니스트 =  나는 의사다. 그런데 의사로서 작금 대통령의 의료관련 기사는 낯이 뜨겁다. 80년대 의대를 다녔고, 90년대 무의촌 근무와 전공의를, 그리고 21세기부터 전문의로 지금까지 먹고 살아온 나는 지극히 주관적 관점으로 현대 의료의 흐름이 치료->예방->웰빙으로 바뀌어 왔다고 본다. 그럼에도 대통령의 웰빙치료 관련 뉴스는 낯이 뜨겁다

    

80년대 의과대학 시절 내가 배우던 의학은 대부분 치료에 대한 것들이었다. ‘질병은 어떻게 발생하고 어떻게 진단하고 어떻게 치료하는가’ 라는 걸 가르치는 게 교과서의 중심이었다.

 

90년대부터 의료에 예방이라는 개념이 강조되기 시작한다. 지금은 우리들에게 아주 익숙한 건강검진, 예방접종, 체중조절, 규칙적 운동, 저염식, 금주, 금연을 강조하는 생활습관 조절 등의 단어들이 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으로 기억한다.

    

21세기는 이른바 ‘웰빙의학’의 시대인 것 같다. ‘의느님’들이 성형수술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기도 하고 피로회복, 노화방지 따위 단어가 잘 나가는 병원 광고의 단골 메뉴가 되었다.

 

급기야 발기부전 치료제는 ‘고개 숙인 남자들’의 구세주로 등극했으며, 성장호르몬을 주사해 주는 ‘키높이 크리닉’은 청소년들의 숏다리 콤플렉스도 해결해 준다. 게다가 수험생들에겐 기억력은 알파고 수준으로, 체력은 터미네이터 수준으로 만들어 준다는 약까지 팔리는 세상이다. 이 모든 것이 질병의 치료와 예방과는 거리가 먼 ‘웰빙의학’의 영역이다.

    

대한민국 의료는 ‘반반치킨’이다. 닭 한 마리를 시키면 반은 양념 치킨으로, 반은 프라이드 치킨으로 포장해 주는 ‘반반치킨’처럼 대한민국 의료는 공적의료 진료와 이윤 추구를 우선으로 하는 자본주의적 진료가 혼재되어 있다는 의미이다.

    

의사들은 가끔 사람 값이 강아지 값보다 못하다는 자조 섞인 푸념을 늘어놓는다. 동물병원에서 반려견 진료하는 비용보다 병원에서 사람이 진료 받는 비용이 훨씬 싸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현실을 진료비 인상의 근거로 삼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동물이 아플 때 진료비가 비싸면 안락사를 시켜도 그만이겠지만 사람에게 그래서는 절대로 안 되기 때문이다.

    

이런 연유로 의사 입장에서는 속 쓰린 노릇이지만 의료에 공공성의 개념이 들어가면 의사들이 받게 되는 대가는 당연히 의사의 기대치를 밑돌게 된다. 하지만 어떤 의료행위든지 공공의료 혜택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이는 엄격한 의학적 잣대를 확실하게 통과한 검증된 의학이라는 의미이자,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 필수적인 의학이라는 의미가 된다.

    

의사들은 처음에 아픈 사람을 고치는 일을 했다. 치료의학의 역사는 그래서 의학의 역사와 일치한다. 아픈 사람 고치는 일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니까 다음에 처음부터 사람이 아프지 않도록 하는 예방의학이 시작된다.

 

이 두 가지가 해결되니 이제 이왕 사는 거 젊고 예쁘고 힘차게 살게 해주자는 웰빙의학이 이어진다. 사람에게 반드시 필요하면서도 확실히 검증된 의학은 그래서 치료의학이 1 순위, 예방의학이 2 순위다. 공공의료의 혜택이 치료의학에서 예방의학의 순서로 확대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렇다면 21세기 의료의 트렌드인 웰빙의학은? 반반치킨의 다른 영역에 속한다. 자본주의 무한경쟁의 정글이다.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영역이라는 것은 ‘돈’이 된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의사들 입장에서는 웰빙의료가 병원을 먹여 살리는 캐시 카우 역할을 한다는 거다.

    

정부 입장에서도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의료비 보전의 측면에서 비보험 진료가 전부인 웰빙의학의 영역을 어느 정도 방임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 이에 더해 의료의 영리산업화라는 개념까지 웰빙의학에 힘을 실어 주게 된다. 결과는? 월빙의학 분야에서 질펀한 돈 잔치가 벌어지게 되었다.

    

새로운 약제가 치료의학의 영역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엄청나게 많은 돈과 시간을 필요로 한다. 약제의 개발과정에서 여러 단계의 동물시험과 임상시험을 거쳐야 함은 물론, 정식 출시 전에도 다시 여러 가지 연구과 실험을 통한 검증을 거쳐야 한다.

    

그뿐 아니라 정식으로 판매된 이후에도 무수히 많은 의료기관의 임상 연구논문을 통해 기존 약제보다 최소한 열등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아야 의사의 처방전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그렇게 살벌한 적자생존을 통과한 이후 비로소 신약은 의료보험 적용 대상, 즉 공적의료의 간택을 받게 된다. 이는 앞서 말했듯 치료의학은 확실한 검증과 필요성 입증을 전제조건으로 하기 때문이다.

    

반면 웰빙의학에서 처방되는 약제들은 이런 혹독한 검증 과정을 거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불황에 허덕이는 대한민국 의료의 블루칩일지 몰라도 국민 건강권 보장을 위한 필수의학은 아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태반주사, 신데렐라주사, 백옥주사 따위의 임상적 효능에 대해 진지하게 연구하는 대학병원 교수나 연구팀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자동차는 본질적으로 사람과 물자를 실어 나르는 교통수단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구입하는 ‘로망’이기도 하다. 미래에 어떻게 진화할 지 아무도 모르지만 현재까지의 웰빙의학은 교통수단으로서의 자동차가 아닌 로망으로서의 자동차라고 보는 게 맞다. 나 역시 먹고 살기 위한 타협으로써 웰빙 의학을 100% 모르쇠하지 못하는 속물 의사이지만 건전한 의료소비를 생각한다면 아직까지는 사용을 최소한으로 자제해야 하는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 jtbc 뉴스룸 캡쳐    

 

동네 양아치 무리와 다를 바 없는 최순실 일당과 공모하여 ‘비선 정치’를 자행한 범죄 피의자 대통령 박근혜는 요즘 ‘비선 진료’라는 새로운 이슈에 시달리는 중이다.

 

이 글을 읽으면 쉽게 이해가 가능하시겠지만 대한민국 대통령을 위한 의료시스템은 당연히 완벽하게 검증된 치료의학과 예방의학으로 구성되는 게 철칙이다. 그런데 박근혜는 대통령 신분을 획득한 이후에도 즐겨 비선 의료를 이용했다는 구체적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녀가 애용한 비선 의료는 곧 웰빙의학이다. 속된 말로 쪽팔려서인지, 국가 기밀이라 생각해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가명과 대리처방으로 웰빙의학 치료를 받으셨다고 하며, 그 중 상당수 처방은 기록조차 남기지 않은 모양이다.

    

솔직히 말해 동네 동물병원 반려견도 요즘 세상에서 이런 따위 ‘야메 진료’는 받지 않을 것 같다. 만에 하나 박근혜에게 웰빙의학의 부작용이 발생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면 대통령 주치의와 청와대 의료진은 과연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할 수 있을까?

 

약물중독 환자가 응급실에 실려 오면 제일 먼저 원인 약제를 파악하고 그 약제를 해독하는 치료를 선택하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박근혜를 괴롭히는 약제의 성분과 용량은 모두 기록에 없다. 결국 대통령 주치의는 다음날 이렇게 기자회견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대통령께서 괴질로 쓰러지셨습니다.” 

 

빌어먹을, 이게 정말 나라인가?

    

사람에게는 누구나 소비의 자유가 있다. 의료도 소비하는 서비스 상품의 하나라고 한다면, 대통령이 웰빙의학을 선호하여 청와대 의료시스템을 ‘야메의 소굴’로 전락시켰다고 해도 그건 대통령의 자유이자 선택이니 시비거리가 될 수 없다고 강변하는 ‘샤이 박근혜’류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소비의 자유를 만끽하는 대통령께서 능력껏 수천만 원짜리 명품들로 온몸을 도배하는 소비형태를 선보여도 그것 또한 대통령의 자유이자 선택이니 시비거리가 될 수 없는 것일까?

    

자신의 건강이 안보와 직결되는 국가기밀 사항인지 인식조차 못하는 박근혜에게 ‘대통령인 당신의 몸은 개인의 것이 아니다.’ 라는 말은 너무 고차원적인 지적일 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백보를 양보해서 자기 몸 자기가 알아서 하는데 뭐가 문제냐는 관점에서 봐도 웰빙의학에 집착하는 박근혜의 의료 소비는 국민에게 모범이 되어야 하는 최고위 공무원의 처신으로는 낙제점이라고 밖에 할 말이 없다.

    

더더구나 박근혜가 로망으로 집착했을지도 모를 웰빙의료는 ‘람보르기니’ 승용차처럼 보기에도 멋지고 성능도 끝내주는 진짜 고급 아이템은 아닐 수도 있다는 걸 무식한 최순실에게 이끌려 단골이 된 박근혜는 정말 모르는 것 같다. 의학적 검증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박근혜가 맞으셨던 태반주사, 백옥주사는 껍데기는 람보르기니일지 몰라도 멋모르고 신나게 타다보면 주행 중 산산히 분해되는 불량 자동차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글을 마무리 하려는 데 생뚱맞게 청와대에서 발기부전 치료제를 대량 구매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청와대는 이 약을 고산병 치료, 예방 목적으로 구매했다는 해명을 한 모양인데, 누가 떠올린 해명 아이디어인지는 몰라도 역시 청와대는 ‘야메 의료의 소굴’이라는 것을 커밍아웃한 셈이다.

 

▲ 비아그리 자료사진     ©  편집부

 

물론 발기부전 치료제를 고산 등반 때 고산병 예방 및 치료목적으로 사용하긴 한다. 하지만 고산등반 용으로 가장 많이 처방되는 발기부전 치료제는 청와대가 구입한 *아그라가 아니라 경쟁 약품인 *알리스 계열의 약제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것도 표준용량(20mg)의 1/4인 5mg 제형을 주로 사용한다.

 

사람에 따라 고산지대에서 *아그라가 더 효과를 보는 경우도 있긴 하다. 하지만 기본 처방은 *알리스 5mg가 맞다. 그런데 청와대가 고산병 예방 목적으로 구매했다는 약제는 *아그라 및 복제약 50mg 제형이다. *알리스는 한 알도 없다. 게다가 용량도 고산병 예방 목적이라면 25mg 제형으로 구입해야 말이 된다. 그런데 *아그라 50mg이다. 결국 청와대의 변명을 100% 선의로 믿어준다고 해도 모든 직원에게 일률적으로 *아그라 50mg를 공급했다면 이건 고산병 예방 처방이 아니라 수행원들에게 성범죄 확률을 높일 수도 있는 ‘야메 처방’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 

    

나는 청와대 *아그라의 진실은 결국 웰빙의료에 중독된 대통령의 처신이 근본 이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최고 보스가 요사스러운 약과 주사에 탐닉하는 꼬라지를 지켜본 청와대 직원들이 ‘우리도 이참에 공짜로 좋은 약 한 번 챙겨보지 뭐.’라는 생각을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거다.

    

범죄피의자 대통령 박근혜, 그래서 그녀는 주권자의 한사람인 내가 보기에 가장 저질인 국민이자, 의사인 내가 보기에 가장 저질인 환자다. 그리고 지금 나라는 이 저질 환자의 의료 소비를 두고 세월호 7시간과 맞물려 모두가 흙탕물 안으로 들어가 있다. "이게 나라냐?"를 실감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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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독립단 2016/11/24 [12:03] 수정 | 삭제
  • 금지/단어가/있어서/글/등록을/할수없습니다---라는---붉은/글씨가/뜨면서---댓글을/100%/도둑질당하고/갑니다!
  • 친김 2016/11/23 [21:48] 수정 | 삭제
  • 한경오도 진보의 조중동이 되어 버린 이 시점에서, 신문고뉴스는 최후의 보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