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고 뉴스] 이종은 칼럼니스트 = 表裏不同(표리부동)... 사물의 겉은 표면(表面), 안은 이면(裏面)이다. 그래서 겉과 속이 다르다는 뜻을 가진 말이 表裏不同(표리부동)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언행과 속으로 가지는 생각이 다른 음흉한 사람을 뜻하는 사자성어다. 그런데 요즘 '대선공약'이란 걸 쏟아내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붙여주기 딱 좋은 말이 表裏不同(표리부동)이다.
어제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은 재벌개혁, 특히 4대 재벌에 대한 고강도 개혁안을 대선공약으로 발표했다. 일단 아무리 탄핵정국이라지만 이는 명백한 사전선거 운동이다. 대선 예비후보로 등록조차 하지 않은 채로 사실상 대선공약을 발표하고 있는 것은 위법 소지가 있다.
더구나 문재인은 아직 더불어민주당의 대선후보로 당내 경선후보로 등록하지도 않은 일개 당원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문재인은 헌정 사상 2번째로 맞은 탄핵소추로 박근혜의 직무가 정지되었다하더라도 "국민여러분에게"라는 대국민 약속을 하면 현재로서는 위법 소지가 다분하다. 현재 상황이 비상시국이라고 하더라도 "당원동지 여러분께"라는 표현을 써야 옳은 것이다.
법적인 문제가 크지만 그 내용은 일단 여기까지 하고, 실질적 ‘공약’안으로 가보자. 어제 문재인은 국회에서 자신의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 주최로 열린 ‘대한민국 바로세우기’ 포럼에 참석, ‘진정한 시장경제로 가는 길’이라는 제목의 기조연설을 했다.
이때 나타난 그의 재벌개혁안을 살펴보면 “현행 공정거래법으로는 1위 삼성과 65위 기업이 같은 규제를 받는다”며 “규제를 10대 재벌에 집중토록 조치해 경제력 집중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또 “금융이 재벌의 금고가 돼서는 안 된다. 금산분리를 통해 재벌과 금융을 분리시키겠다”며 “재벌이 장악한 제2금융권을 독립시키고 금융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겠다. 계열사간 자본출자도 규제하도록 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리고 문재인은 기조연설 말미에 “재벌 개혁이야말로 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이라면서 “이번에 정경유착, 부정부패의 고리를 끊는다면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아래는 16대 대통령 노무현의 재벌개혁 공약이다. (재벌개혁 등 공정한 경쟁질서 확립)
- 재벌개혁 등 시장의 공정성과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제고함으로써 경제의 효율성을 높이겠습니다. - 재벌의 정경유착 관행을 근절하고 공정한 시장질서를 구축하겠습니다. - 재벌 계열사 간 상호출자·채무보증 금지 및 출자총액 제한을 유지하겠습니다. - 재벌기업의 금융기관 사금고화를 방지하기 위해 「금융회사 계열분리 청구제」를 도입하겠습니다. - 증권분야 집단소송제를 조기에 도입하겠습니다. - 상속·증여세의 완전포괄과세 도입으로 편법 상속과 증여를 방지하겠습니다. - 회계정보와 공시의 투명성 강화 등 기업의 경영투명성을 지속적으로 제고해 나가겠습니다.
짧게 나열한 위 노무현의 재벌개혁 대선공약과 문재인의 대선공약이 다른 점이 무엇인가? 노무현은 저 공약 중 얼마나 지켰는가? 출자총액제한 집단소송제 금산분리 상호출자 채무보증 금지 상속증여서 개혁으로 편법 상속 및 증여방지, 회계정보 공시를 통한 기업투명성 강화...재대로 이뤄진 것이 있는가? 그때 제대로 이뤄졌다면 과연 박근혜의 재벌협박, 최순실의 재벌에 대한 갑질이 있을 수 있는가?
문재인은 노무현 정권에서 실세 중의 실세, 박근혜 정권의 김기춘과 같은 왕실장, 우병우와 같은 왕수석으로 군림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이런 문재인을 지근거리에 두고서도 대선공약이었던 재벌개혁을 실천하지 못했다. 순전히 노무현 책임인가?
2004년 3월12일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되어 직무가 정지된 상태에서 그 해 4월에 치루어진 총선, 친노그룹은 대거 국회에 진출하여 국회 과반수를 차지했다. 그 좋은 환경에서도 왜 재벌개혁을 비롯한 4대개혁법안(국가보안법 폐지, 과거사 진상 규명법, 사립학교법, 언론개혁법)을 단 하나라도 본래의 취지대로 입법화 시키지 못했다.
특히 친노문 패권세력들이 자랑으로 말하고 있는 '과거사 진상규명법"은 독일의 나치잔재 제거를 위한 활동처럼 '무기한' 활동기간을 명시했어야 함에도 한시적으로 운영하였다. 친일세력 색출과 군사독재 시절의 가혹한 인권유린, 의문사 등을 규명하는 것이 단 4년 2개월 활동으로 가능 할 것으로 믿었단 말인가? 반면 노무현의 친재벌 정책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몇 가지 실례를 들어보자.
1. 노무현은 대선공약으로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서민정책의 대표적인 공약으로 제시했다. 그런데 대통령에 당선되고 나서 노무현은 자신의 핵심공약인 분양원가 공개에 대한 입장을 변화시키기 시작한다.
집권 초기이던 2003년 5월 23일 노무현 정부는 '주택가격안정대책'을 발표한다. 주요 정책은 '분양원가 공개 제외,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개발이익 환수제 제외, 분양권 전매 허용'등이다. 이는 노무현을 비롯한 친노문들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강력한 부동산 부양정책'이었다. 이런 정책은 재벌 건설사들의 주장을 100%로 정책에 반영한 것이다. 그 결과 부동산, 아파트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그 피해는 경제력이 약한 국민들의 고통으로 돌아왔다.
2. 노무현 정권의 쌀값 정책인 이중곡가제 폐지다. 박정희가 잘 한 정책을 꼽으라면 '전국민 의료보험제 도입과 이중곡가제(추곡수매제도)'이다.
추곡수매제도는 농민들이 생산한 산지 쌀을 일정한 가격으로 정부에서 수매해주던 제도였다. 이는 쌀값 안정과 농민 소득보전이라는, 유사시 사태(전쟁이나 기상이변)에 대비한 제도였다. 특히 주식인 쌀농사는 생산량을 줄이기는 쉬어도 단기간에 늘리기는 어렵다. 왜냐? 1년 동안 농사를 지어야 하니까 말이다. 즉 곡물은 공장에서 만들어 내는 것과는 차원이 틀리다.
그런데 노무현 정권에서 이중곡가제 폐지를 주장하던 사람들은 '쌀이 모자라면 외국에서 수입하면 된다'라는 궤변을 늘어 놓았다. 이는 재벌들의 논리였다. 즉 농지로 묶여 있던 땅들을 용도변경하여 헐값에 사들여 아파트와 공장을 짓겠다는 욕망의 발로였던 것이다. 만약에 전쟁이 일어나거나 세계적 기상이변이 일어난다면 어느 국가에서 우리나라에 쌀을 수출하겠는가? 자기 나라 국민들 먹여 살리는 것이 우선인데 말이다. 설령 수출한다하더라도 그 가격은 상상을 초월한 고가일 것이다.
3. 노무현은 삼성 이건희 회장의 최측근인 삼성그룹 전 이학수 구조본부장을 '존경하는 선배'라며 친밀한 관계를 당선 전부터 유지했다. 그 결과였는지 노무현은 삼성이 주장한 친재벌 논리를 그대로 정책에 반영했다. 2007년 11월 29 발행된 한겨레 21 기사를 인용한다.
"노무현 정부 출범 직전인 2003년 2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삼성경제연구소의 ‘국정과제와 국가운영에 관한 어젠다’라는 400여 쪽 분량의 방대한 보고서가 제출돼 참여정부의 국정 방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은 웬만큼 알려져 있다. 삼성과 참여정부가 밀월 관계를 맺고 있다는 차원을 넘어 ‘삼성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국정이 굴러간다’는 분석을 낳은 한 실마리였다. 노 대통령이 취임 6개월 만인 2003년 8·15 광복 경축사에서 제기한 ‘2만달러론’이나 참여정부 산업정책의 주요 줄기로 제시된 산업 클러스터(집적단지) 조성 방안 역시 삼성그룹에서 선도적으로 제기한 구호였다. 특히 2만달러론의 경우 참여정부의 애초 국정 철학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여겨져 나중에까지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다."
실질적인 재벌개혁으로 경제체질을 바꾸겠다던 노무현이 추상적인 소득 2만 달러를 제시했다. 이명박이 747공약을 걸면서 소득 4만 달러 달성을 자신했던 것과 비교해 보길 바란다. 얼마나 추상적이며 선동적인가? 핵심공약이었던 금산분리와 재벌들의 불공정 행위들에 대한 감시와 규제를 강화시키는 공정거래법 개정을 재벌들의 요구대로 대폭 후퇴시켰다.
사실상 재벌개혁을 포기하고 재벌 특히 삼성 하수인 정권으로 스스로 전락했던 것이다. 이런 노무현 정권에서 집권 내내 실세로 군림했던 문재인이 재벌개혁을 하겠다는 것인가?
그 외 최근에 보여준 문재인의 '표리부동'을 팩트로 제시한다. 문재인은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고 난 후인 2016년 10월 13일 재벌 4대기업 경제연구소장들과 만나서 이렇게 발언한다.
- 우리 경제를 살리는데 재벌 대기업이 여전히 견인차 역할을 해야된다고 생각한다.
- 재벌 대기업이 자신의 성장이나 이익만을 도모하지 말고 우리 경제를 공정한 경제로 만들고 우리 경제를 혁신해서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드는 노력을 해달라. 그런 노력을 함께 해주신다면 국가나 정부가 최대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현재 고용을 떠받치고 있는 곳은 중소기업들이다)
-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거래가 공정해져야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처우가 개선되고 그것을 통해 경제불평등 해소가 가능하다. 또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차별이 해소돼야 극심한 양극화 현상이 해결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모두가 다 재벌 대기업들의 역할이 아주 필요한 부분이다.(그런데 비정규직을 합법화 해 준 정권이 바로 노무현 정권이었다)
- 우리사회 일자리 부족을 해결하려면 우리 재벌 대기업들이 더 많은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해야 하고 특히 해외에 나간 기업이나 공장들이 다시 국내로 되돌아오는 유턴도 필요하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듣고 싶다.(내가 집권하면 팍팍 밀어주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그리고 문재인은 이날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단종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이것은 삼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경제 전반의 문제이고, 삼성전자가 국가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세계 속에서 우뚝 서 있는 것에 대해 국민들은 아주 자긍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국민들의 문제이기도 하다" "갤럭시노트7의 문제도 전화위복의 계기로 잘 극복해주기 바란다" (갤럭시 노트7의 단종 문제가 국민들의 문제란다. 삼성의 책임을 묻는다는 아주 약한 워딩도 없다.)
- 전경련에서 미르재단, K스포츠를 비롯한 여러 재단에 대기업으로부터 수천억 원을 거둔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가 대기업들의 경제활동을 돕기 위해 앞으로는 법인세를 낮춰주면서 뒤로는 막대한 돈을 이른바 준조세 형식으로 걷는 것은 기업의 경영을 악화시키는 아주 반기업적인 행태이다. 이런 일들이 모두 없어져서 기업들이 경영활동, 경제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다. 그런 좋은 기업환경을 함께 만들어야겠다.(미르-K스포츠 재단에 재벌들이 돈을 바친 것은 박근혜의 압력에 의해서 한 것이므로 재벌들은 피해자라는 뜻이다. 그러나 지금 특검은 삼성그룹 등의 뇌물공여죄 입증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위의 발언은 문재인의 공개적인 모두발언이었다. 그 이후에는 비공개로 회의가 진행되었다. 무슨 말들이 오갔을까? 각자의 상상에 맡긴다.
이런 문재인이 어제는 입장을 180도 바꾸어 강력한 노무현정권의 사기공약이었던 재벌개혁의 재탕을 들고 나왔다. 이런 문재인을 무슨 근거로 신뢰할 수 있는가?
더구나 노무현정권은 민주진보를 기치로 내걸고 노동자, 서민, 농민들을 위한 정권이 되겠다고 공약하고 집권하여 오로지 친재벌, 친미주의로 일관했던 사기정권이었다.
그런데도 문재인을 비롯한 친노문 패권세력들은 이런 노무현정권의 실정을 반성하기는 커녕 '성공한 정부'라고 궤변을 늘어놓으며, 실패한 정권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말하기를 '그 모든 것은 조중동을 비롯한 수구보수언론 탓이고, 수구세력의 탓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집권한 정부여당을 반대하는 것이 야당 아닌가? 야당이 무조건 반대하면 모든 정책을 야당이 주장하는 대로 시행해야 하는가? 그렇다면 집권을 왜 하는가?
왜 집권세력에게 지지층이 중요한지 아는가? 지지층이 강고해야 정책 추진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노무현 정권은 집권초기에서 부터 강력한 지지층이었던 호남, 노동자, 서민, 농민들을 배신하기 시작했다. 아니 노무현과 문재인 그리고 친노세력은 처음부터 이들을 보듬을 생각 자체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한나라당과 '대연정'에 매달렸던 것이다.
문재인은 자기의 과거를 돌아보지 않는 사람이다. 문재인의 말은 시시때때로 바뀐다. 이는 대한민국을 운영하겠다는 사람으로 자격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하는 것이다. 이런 문재인에게 다시 대한민국의 권력을 주어야 하는가? 문재인에게는 야당의 주도권도 주어서는 안되는 인물이다.
문재인에게 권한다. 다시 부산으로 내려가 로펌이나 운영하면서 그렇게 애지중지하던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에게 법조실무나 가르치기를 권한다. 그것도 법조인의 윤리강령을 기본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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