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독재부역자 업무일지 속 '김기춘'

장경욱/ 인권연대 운영위원 | 기사입력 2017/01/15 [13:40]

희대의 독재부역자 업무일지 속 '김기춘'

장경욱/ 인권연대 운영위원 | 입력 : 2017/01/15 [13:40]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자신이 민정수석으로 근무하던 시절인 2014년 6월 14일부터 2015년 1월 9일까지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 김기춘의 지시사항을 매일 매일 날짜별로 자세히 메모하였다. 유족들에 의하여 세상에 공개된 업무일지에는 김기춘의 직권남용 범죄가 낱낱이 드러나 있다.

 

업무일지는 한국사회를 지배해온 공안통치의 내부에서 어떠한 일이 있었는지를 제대로 알 수 있는 역사적 기록이 되고 있다. 업무일지에 드러난 신유신 공안통치의 기획자 김기춘의 사고나 업무스타일은 어떤 걸까?

 

그는 국가정체성과 헌법가치, 체제수호를 위해 전사들이 싸우듯이 비타협적 자세와 강철 같은 의지로 대통령과 대한민국 보위를 위해 근위병, 호위무사로서 끝까지 전투력을 잃지 않도록 힘과 기를 갖추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야간의 주간화, 휴일의 평일화, 가정의 초토화, 라면의 상식화 노선을 제시하며 모든 것을 바쳐 헌신할 것을 주문한다. 이념대결 속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갈등 속에서 전사적 자세를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 사진 출처 - 민변    

 

 

그에게 5. 16과 유신헌법에 대한 평가는 청와대에서 일하는 사람이 가져야 할 공통된 인식이 필요한 대상이다.

 

5. 16은 북한보다 가난한 대한민국이 반공의식마저 약화된 안보 위기상황에서, 또 초등학생도 시위에 나서 사회질서가 문란한 상황에서 애국심 가진 군인들이 구국의 일념에 일으킨 사건으로, 그 결과 대한민국은 경제성장과 자유와 번영을 구가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유신헌법은 월남 패망 직전 7.4 남북공동성명과 체제경쟁, 남북대결 속에서 카터 행정부의 미군철수와 북한의 헌법 개정에 맞서 국력결집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그에 대한 평가는 역사에 맡길 수 밖에 없다는 인식이다.

 

그에게는 전사적 자세로 이념대결 속 생활을 할 수 밖에 없도록 집요하게 투쟁을 전개하는 반체제세력이 있다. 반체제세력에 대한 그의 태도는 생존을 위협하는 적군으로 관념해야 하고 온정주의는 금물이다.

 

그가 보기에 반체제세력의 목록은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우리 사회의 도처에 깔려 있었고 그의 할 일은 태산 같았다.

 

내란음모 사건이나 통합진보당 해산결정과 같이 헌법가치, 국가정체성 수호에 환호성을 질렀던 일도 있었다. 하지만, 이석기의 선처를 호소하는 카터 전 미국대통령의 서한에 대한 반박도 필요했고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문을 반영하는 헌법교육 강화방안도 필요했다. 반체제세력의 집요함에 골치가 너무 아팠다. 보수의 약점은 집요함이 없는 것이다. 내심 반체제세력의 집요함이 부러웠다.

 

민주노총, 통합진보당은 차치하고서라도 쌀 관세화 유예 연장을 요구하며 쌀 수입개방을 반대하는 농민단체, 법외노조 철회와 한국사 국정화 철회를 요구하는 전교조, 청와대를 대상으로 한 언론의 문제보도 기사 하나 하나에 대응해야 했다. 언론의 청와대 문제보도는 청와대에 대한 신뢰와 권위를 추락시키는 허위왜곡보도였다. 비서실장 시절 내내 언론은 성가신 존재였다.

 

그가 모니터링하며 대응해야 할 일은 줄어들기는커녕 늘어만 갔다. 세월호 참사원인에 청와대 보고 및 그 과정의 혼선에 대한 진상규명 요구는 대비책을 강구해야 할 일거리였다. 세월호 특별법은 좌익들의 국가기관 진입 욕구에서 비롯된 국난초래의 법이었다.

 

영화계 좌파성향 인적 네트워크 파악도 필요했고, 교육감의 좌파적 낭비 시정도 그의 일이었다. 대통령을 모독하는 그림을 그린 홍성담과 같은 사이비 예술가는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했다. 교황방문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움직임에도 대비해야 했다. 반체제세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파지식인 결집, 우파시민단체와의 협력도 청와대의 업무가 되었다.

 

그가 쉴 새 없이 강조하였던 내부 보안의 생활화도 준수되지 않았다. 청와대 내부문건이 외부 언론사에 유출되는 국기문란의 보안유출사고까지 터져 그 수습에 모든 역량을 투입해야 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탈북자 직파간첩사건에서 무죄가 선고되었다. 있을 수 없는 일이 터졌다. 정상적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했다. 그에게 체제수호의 3개 기둥은 국군장병, 주한미군, 국가보안법이었다. 국가보안법이 무력화되는 일이 터진 것이다. 

 

재발방지책이 필요했다. 국가적 행사 때마다 법원도 국가안보에 책임 있다는 멘트로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고 법관 성향에 따라 트집거리 주지 않도록 치밀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었다. 간첩 수사를 저해하는 형사법제를 개정하여 한국판 애국법을 만들도록 지시했다. 간첩 무죄를 밝힌 민변 변호사들에 대한 징계도 추진했다. 민변 변호사들이 무서워졌다.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진행하는 마을변호사도 민변이 악용할 우려가 들었다.

 

탈북자 홍강철씨가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자 9월 6일자 업무일지에 “홍강철의 변심이 key - 방지 위한 접촉 법원 거부감과 제재”, “법원도 국가안보에 책임 있다는 멘트 필요 -> 국가적 행사 때”라는 메모가 있다. 업무일지에는 체제수호의 3개 기둥을 훈시한 그날(2014년 9월 10일)에 추석인공기 계양은 국보법 무력화 위한 교묘한 책동으로 강한 분노로 엄한 처벌을 지시하며 생존을 위협하는 적군으로 관념해야 하고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고 주문하였다. 

 

그가 업무일지에서 김영한 전 민정수석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처절하였다. 자식새끼 1년 가까이 병상에 있었지만 가보지도 못하고 미력하나마 대통령을 보필하였다.

 

그의 말로가 참으로 애처로우나, 희대의 독재 부역자에 대한 온정주의는 금물이다.

 

장경욱 위원은 현재 변호사로 재직 중입니다
 

이 글은 [인권연대] 발자국통신에 실린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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