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복 선생 별세 후 1년을 회고하며

김창남/ 인권연대 운영위원 | 기사입력 2017/01/29 [13:39]

신영복 선생 별세 후 1년을 회고하며

김창남/ 인권연대 운영위원 | 입력 : 2017/01/29 [13:39]

 

신영복 선생님이 꼭 1년 전에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성공회대학교장으로 열린 장례에는 8000명이 넘는 분들이 조문을 오셔서 선생님의 마지막 가시는 길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배웅하였습니다. 차고 매서운 겨울바람이 살을 에던 1월 18일 많은 분들이 참가한 가운데 성공회대학교 성당에서 영결식이 엄수되었습니다.

 

선생님이 돌아가시기 전 병상에서 마지막 교정을 보셨던 서화집 <처음처럼> 개정판이 별세 직후인 지난 2월에 출간되었습니다. 선생님의 유분은 4월 3일 경남 밀양의 선산에 수목장으로 모셔졌고 이 자리에 표지석과 함께 진달래 숲이 조성되었습니다.

 

지난 5월 15일 스승의 날에는 선생님을 스승으로 모시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사)더불어숲을 결성했고 6월 16일 법인 허가를 받으면서 정식 출범하였습니다. (사)더불어숲은 신영복 선생님의 뜻을 널리 알리고 오래 기리고자 하는 여러 가지 사업을 준비하고 또 실행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에 관련한 자료를 모으고, 또 선생님의 뜻을 담은 샘터 찬물 편지를 많은 분들에게 보내고 있습니다. 소식지도 발간하고 여러 사람들이 모여 공부도 하고 강연회를 열기도 합니다. 다양한 소모임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기도 합니다. 서예연습도 하고 또 한 번씩 밀양에 찾아가 선생님을 기억하고 서로의 뜻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다음세대재단과 함께 신영복 선생님의 육성을 담은 소리 아카이브 작업을 위한 협약도 맺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신영복 선생님에 관한 자료를 전시하고 선생님의 뜻을 오랫동안 널리 알리는 다양한 활동의 거점이 될 수 있는 독립적 공간을 마련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성공회대학교에서는 신영복 선생님의 유업을 잇고자 신영복 선생 추모사업추진단이 결성되었습니다. 우선 선생님의 말과 글, 삶과 뜻을 젊은 학생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의미에서 ‘신영복 함께 읽기’ 수업을 만들어 지난 학기에는 대학원 과정에 개설했고, 다음 학기에는 학부 과정에 개설할 예정입니다.

 

또 학교 뒷산에 선생님이 모셔진 밀양과 똑같은 모습으로 추모 공원을 조성했습니다. 또 (사)더불어숲과 구로구청, 서울시와 함께 성공회대학교에서 푸른수목원으로 연결되는 산책로에 신영복 선생님의 서화작품들을 설치하면서 더불어숲길을 조성하게 되었습니다. 신영복 선생 추모사업추진단은 내년이나 후년 학교에 새 건물이 지어지는 시점에 맞추어 적당한 자리를 확보해 신영복 선생님의 삶과 뜻, 작품을 기억하고 나눌 수 있는 공간을 교내에 마련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진 출처 - (사)더불어숲    


 

1주기를 맞아 몇 가지 의미있는 행사들이 진행되었습니다. 지난 연말에는 선생님이 남기신 글과 말, 대담을 묶은 유고집 <냇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 그리고 <손잡고 더불어> 두 권이 돌베개 출판사에서 출간되었습니다. 또 선생님께서 생전에 바라시던 바대로 선생님의 서체 컴퓨터 폰트를 누구나 무료로 배포받아 쓸 수 있게 되었습니다. 1월 10일부터 19일까지 동산방화랑에서 선생님의 서화작품 전시회가 열리고 있고 15일에는 성공회대학교에서 많은 분들이 함께 한 가운데 1주기 추도식이 열렸습니다. 19일에는 추모 콘서트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지난 1년을 회고하면서 만약 선생님이 조금 더 사셔서 현재의 시국을 보셨다면 어떤 말씀을 하셨을지 생각하게 됩니다. 아마 희망의 언어 석과불식(碩果不食)에 대해 말씀하시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씨과실은 먹지 않는다’는 뜻의 이 구절을 선생님은 ‘씨과실은 먹히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하십니다. 촛불 광장의 시민들이 끝내 먹히지 않은 씨과실을 심으면서 이 사회에 희망이 생겨났습니다.

 

하지만 아마 선생님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말씀을 하실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우리 눈을 사로 잡았던 환상과 거품을 말끔히 걷어내고, 앙상하게 노출된 뼈대를 직시하며, 새롭게 뿌리를 거름하여 희망의 씨앗을 일구는, 엽락(葉落)과 체로(體露), 분본(糞本)의 지혜를 말씀하실 것 같습니다. 또 힘 있는 쪽, 높은 쪽에서 좀 더 약한 쪽, 낮을 쪽을 향해 가는 하방연대(下方連帶)의 가치를 말씀하실 것 같습니다. 그렇게 우리들로 하여금 서로 손잡고 더불어 숲을 향해 함께 가는 아름다운 동행을 당부하실 것 같습니다.

 

김창남 위원은 현재 성공회대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이 글은 인권연대 [발자국통신]에 실린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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