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안법'.. 상인들에게 무슨 짓 한 거니?

동대문시장 도매상인들 "옷 몇십 장 파는데 시험분석 비용만 160만 원"

추광규 기자 | 기사입력 2017/02/07 [11:10]

'전안법'.. 상인들에게 무슨 짓 한 거니?

동대문시장 도매상인들 "옷 몇십 장 파는데 시험분석 비용만 160만 원"

추광규 기자 | 입력 : 2017/02/07 [11:10]

 

# 저희 동대문 쪽에서는 오늘 샘플 만들고 저녁에 바이어가 와서 OK 하면 하루 이틀 몇십 장 작업 끝내고 돈을 받습니다. KC인증을 받으려면 일주일 이상 걸리는 시간도 문제지만, 한 가지 소재로 된 옷은 시험분석 비용이 10만 원 정도인 반면 열여섯 조각 짜리 옷의 경우 160만 원이나 듭니다.

 

# 옥시 제품에도 KC 마크 달려 있었습니다. 유해성 검사를 제대로 하려면 시간이 한참 걸릴 텐데 3~4일 만에 나오는 안전성 검사에 대해 믿을 수 없다는 의견이 많은데 그러고도 모든 위험에 대해 생산자가 그 책임을 지라고 하는 것은 불공정합니다.

 

#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전안법)' 취지는 소비자를 위해 좋은 법입니다. 우리 상품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이 법을 반대만 하지 말고 좋은 법을 만들 수 있게 대안을 마련해 정부에 제시하고 여러 정당에서도 재개정을 한다고 하니 꼭 실현하게 해주십시오.

 

#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전안법)' 시행이 1년간 유예됐다고는 하지만, 11번가 등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KC인증을 받지 않은 상품은 입점을 못 하게 하고 있습니다. 실제 서울시에서 KC인증을 안 받았다고 과태료를 부과한 사례도 있습니다.

 

 

 

 

소상공인들의 생존권을 말살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전안법)에 대한 대안 모색을 위한 간담회가 열린 가운데 이 법의 적용을 받는 시장 상인 등 현장에서 나온 생생한 목소리였다.

 

'전안법'은 전기용품 외에 신체에 직접 접촉하는 생활용품(가방·신발·의류 등)도 전기용품처럼 KC인증을 의무화하는 법으로 KC인증을 받지 않았거나 KC인증표시를 하지 않은 전기용품·생활용품은 제조, 수입, 판매, 구매대행, 판매중개를 할 수 없게끔 규정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1월 28일 '전안법' 시행을 공표했으나 논란이 거세지자 의류·잡화 등 품목의 KC 인증서 게시 및 보관의무를 1년간 유예했다.

 

'전안법' 시행 1년 유예는 임시 처방에 불과

 

더불어민주당 소상공인특별위원회(위원장 전순옥)와 소상공인연구원회는 6일 오후 3시 서울시 중구 한국패션산업그린포럼에서 '전안법' 관련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선 소상공인들의 피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전안법' 1년 유예는 '눈 가리고 아웅'이라며 제대로 된 근본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는 목소리였다.

 

간담회는 '전안법'에 대한 문제를 진단하고 해법을 찾는다는 취지로 열렸으며 KC인증 업무를 맡고 있는 한국의료시험연구원을 비롯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 정부 관계자는 물론 동대문 신평화 패션타운 상인 대표와 디자이너 등 의류업체 관계자들이 참석해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간담회를 개최한 전순옥 위원장은 "전안법 때문에 다 죽게 생겼다는 현장의 목소리를 많이 들었다. 대안을 마련하고 심각하게 느끼는 것 등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며 다 함께 어떤 대안을 만들 것인가, 유예기간인 1년 안에 어떤 방법을 통해 정책을 받아들이든지, 바꿀 게 있으면 바꾸든지 해서 소상공인들이 피해를 막고 불안을 해소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간담회를 열었다"고 취지를 말했다.

 

한영순 동대문신평화패션타운 상인연합회 회장은 "동대문은 오늘 샘플 만들면 저녁에 바이어가 와서 OK 하면 몇십 장씩 돈을 받고 오늘 저녁 아니면 내일 저녁까지 마무리한다. 그런데 (전안법을 따르게 된다면) 오케이 될지 안 될지 모르는데 가로세로 30cm 잘라서 시험분석을 보내고 라벨을 맞추어야 하는 등 10일이 흘러간다"라면서 현재 상황에 전안법 시행은 현실과 동떨어진다는 취지로 문제점을 지적했다.

 

전안법을 계기로 반대만 하지 말고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한국 의류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조심스러운 의견도 제시됐다.

 

이상봉 디자이너는 "KC인증은 기성복의 경우 몇 년 전부터 시행되는 사안"이라며 "공산품이나 전기용품은 타당하다. 국민과 소비자를 위해 어느 정도 있어야 한다. 단, 대안은 필요하다. 그러므로 '전안법'을 긍정적으로 개선해 보호받아야 한다"라고 문제점을 보완하는 대안 마련의 필요성을 밝혔다.

 

전안법 시행이 1년간 유예됐지만, 현장에서는 단속이 이뤄진 사례가 있는가 하면 온라인 쇼핑몰의 경우 KC인증 없으면 입점을 거부하는 사례도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명유석 밀크스튜디오 대표는 "KC인증을 안 받았다고 온라인 쇼핑몰에서 실제로 벌금을 맞은 곳이 있다. 시청이 나와 벌금을 매겼다"라고 사례를 제시했으며 송승렬 컴퍼시 대표도 "전안법이 1년 유예됐다고 하지만, KC인증서가 없으면 11번가 등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제품등록을 할 수가 없다"라고 지적했다.

 

▲ 간담회 참석자들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는 전순옥 위원장     © 추광규

 

 

더불어민주당 소상공인특별위원회 '전안법' TF팀 구성 대응 방침 마련

 

이날 간담회는 예정된 두 시간을 넘기며 현업에 종사하는 다양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들은 '전안법' 유예기간인 1년 동안 제대로 된 대안을 마련해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위원들과 정부에 제시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간담회 참석자들은 ▲전안법 대안 마련 TF팀 구성을 통해 전안법으로 인한 소상공인에게 새로운 규제가 발생해 불이익받는 사례를 구체적으로 조사할 것과 ▲전안법 대상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므로 향후 인증 등급과 생활용품의 범위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 ▲새로운 전안법 정책과 법률, 규칙 등을 도입할 때 소상공인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분석을 의무적으로 포함하도록 하는 원칙을 구현해서 정책 비용과 편익을 분석, 소상공인의 경영환경을 제고하는 소상공인 우선 원칙(Think Small First Principle)을 정착하게 해야 한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전순옥 위원장은 "얼핏 보면 '전안법'은 지난 19대 상임위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 것처럼 보이지만, 정부 법안 속에 묻어 슬쩍 넘어갔다"며 "소상공인분들이 이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도록 대대적인 홍보가 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결국 국민 생각은 안중에도 없었다"라고 비판한 뒤 "오늘 간담회에서 나온 의견들을 국회 상임위원회 위원들과 논의해 조속한 시일 내에 전안법을 재개정하는 등 소상공인분들을 위한 실질적인 문제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소상공인연구원 관계자는 "이날 진행된 전안법 간담회에서 빠르고 현실적인 개정을 위해 전안법 TF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며 "의류·패션업계 소상공인들이 진짜 바라는 것은 전안법 폐지다. 하지만 현실상 폐지가 어렵다면 다품종 소량생산을 하고 있는 동대문 밑바닥 상권인 소상공인의 목소리를 반영해 제대로 된 시행령을 개정해 달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소상공인특별위원회와 소상공인연구원은 오는 13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안법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한편 대안 마련을 촉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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