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상 훼손’ 대신, 사과-보상 모금한 교수 파면

추광규 기자 | 기사입력 2017/02/20 [14:53]

‘불상 훼손’ 대신, 사과-보상 모금한 교수 파면

추광규 기자 | 입력 : 2017/02/20 [14:53]

 

[신문고뉴스] 추광규 기자 = 불상 훼손 사건을 대신 사과하고 보상을 위한 모금활동에 나섰던 한 사립대 교수가 파면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교수는 기자회견을 통해 학교 측의 파면결정을 철회 하라고 강하게 주장하고 나섰다.

 

해당 교수는 "개운사를 도우려고 모금한 행동에 대하여 학교 측이 우상숭배 운운하며 파면한 것은 학문의 전당이자 양심의 보고인 대학에서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로써, 헌법이 보장하는 학문의 자유와 종교의 자유를 명백히 침해한 반헌법적 행위"라는 등의 이유에서였다.

 

파면 당한 교수는 지난해 1월 중순 경북 김천 개운사 법당에 밤늦게 들어가 불상 등 물품을 부순 60대 남성 기독교인을 대신해 사과하고 법당 복구 모금활동을 한 사실이 있다. 학교 측은 이 같은 행위가 '그리스도의교회 신앙의 정체성에 대한 성실성이 훼손되었다'는 등의 이유를 들며 파면을 결정했다.

 

사랑과 평화의 종교인 기독교가 폭력과 증오의 종교로 변질되어서는 안 돼

 

서울기독대학교에서 지난 17일 파면당한 이 대학 신학전문대학원 손원영(52·예술목회연구원 원장) 교수는 20일 오전 종로구 숭인동 소재 '돈암 그리스도의 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파면의 부당성을 주장하면서 결정 철회를 요구했다.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손원영 교수 ⓒ 추광규    

 

 

손원영 교수는 먼저 지난 17일 서울기독대학교 이사회의 파면결정을 말 한 후 "서울기독대학교가 대한민국의 헌법과 홍인인간이란 교육이념을 준수하는 진정한 대학이라면, 학교 측은 조속한 시일 내에 저에 대한 파면결정을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것만이 땅에 떨어진 서울기독대학교의 명예를 다시 되살리는 길이라고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손 교수는 계속해서 "저의 파면은 곧 일종의 한국 기독교에 대한 파면이며, 한국교회 전체의 명예를 실추시킨 대사건이라 아니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손 교수는 "한국교회의 명예를 떨어뜨린 그리스도의교회 협의회는 한국교회에 깊이 사죄하는 의미에서 저의 파면에 원인이 되었던 저에 대한 '신앙조사요구'를 공식적으로 철회할 것을 정중히 요구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만약 그렇지 않을 경우, 그리스도의교회 협의회는 기독교 내의 다른 여러 교단들로부터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들로부터 결코 건전한 종교단체로 사랑받거나 존경받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손 교수는 "행여나 이번 일로 해서, 우리 한국사회에 기독교를 비롯한 종교에 대한 편견이 심화되거나 혹 종교 간의 갈등이 더 커지지 않을까 심히 염려된다"면서 "이번 일로 해서 여러 종교들이 서로 더 존경하고 사랑하는 이웃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기원했다.

 

손 교수는 이 같이 말한 후 "우상 숭배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저를 파면시키라고 고발한 그리스도의교회 협의회 임원들이나 또 그것을 실행한 서울기독대학교 총장이나 이사회는 정말로 문제가 많지만"이라면서도, "그러나 그리스도의교회 협의회가 그리스도의교회가 아니라는 것, 서울기독대학교 총장이나 이사회는 문제가 많지만 그들 자신이 곧 서울기독대학교는 아니라는 것을 꼭 말씀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다수의 서울기독대학교 구성원과 그리스도의교회 성도님들은 다른 교파의 어느 신자들이나 교회들처럼 너무나 훌륭한 분들이고 또 아주 건전하고 사랑이 충만한 그리스도인들이라는 것을 꼭 말씀드리고 싶다"면서, "따라서 그들에 대한 비난은 꼭 자제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손원영 교수 파면은 어떻게 이루어졌나

 

지난해 1월 중순, 경상북도 김천의 개운사란 절에 소위 '믿음 좋다'는 60대의 한 남성 기독교 신자가 밤늦게 난입하여 '불상은 우상!'이라며 불상을 모두 다 훼손해버린 사건이 벌어졌다. 재산피해액은 대략 1억 원 정도 발생했다. 이 사고로 비구니이신 주지스님은 큰 정신적인 충격으로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

 

손원영 교수는 이 같은 소식을 접한 후 "목사를 양성하는 신학대학의 교수로서 심한 수치심과 부끄러움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면서, "사랑과 평화의 종교인 기독교가 어떻게 IS처럼 이렇게 폭력과 증오의 종교로 변질될 수 있을까? 충격을 금할 길이 없었다"고 당시 심경을 밝혔다.

 

이어 "그래서 평소 '실천'(praxis)을 강조하는 기독교교육학 교수로서 저는 조용히 앉아 있을 수만 없어 제 페이스북에 개운사 주지스님을 비롯한 관계자와 모든 불교인들에게 도의적으로 용서를 구하는 글을 게재하였다"고 밝혔다.

 

손 교수는 계속해서 "그리고 말로만 하는 사과는 진정한 사과로 보기 어렵기 때문에, 불당을 재건하는데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싶어서 '불당회복을 위한 모금운동'을 제 몇몇 지인들과 함께 펼치게 되었던 것"이라고 경과과정을 말했다.

 

이어 "그 결과 많은 금액은 아니었지만 260여만 원이 모금되었고, 그것을 부처님오신날에 즈음하여 개운사에 전하려고 하였다"면서, "그러나 개운사측에서는 기독교와 불교의 상호이해와 종교평화를 위하는데 사용해 달라며 완곡히 고사하였다"라고 말했다.

 

▲당초 기자회견은 교회내에서 이루어질 예정이었으나 야외에서 열렸다. ⓒ 추광규    

손 교수는 이어 "그래서 저희는 토의 끝에 종교평화를 위한 대화모임인 '레페스포럼'(대표:이찬수 서울대 교수)에 전액 기부하였다"면서, "그 결과 지난달 1월 11-12일에 제1회 레페스포럼 심포지엄, '불교와 기독교,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라는 주제로 기독교신학자 6명, 불교학자 6명 총12명이 참여하는 학술토론회가 개최되었다"고 밝혔다.

 

손 교수는 계속해서 "개인적으로 매우 보람 있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저의 모금 활동에 대하여 여러 언론을 비롯하여 우리 사회의 많은 분들이 아낌없는 칭찬과 격려를 해 주었지만, 유감스럽게도 유독 우리 대학의 총장과 교단의 몇몇 지도자들만이 저의 이런 행동을 '우상숭배'에 해당하는 죄요 또 저의 학문 활동이 우리 대학의 설립이념과 맞지 않는 소위 '해방신학에 해당하는 자유주의신학'이라고 주장하면서 저를 비난하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러면서 그들은 신분이 불안한 신학과의 계약직 교수들을 앞세워서 저의 신학에 무슨 큰 문제가 있는 양 강요하여 이간질시킨 뒤, 그것을 빌미삼아 저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하였고, 결국 파면에 이르게 되었다"라고 주장했다.

 

손원영 교수는 전임과 강사로 23년 동안 서울기독대에서 재직하면서 교무연구처장과 신학전문대학원장. 초대 교수협의회 회장 등을 지냈으며 파면전 직위는 부교수였다.

 

학교 측은 징계의결 요구 사유에서 "징계제청 대상자는 우리대학과 그리스도의교회 정체성과 관련하여 2013년부터 논쟁의 대상이 되었는데 또 다시 그리스도의교회 정체성과 부합하지 않는 언행을 함으로써 그리스도의교회 신앙의 정체성에 대한 성실성이 훼손되었다"고 밝혔다.

 

이어 "2014년 징계의결에서 징계수위에 영향을 준 '석고대죄의 심정으로 드리는 호소문'에서 약속한 사항들을 성실히 이행하지 않았으므로 '교육공무원 징계양정 등에 관한 규칙'에 의거하여 성실의무 위반으로 징계를 제청함"이라고 밝혔다. 

 

한편 오늘 기자회견은 교회 내에서 11시경 이루어질 예정이었으나 그리스도교회협의회가 담임목사에게 압력을 넣으면서 장소사용이 불허돼 교회 주차장 앞에서 이루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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