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고뉴스] 임두만 편집위원장 = 윤석열 대통령은 1일 담화문에서 의료개혁 당위성을 강조하면서 정부가 제시한 의대정원 2천 명 증원은 과학적 근거와 각종 통계에 의해 도출된 숫자라며 의료계가 이같은 확실한 근거를 가져오면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사단체는 물론 개별 의사들도 이날 윤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논평할 가치가 없다"거나, 심지어 '만우절 거짓말'이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따라서 사직서를 내고 진료현장을 떠난 1만여 명의 전공의들이 현업으로 복귀하지 않거나 휴학계를 내고 현역병 입대까지 각오하고 있는 최대 1만여 명의 의대생들이 휴학계를 철회하고 학교로 돌아오기는 어려운 것이 아닌가 하는 예측들이 나오고 있다.
이에 이같은 상황이 실제로 벌어진다면, 즉 조속한 시간 내에 정부가 유연하게 물러서지 않는다면 의료계도 정부도 국민들도 모두가 우려하는 의료파국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의료계는 왜 이처럼 의료파국 현실이 보이는데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을까? 정부나 일부 언론, 그리고 시민단체들의 지적인 '특권'지키기에 의한 밥그릇 싸움 비판에도 꿈쩍도 하지않고 정부에 맞서고 있는 것일까? 이를 알기 위해 의사들을 만났다.
우선 의사단체들의 주장은 의사 수는 현재도 충분하며, 정부는 지역 필수의료 붕괴를 막는 중요한 방안으로 의대 증원을 추진했지만 실효성이 떨어지고, 의사 수 증가는 의료 수요 증가로 이어져 건보 재정 악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한다.
▲진료비 폭증으로 의료 체계 붕괴 가능성
지난 2월 대한병원의사협의회가 의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사수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의대 입학 정원 감축이 절실하다’는 응답이 38.6%로 가장 많았다. 지금 의사들은 의사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에 대해 의사들은 저출산으로 인구는 줄어드는 추세인데, 매년 의대를 졸업하는 의사는 나오지만 은퇴하는 의사는 없어서 오히려 인력 과잉이라는 것이다. 현재 정부가 주장하는 필수과와 지방의료원 의사수 부족에 의한 입학정원 증원과는 전혀 다르다.
또 의료계는 의사 수가 갑자기 늘어나면 의료 수요가 늘어나게 되고, 이로 인해 국민건강보험 재정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의사 증가는 곧 진료비 증가, 즉 의료 공급자인 의사가 늘어나면 의료 수요도 함께 늘어나 건강보험 등 의료 관련 재정체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의협측은 인구 1000명 당 의사 1명 증가 시 의료비는 22% 늘어난다는 지난 2007년 건강보험공단의 연구 보고서를 근거로 의료정책연구소가 지난 10년 통계를 기반으로 자체 추산한 결과 의대 정원이 2000명 늘어날 경우 오는 2040년 국민 1인당 의료비는 매월 6만원 더 발생할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을 들고 있다.
▲필수·지방의료 활성화 실효성 떨어지고 오히려 낙수과 이미지로 지원자도 더 줄 것
정부의 의대 증원 논리인 필수·지방 의료 활성화 논리가 모순적이라고 의사들은 말한다.
의사들은 "지금 의사 수가 부족해 보이는 것은 지방의 열악한 근무여건과 보상에 따른 배분 문제, 바이탈과[필수의료과=내과 외과(흉부외과, 신경외과) 산부인과 소아과]의 격무와 수익문제 등이 겹쳐 지원자가 줄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따라서 이는 보험수가 인상 등의 조건이 따라야 함에도 의사수를 늘리면 자연스럽게 지원자가 많아질 것이라고 당국자들이 말해 이런 필수과 의사들을 '할 수 없이 지원한 '낙수과' 의사들로 만들고 있다고 비판한다.
▲ 의료교육 부실화 가능성
의료 교육 현장의 인프라가 갑작스러운 증원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 중형병원 내과의사는 "의학은 책상에 앉아 칠판글씨로 가르치고 배우는 학문이 아니다"라며 "임상 교육이나 실습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한 전공의는 "이런 문제를 지적하자 정부 당국자는 '카데바(해부교육용 시신)' 수입을 말할 정도로 '무식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이미 카데바 1구 당 학생이 10여 명에 달하고, 현미경도 부족한 와중에 1년 새 정원을 70% 가까이 늘리겠다는 것은 정상교육을 도저히 불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윤 대통령이 담화문을 통해 "의료계와 정부가 싸워서 정부가 지기만 했다"고 한 말에 대해서도 한 개원의는 '거짓말'이라고 분개했다.
그는 "수십년 동안 매년 의료보험 수가 협상에서 의료계는 정부와 시민단체들에게 밀려서 한번도 제대로 된 수가 보전을 받지 못했다"며 "쉽게 말해 수십년 동안 의사는 계속 양보만 한 결과가 필수의료의 싸구려 수가이고 그래서 의사들이 필수과를 기피해 온 것 것"이란 설명도 곁들였다.
즉 "의료의 모든 분야를 의사 손이 아닌 포퓰리즘 위주의 시민단체와 정치꾼들이 좌지우지하는 상황에서 의료계가 유일하게 저항할 수 있는 수단이 의사 공급통제였기 때문에 의대 정원 동결이 이어졌던 것"이라며 "뒤집어 말해 제대로된 의료정책이 뒷받침되었다면 의대정원 증원 문제도 예전부터 자연스럽게 해결이 되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그동안 의료계와 대화를 하려고 했으나 개원의, 전공의, 교수 등 의사단체가 각 분야로 나뉘어져 대화가 쉽지 않았다. 의료계가 통일된 안을 정부에 제시해야 정부의 '2000명 증원' 방안과 함께 논의할 수 있다"고 한 말에 대해서도 "대통령이 의사단체가 어떻게 구성되었는지도 모르면서 2000명 증원 밀어부쳤다는 자백"이라며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했다.
이어 "의사수는 15만 언저리이지만 개원의 봉직의 전공의 대학교수 등 직역에 따른 이해관계도 판이하고 필수과와 인기과 의사의 이해관계나 수입 구조도 판이하게 다르다"라며 "이런 복잡한 상황을 모르쇠하고 의사 모두를 퉁쳐서 악마화하고 기득권 카르텔이라고 비판하더니 이제와서 의사단체가 나뉘어서 대화가 쉽지 않다고 한다면 그 스스로 대통령 자격 미달을 커밍아웃한 것"이라고 호되게 내 쏘았다.
이는 결국 현 정부와 윤석열 대통령이 의료계 현실과 현재의 의료현장에 대해 표피적인 여론만으로 국가 의료 백년대계를 손질하려다 수렁에 빠진 형국이란 평가다.
따라서 의사들은 현재의 상황을 해결하려면 지금 정부가 내놓은 의대정원 확대나 의료개혁안을 철회하고 다시 의사들과 의료 관계자 학자들을 모아 치열한 토론을 거쳐 통합된 안으로 의사들도 국민들도 설득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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