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적폐 청산을 주장해 온 사법정의국민연대(이하 사법연대) 등 시민사회단체가 28일 오후 2시 이태원 녹사평역 인근에 있는 국군재정관리단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고등법원 행정1-3부가 국군재정관리단의 고의적 과실을 덮지 말고 사법정의를 실현하는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강하게 촉구했다.
이날 집회는 공권력피해구조연맹, 사법정의국민연대, 민족정기구현회, 사법적폐청산운동본부 등 4개 단체가 공동 주최했다.
“국군재정관리단, 알고도 유족 찾아나서지 않아… 직무유기 수준”
사법연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고(故) 해군 중령의 유족연금 분쟁을 언급하며, 국군재정관리단이 이미 고인이 사망했을 가능성을 파악하고도 신상 조사 및 유족 확인 의무를 방기했다고 주장했다.
해군 중령의 아들인 원고 이용우 씨는 청각중증장애인으로, 어릴 적 부모의 이혼으로 부친 사망 사실조차 알지 못한 채 살아왔다. 국군재정관리단은 2016년 신체검사 관련 통보를 보내며 뒤늦게 연금수급자 등록 절차를 안내했지만, 정작 2003년 부친 사망 후에도 2012년까지 연금이 지급되는 비정상적인 상황을 방치했다.
단체는 “2012년 주민등록 말소 등의 사유로 연금 지급이 중지된 상황이면 이미 사망을 의심했어야 하고, 그 즉시 유족 확인을 위한 조사가 이루어졌어야 한다”며 “그러나 국군재정관리단은 5년마다 진행해야 하는 신상 조사를 지키지 않았고, 그 결과 유족인 이용우 씨는 청구 기회를 잃었다”고 비판했다.
“소멸시효 주장, 국가 책임 회피 위한 궤변”
국군재정관리단은 “망인의 사망일(2003년 기준)로부터 5년이 지나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며 유족연금 지급을 거부했고, 1심도 동일한 논리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사법연대는 “원고는 실종선고 청구 과정에서야 부친의 사망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으므로, 이는 명백한 권리행사 장애 사유에 해당한다”며 “시효 완성 주장은 국가의 고의적 은폐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주장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단체는 대법원 판례(2010다71592)를 인용하며, 손해를 안다는 것은 단순히 사실을 아는 것을 넘어 ‘불법행위에 기초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음’을 인식할 정도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군인 사망 사실 숨기고 시효만 주장… 이미 법원도 위법 판단한 바 있다”
사법연대는 지난해 8월 행정법원 8부가 유사 사건에서 “군이 유족에게 사망 사실을 통보하지 않은 채 시효를 이유로 보상을 거부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판결한 점을 짚으며, 이번 사건 역시 같은 판단이 내려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체는 “국군재정관리단은 이미 2012년 지급 중단 시점에 사망 의심 사유를 인지했음에도, 정작 유족 확인 의무를 방기해 원고가 청구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만든 원인제공자”라며 “그럼에도 ‘국가’라는 이름 뒤에 숨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단체들은 이 같이 비판한 후 ‘▲국군재정관리단은 신상조사 불이행의 과실을 인정하고 정당한 유족연금을 즉시 지급하라. ▲서울고등법원 행정1-3부는 피고가 은폐한 사망 사실과 시효 장애 사유를 인정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라. ▲행정법원은 청각중증장애인인 원고의 특수성을 고려해 법과 양심에 따른 사법정의를 실현하라. ▲국방부 장관은 국군재정관리단 및 재정심의위원회의 운영 실태를 철저히 감독해 동일한 피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군인의 유족에게조차 책임을 회피하는 국방부와 국군재정관리단의 태도는 또 하나의 2차 가해”라며 “이번 판결은 사법정의와 행정책임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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