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협조 요청”을 “지시”로 둔갑시켜...청문회 미꾸라지 화법 비난 받아

신고은 기자 | 기사입력 2025/12/31 [22:18]

쿠팡, “협조 요청”을 “지시”로 둔갑시켜...청문회 미꾸라지 화법 비난 받아

신고은 기자 | 입력 : 2025/12/31 [22:18]

[신문고뉴스] 신고은 기자 = 쿠팡의 국회 청문회 이틀째, 그러나 쿠팡의 해명은 더 선명해지기는커녕 더 꼬였다. 교묘한 화법으로 핵심만 벗어나려 해서다.

 

▲ 짐 로저스 쿠팡 대표     

 

이날 청문회의 핵심 쟁점은 단순했다. 국가정보원의 공문이 ‘셀프 조사·발표’를 지시했는가 하는 문제였다. 그리고 공개된 국정원 협조 요청 공문을 보면, 사이버안보 사안에 대한 통상적 협조 요청을 담았을 뿐, 쿠팡이 주장해온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하라’거나 ‘용의자를 접촉해 조사하라’는 직접 지시 문구는 확인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쿠팡은 국회에서 “그렇게 이해했다”는 표현을 반복하며, 협조 요청을 사실상 지시로 오인·확대했다는 취지의 답변을 이어갔다. 요청과 지시의 경계를 흐리는 이 태도는, 따라서 의원들에게 "법적 책임을 희석시키는 전형적 미꾸라지 화법"이란 비판을 받았다.

 

이날 청문회에서 공개된 국정원 공문은 국가안보와 직결된 사이버 위협에 대해 정보 공유·협력을 요청하는 형식이었다. 기업이 보유한 관련 자료를 보전하고, 필요한 범위에서 협조하라는 취지다. 이는 다수의 사이버 사고 대응에서 반복돼 온 표준적 절차다.

 

 

반면 쿠팡은 청문회에서 “법적 의무가 있었다”, “용의자 접촉을 요구받았다”는 식으로 의미를 확장했다. 그러나 같은 자리에서 “발표를 요청받은 적은 없다”, “말이 애매했다”는 답변이 이어지며 자기모순도 드러났다.

 

국정원은 쿠팡 측 진술 일부를 위증 소지로 지적하며 고발을 요청했다. 그럼에도 쿠팡 경영진은 “협조해야만 했다”는 표현을 반복했다. 협조 요청을 지시로 둔갑시켜 발표의 주체와 책임을 외부로 돌리려는 시도라면, 이는 청문회에 대한 성실 의무를 저버린 것이다.

 

특히 포렌식 업체 선정과 비용 지불, 증거 회수·분석의 의사결정 주체가 어디였는지에 대해 쿠팡의 설명은 일관되지 않았다. “국정원과 논의했다”는 말과 “최종 결정은 쿠팡이 했다”는 말이 엇갈리며, 책임 소재를 흐리는 전략이 반복됐다.

 

이 사안은 해프닝이 아니다.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중대 사고에서, 기업이 책임 회피를 위해 국가기관의 협조 요청을 왜곡했다면 그 자체로 심각하다.

 

이에 국회는 공문 원문과 내부 의사결정 기록의 전면 제출, 발표 경위와 법무 라인의 판단 과정에 대한 추가 증인신문, 위증 여부에 대한 엄정한 사법 절차를 통해 사실관계를 분명히 해야 한다.

 

공문 어디에도 ‘셀프 조사·발표 지시’는 없다. 그럼에도 쿠팡은 “그렇게 이해했다”는 말로 모든 것을 덮으려 했다. 요청을 지시로 바꾸는 순간, 책임은 사라지고 진실만 남는다. 국회는 이 간극을 끝까지 파헤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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