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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고뉴스] 임두만 편집위원장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꺼내 든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다. 그동안 당 대표의 일방적 선언에 대한 반발이 있어왔으나 대승적으로 합당은 불가파한 것이 아닌가 하는 우호세력이 많아 보였는데, 정 대표와 당 주류의 합당관련 행보가 하나하나 드러나면서 역풍이 거세기 때문이다.
알단 정 대표가 내놓은 합당에 대한 구호만 보면 그럴듯하다. 야권 재편, 선거 효율, 의석과 조직의 결집…. 하지만 그럼에도 당 대표가 최고위원들과 상의 없이 조국 대표에게만 미리 통보하고 발표한 점 때문에 당내 반대파의 목소리가 커졌다.
이런 가운데 최근 불거진 ‘합당 절차 및 추진 일정 검토(안)’ 대외비 문건의 유출과 이에 대한 논란은, 이 합당이 정치적 대의보다 ‘속도’가 앞선 설계였다는 의심을 키웠다. 그리고 그 의심은 곧바로 당내 반대파의 ‘강력한 태클’로 연결됐다.
5일 동아일보 단독 보도로 알려진 문건의 핵심은 단순한 행정 절차 정리가 아니다. 2월 27일 또는 3월 3일 합당 신고를 목표로, 최고위 의결·당원토론회·권리당원 투표·중앙위 의결까지 단계별 일정을 촘촘히 박아둔, 이른바 ‘5주 완성 시간표’가 등장했다.
이 문건이 터지자 정 대표는 '유출자 색출'을 지시하고 당 지도부는 “실무자 초안이고 보고·논의된 바 없다”고 선을 긋지만, 정치의 언어로 읽으면 메시지는 단순하다.“합당은 방향(결론)이고, 절차는 일정표에 맞춰 따라오라”는 인상이다.
이 지점에서 반대파는 곧장 ‘절차의 진정성’을 겨눴다. 한준호 의원이 “결론을 정해 놓고 절차를 사후적으로 맞추려 했다는 의심”을 공개적으로 제기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절차가 존재해도, 결론을 향해 달리는 절차라면 당원주권을 내세운 명분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이에 이언주 강득구 황명선 최고위원의 공개 반발은 더욱 거세졌다.
정치적 폭발력은 일정표보다 내용에서 더 커졌다. 보도에 따르면 문건에는 협상 쟁점으로 조국혁신당 몫의 지명직 최고위원 배분이 거론됐고, 탈당 인사들의 지방선거 불이익을 완화하는 복권·당규 부칙 신설 방안도 검토됐다고 한다.
이 대목이 왜 치명적인가. 합당을 ‘연합정치’나 ‘개혁 블록’의 확장으로 설명하려면, 앞에 와야 할 단어는 가치·노선·비전이다.
그런데 문건이 던진 장면은 ‘공동비전’이 아니라 지분 배분과 룰 조정이다. 그래서 반대파가 “밀실·졸속” “답정너”를 외치며 정면충돌하는 것이다.
특히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공천 룰과 복권 문제는 내부 경쟁자들의 이해와 직결된다. “왜 지금 굳이?”라는 질문은 곧바로 “누구를 위해?”라는 의심으로 전환된다. 그래서 "정청래와 조국의 '정치적 꿈'이 먼저냐?"란 비판이 설득력이 있다. 이건태 의원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철저히 계산된 합당 추진”이라고 규정한 이유도 이 구도에 있다.
정 대표는 문건 유출 이후 “정식 회의에 보고되지도, 논의되지도 않은 실무자 문건이 유출됐다”며 유출 경위에 대한 엄정 조사를 지시했다. 조승래 사무총장도 문건 작성이 “과거 사례·절차 정리를 위한 실무적 준비”였고, 유출이 더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치적으로는 여기서 역풍이 불었다. 유권자·당원이 궁금해하는 것은 ‘누가 흘렸나’ 이전에 ‘왜 이런 문건이 존재하나’이기 때문이다. ‘유출 색출’에 초점이 맞춰지는 순간, 지도부는 “이런 내용의 논의가 있었으므로 내용은 문제없다”는 인상을 주기 쉽고, 반대파는 “본질을 회피한다”는 공격 명분을 얻는다.
박홍근 의원이 “당대표가 보고받지 않았을 가능성이 낮다”고 직격하며 공개 토론을 요구한 것도, 바로 이 불신의 틈을 파고든 것이다.
수습책이 없으면 “특단의 행동”까지 언급한 대목은, 반대파가 단순 문제제기를 넘어 정치적 압박 수위를 최고치로 올릴 준비가 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더 흥미로운 건 조국혁신당의 반응이다. 신장식 의원은 “합당 논의 자체가 없었다”, “지명직 최고위원 배분도 논의된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한마디는 민주당 내부 로드맵을 ‘기정사실화된 계획’이 아니라, 민주당 내부 사정(또는 권력투쟁)의 부산물처럼 보이게 만든다. 합당의 파트너가 “우린 들은 바 없다”고 할 때, 속도전은 더더욱 명분을 잃는다. 결국 정 대표의 전략은 “당원 투표로 밀어붙이면 된다”는 단순 공식이 아니라, 상대 정당과의 신뢰·내부 절차·선거 시계라는 세 개의 축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고난도 게임으로 변했다.
이번 반발은 감정 싸움이 아니다. 구조적으로 반대파는 세 가지를 동시에 문제 삼는다.
첫째, 명분의 부재다. “왜 합당하는가”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다. 둘째, 절차의 불신이다. “숙의”를 말하면서 뒤로는 일정표가 돌아간 정황으 드러난 것. 셋째, 이해충돌이다. 복권·룰 조정은 지방선거 이해관계자들을 정면으로 자극한다.
이 세 박자는 각각 따로도 위험하지만, 동시에 터지면 당대표 리더십을 직접 겨누는 ‘책임론’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최고위원들까지 “합당 중단”을 요구하며 정 대표를 직격하는 양상이 나타났다.
따라서 정청래 대표가 진짜로 합당을 당의 미래 전략으로 보고 있다면, 지금 필요한 처방은 단순하다.
1. 로드맵을 멈추고, 이유부터 공개 토론으로 세울 것. 2. 문건 작성·보고 라인과 내용의 성격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 3, 지방선거 시계(공천·경선)와 합당 논의를 분리해 이해충돌을 차단할 것 등이다.
속도전은 때때로 정치의 무기가 된다. 그러나 지금 드러난 장면은 속도가 ‘결단’으로 읽히기보다, 결론을 숨긴 채 절차를 장식하는 기술로 오해받기 딱 좋다. 그 오해가 굳어지는 순간, 합당은 성과가 아니라 상처로 남는다. 정 대표가 정말 “당원의 뜻대로”를 말하고 싶다면, 먼저 당원이 판단할 수 있게 정보와 토론의 장부터 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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