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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고뉴스] 김성호 기자 = 사후피임약을 일반의약품(OTC)으로 전환하고 의료보험을 적용해야 한다는 시민단체의 요구가 제기됐다.
응급피임약 특성상 ‘신속한 접근’이 핵심인데, 현재의 전문의약품(ETC) 규제가 여성 건강권과 소비자 권익을 제약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국내에서 사후피임약은 여전히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돼 병원 진료와 의사 처방을 거쳐야만 복용할 수 있다”며 “예기치 못한 임신 위험에 직면한 여성들에게 시간 제한적 응급수단의 특성을 외면한 제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후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과 건강보험 적용을 즉각 추진할 것을 촉구했다.
“24시간 내 복용 시 95% 효과…시간 지연이 관건”
단체에 따르면 사후피임약의 피임 성공률은 복용 시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인용된 표에서 보듯 24시간 이내 복용 시 약 95%의 효과를 보이지만, 48시간 이내에는 85%, 72시간이 지나면 58% 수준까지 떨어진다. 이미 임신이 진행된 경우에는 효과가 없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사후피임약은 사전 예방이나 임신 중단 수단이 아니라, 여성의 건강과 삶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응급수단”이라며 “병원 휴진일, 야간·주말 진료 공백, 원거리 거주, 심리적 부담 등으로 필요한 시점에 약을 구하지 못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를 인용해 “한국은 선진국 대비 피임약 복용률이 매우 낮고, 낙태율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며 “최근 5년 내 임신 중단 경험이 있는 여성 중 10명 중 4명이 사후피임약을 사용하지 못했고, 약 10%는 의료인의 거부로 처방을 받지 못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단체는 사후피임약 규제 논리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했다. 대한의사협회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오·남용 우려를 이유로 일반의약품 전환에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지만, 다른 의약품과 비교하면 이중 잣대라는 주장이다.
보도자료는 비만 치료제 ‘위고비’ 사례를 들며 “오남용 및 부작용 우려가 지속 제기됐음에도 12세 이상 청소년 사용이 허가됐다”며 “치료 목적이라는 이유로 승인된 약과 달리, 사후피임약은 우려를 이유로 강한 규제를 받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해외는 OTC·무상지원 확대 추세
해외 사례도 언급됐다. 소바자주권시민회의는 "전 세계 약 90개 국가와 지역에서 사후피임약을 약국에서 구매할 수 있다"며 "과거 OECD 국가 중 처방이 필요했던 독일과 일본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해, 현재는 한국과 이탈리아만 의사 처방이 필요한 국가로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의 경우 NHS가 2025년부터 모든 약국에서 사후피임약을 무료 제공하기로 했고, 미국은 처방 없이 구매 가능하며 보험 적용도 의무화하고 있다. 독일은 일정 연령대까지 무료 처방 또는 저가 구매가 가능하고, 일본도 최근 일반의약품 전환을 승인했다.
국내에서는 사후피임약 처방 시 진료비와 약값을 모두 비보험으로 개인이 부담해야 하며, 통상 5만~9만 원 비용이 발생한다. 야간이나 주말에는 추가 진찰료가 붙고, 응급실 처방 시에는 응급의료관리료까지 더해진다.
단체는 “이 같은 장벽이 구매대행 등 불법 유통 문제로 이어질 위험도 있다”며 “결국 높은 가격, 보험 미적용, 불법 유통 위험이라는 삼중 부담이 여성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사후피임약 의료보험 적용 즉각 추진 ▲응급피임약 특성을 고려한 접근성 중심 제도 개선 ▲일반의약품 전환을 촉구하며 “여성 건강권과 소비자 권익 보호 차원의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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