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문고뉴스] 임두만 편집위원장 =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는 19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한 이유를 “군을 국회로 보낸 순간, 권한은 국헌문란 목적의 폭동이 됐다”고 짧게 정리했다.
이날 나온 전직 대통령에 대한 이 판결은 형량을 넘어 “대통령 권한”과 “헌정 파괴”의 경계를 법원이 어디에 긋는지 드러낸 날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재판부는 이날 “원칙적으로는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자체가 내란죄가 되기 어렵다”는 통설적 문장을 전제처럼 깔면서도, 그 전제를 무력화하는 단서를 동시에 판결의 중심에 놓았다. ‘국회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목적’과 ‘군의 국회 투입’ 이 두 가지가 결합되는 순간, 권한 행사의 외피는 “국헌문란 목적의 폭동”으로 전환된다는 판단이다.
판결의 핵심 문장: “이 사건의 핵심은 군을 국회로 보낸 것”
재판부가 반복적으로 못 박은 요지는 단순하다. 비상계엄을 둘러싼 논쟁은 결국 “정치적 선언”이 아니라 “실력 행사”로 귀결되며, 그 실력 행사의 최정점이 국회 봉쇄와 국회 기능 저지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군을 보내 국회를 봉쇄하고 주요 인사를 체포하려는 방식으로 국회의 활동을 저지하거나 마비시켜 “상당 기간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들 목적을 가졌다고 봤다.
여기서 중요한 건 ‘결과’가 아니라 ‘구성요건’이다. 계엄이 5시간 만에 해제되고 계획이 실패했더라도, 군의 이동·진입·통제·체포준비 같은 일련의 행위 자체가 “폭동”의 범주에 포섭될 수 있다는 논리다.
즉, 재판부가 제시한 내란죄 판단의 관문은 “계엄 선포가 적법했는가”가 아니라, 계엄이라는 명목으로 국회의 권능을 봉쇄하려는 실력 행사가 있었는가로 옮겨간다.
왜 ‘사형’이 아니라 ‘무기징역’이었나: 양형 논쟁의 불씨
내란 우두머리의 법정형은 사형·무기징역·무기금고로 사실상 ‘극형’만 존재한다. 그런데도 재판부가 사형 대신 무기징역을 택한 이유는, 판결문이 드러낸 몇 가지 “참작 요소”에 있다. 이날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내란 행위가 아주 치밀한 계획으로 보이지 않는 점 ▲물리력 행사를 최대한 자제하려 한 사정 ▲계획이 실패로 돌아간 점 ▲초범 ▲장기간 공직 봉직 ▲65세 고령 등을 양형에 반영했다.
하지만 이 대목은 곧바로 정치권·시민사회에서 가장 큰 논쟁을 낳았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무기징역을 “법정 최저형”이라고 규정하며 “국민 법감정에 반하는 매우 미흡한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우원식 국회의장 역시 “내란 실패가 감경 사유가 된 점은 아쉽다”며 실패의 원인을 “국회와 국민의 저항”으로 짚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 양형 논쟁은 단순한 ‘형량 감정’이 아니다. ‘내란 미수’에 준하는 사실관계를 얼마나 무겁게 평가할 것인가, 그리고 실제 유혈사태가 없었다는 점을 국가헌정 파괴 범죄의 감경 사유로 볼 수 있는가라는 법철학적 질문이 남는다. 항소심의 최대 격전지는 유무죄보다도 오히려 이 양형 논리일 가능성이 있다.
“수사권 논쟁”을 정리한 부수적 의의: 절차 정당성의 확정
이번 선고의 또 다른 의의는 검찰과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기소 적법성 논쟁에 대한 법원의 정리다. 법원은 이번 사건에서 “공수처의 내란 수사 적법” 판단을 내렸고, 이는 공수처의 권한과 수사권능 기준을 제시한 것이라고 평가된다.
이 부분은 향후 항소심에서 피고인 측이 흔히 꺼내드는 “절차 위법→증거 배제→공소기각” 류의 공격을 일정 부분 선제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다시 말해, 논쟁의 무게중심이 절차적 흠결에서 실체 판단(국회 봉쇄 목적·체포 계획·지휘계통)으로 더욱 이동하게 된다.
추후 진행 예측: 항소심은 ‘유무죄’보다 ‘형량·법리 프레이밍’ 싸움이 될 가능성
윤 전 대통령 측은 선고 직후 “법치 붕괴”를 언급하며 항소 여부를 논의하겠다고 했고, “끝까지 싸우겠다”는 메시지도 냈다. 통상적으로 이런 중대 사건에서 항소는 거의 확정적 수순에 가깝다. 다만 향후 구도는 대략 세 갈래로 정리될 가능성이 있다.
핵심은 “내란죄 구성요건(국헌문란 목적·폭동)”의 문턱을 다시 높이는 것이다. ‘경고성 계엄’ ‘국정 마비 타개’ 등의 동기를 부각하며 “국회 기능 마비 목적” 인정을 흔들고, 군·경의 행위를 ‘치안·질서’ 프레임으로 재해석하려 할 것이다.
동시에 수사·증거·공판 절차의 흠결을 계속 문제 삼겠지만, 1심이 적법 판단의 틀을 제시한 만큼 실체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선고 후 여권과 시민사회에서 “사형 구형이 유지돼야 한다”는 압박이 이미 공개적으로 제기됐다. 이에 항소심에서는 ‘실제 유혈이 없었다’가 아니라 ‘헌정 기능 파괴 시도’ 그 자체의 중대성을 전면에 놓고, 양형 사유로 든 “실패·자제”를 오히려 가중 요소(국민 저항으로 실패했을 뿐)로 되받아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항소심 재판부가 풀어야 할 과제도 명확하다. 법리적으로는 “대통령 권한 행사”와 “실력 행사에 의한 국회 봉쇄”의 경계선을 더 명확히 그어야 한다.
사회적으로는, 이번 판결이 ‘정치적 선고’라는 공격을 받지 않도록(혹은 그 공격을 견딜 수 있도록) 사실인정의 촘촘함과 양형 논리의 설득력을 보강해야 한다. 1심에서 이미 “핵심은 군의 국회 투입”이라는 문장으로 프레임을 선점했기 때문에, 항소심은 그 프레임을 유지하되 더 엄밀한 기준을 제시하려 할 공산이 크다.
이 선고가 남긴 가장 큰 의의: “권력은 헌법의 절차를 빌려 헌법을 멈출 수 없다”
이번 판결을 하나의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다.
"헌법이 준 권한이라도, 헌법기관의 기능을 봉쇄·마비시키는 실력행사로 변질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권한이 아니라 헌정 파괴다."
그래서 이 판결은 ‘윤석열 개인’의 몰락만을 말하지 않는다. 앞으로 어떤 권력도 “비상” “국가 위기” “질서 회복”을 내세워 국회의 기능과 선거·사법의 신뢰를 압박하려 할 때, 그 행위가 어디부터 범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는지에 대한 사법적 기준점을 남겼다.
이 때문에 보수 진영 내부에서도 “절윤” “윤 어게인과 절연” 같은 자기정리 요구가 공개적으로 분출되는 계기가 됐다.
항소심은 이 기준점을 더 높이거나(사형 등 중형 가능성), 혹은 더 좁힐(무기 유지 또는 일부 감경) 수 있다. 하지만 최소한 1심이 던진 질문인 “권한의 형식이 헌정 파괴의 실체를 덮을 수 있는가”는 이제 정치가 아니라 법정에서, 그리고 역사 속에서 반복 검증될 것이다. 어떻든 정치 입문 8개월 만에 '별의 순간'에 오른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 윤석열은 권력의 정점에 오른 지 4년 만에 내란 무기징역범으로 전락했다.
#윤석열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내란우두머리 #무기징역 #12·3비상계엄 #국회봉쇄 #국헌문란 #폭동 #항소심 #양형논쟁 #사법부 #헌정질서 #공수처수사권 <저작권자 ⓒ 신문고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