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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고뉴스] 조찬옥 칼럼 = 대한민국 사회에서 부동산 정책은 매우 민감하게 작용하며, 정권 실패의 대명사처럼 여겨져 왔다. 역대 정권마다 대부분 집값 안정에 실패했고, 그에 대한 대가는 매우 혹독하여 정치적 신뢰 상실로 돌아왔다.
그런 점에서 이재명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국민들의 이목 속에 비정상적인 아파트 가격을 정상화하겠다는 의욕을 보여왔다. 그리고 최근 흐름을 보면 이번만큼은 다를 수 없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싱가포르 국빈 방문 중 이재명 대통령은 싱가포르 대통령을 만나 부동산 정책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며 많이 배우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의 이번 싱가포르 방문이 단순한 시찰이 아니라, 국가 주거 철학을 재설계하는 출발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특히 부동산 정책에 있어서 그렇다.
싱가포르는 정권이 바뀌어도 부동산 정책의 기조가 바뀌지 않는다. 싱가포르는 부동산, 특히 집값과 전쟁을 하지 않는다. 전쟁이 벌어지기 전에 제압하고 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부동산 정책은 시장 안정과 과열 억제, 자국민 주거 우선을 골자로 하는 강도 높은 규제 정책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
특히 외국인과 다주택자의 투자 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여러 조치들이 도입되었고, 공공주택 체계와 세제도 독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싱가포르의 부동산 정책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집은 투기의 대상이 아니라 국가 생존의 기반이라는 철학이다.
이 나라는 주택 정책을 시장에 맡기지 않고, 필요하면 세금으로 눌러버리고 필요하면 공급으로 잠재운다. 외국 자본이 몰려오면 무조건 환영하지 않고 걸러내기도 한다.
싱가포르는 부동산 과열을 막기 위해 추가 취득세(ABSD)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외국인(비시민권자·비영주권자)이 주택을 구입할 경우 추가 취득세 60%가 적용된다. 이는 글로벌 기준에서도 매우 높은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싱가포르 시민은 생애 최초 주택 구입 시 기본 취득세(BSD)가 면제되며, 두 번째는 20%, 세 번째 이상은 30% 등 단계적으로 부과된다. 또한 단기 매매를 할 경우 판매자 취득세(SSD)를 추가로 부과한다.
이처럼 높은 추가 취득세(ABSD)는 외국인과 다주택자의 거래를 억제해 시장 과열 위험을 낮추는 핵심 수단이다.
이같이 돈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시장을 흔들지 못하도록 만들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공공주택 체계가 있으며, 국가가 공급을 통제하고 있다. 싱가포르 국민의 약 80%가 HDB 공공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국가는 단순한 규제자가 아니라 공급자이자 설계자다. 신혼부부는 추첨을 통해 주택을 분양받고 일정 기간 의무 거주해야 하며, 전매는 엄격히 제한된다.
그래서 싱가포르 국민의 약 90%가 주택을 소유하고 있으면서도 집값 폭등이 사회 불안을 일으키지 않는 구조다. 이는 주택 거래를 시장에 맡기지 않고 정치가 책임지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 대한민국 주택정책, 진영 논리 속에 출렁 -
우리의 주택 정책은 문제가 있을 때마다 진영 논리에 희생양이 되어 왔다. ▲규제 강화 → 정권 교체 → 규제 완화, ▲세금 강화 → 시장 반발 → 세금 완화, ▲공급 확대 발표 → 실제 입주까지 5~7년 소요...이처럼 대한민국 부동산 정책은 일관성이 없다.
시장은 정책을 믿지 못하고, 세금을 올리다가 정권이 바뀌면 기조도 바뀐다는 학습 효과가 이미 자리 잡았다. 그래서 시장은 알고 있다. 버티면 정책이 바뀐다는 사실을. 그 결과 주택은 레버리지 게임이 되었다.
청년은 좌절하고, 무주택자는 분노하며, 다주택자는 계산기를 두드린다. 정책이 시장을 설득하지 못하면, 시장은 정책을 조롱할 수밖에 없다.
공공주택 비율은 낮고 민간시장 의존도만 높다. 민간시장은 부를 쌓는 지름길이 되었다. 또한 토지 공개념은 말로만 등장하고, 결국 주택은 주거의 공간이 아니라 이재(利財)의 수단이 되었으며 정책은 늘 가격과의 전쟁에 머물러 왔다.
공공주택 비율을 획기적으로 늘리지 않으면 민간 주택 가격을 잡을 방법이 없다. 보조금이 아니라 구조 개편이 필요한 것이다. 정권이 바뀌어도 기조는 유지된다는 신뢰, 이것이 시장 안정의 본질이다.
싱가포르는 도시 국가다. 대한민국은 수도권 과밀과 지방 소멸을 동시에 겪는 나라다. 주택을 이재의 수단으로 둘 것인가, 주거의 개념으로 둘 것인가, 시민의 권리로 재정의할 것인가. 정부는 분명한 시그널(signal)을 보여주어야 한다.
결론 - 부동산은 숫자가 아니라 권력의 문제다 -
싱가포르는 부동산 정책을 시장에 맡기지 않고 국가 권력으로 통제한다. 그래서 신뢰가 생긴다. 우리가 싱가포르에서 배워야 할 점은 주택의 다양성이 아니라 국가가 어디까지 개입할 것인가에 대한 결단력이다. 부동산은 단순한 경제 정책이 아니라 체제의 안정성을 가르는 시험대다.
(사)민주화추진협의회 사무총장 조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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