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학벌보다 중요한 것은 ‘단합의 힘’이다

박오영 교수 | 기사입력 2026/03/16 [13:08]

[칼럼] 학벌보다 중요한 것은 ‘단합의 힘’이다

박오영 교수 | 입력 : 2026/03/16 [13:08]

일본에는 10개가 넘는 자동차 회사가 있다. 도요타, 닛산, 혼다, 미쓰비시, 마쓰다, 이스즈, 스즈키, 후지중공업, 다이하쓰, 히노자동차 등 이름만 들어도 낯설지 않은 세계 최고의 기술력과 품질을 자랑하는 자동차 기업들이 즐비하다.

 

2년마다 개최되는 도쿄모터쇼에는 세계 각국의 자동차 전문가들이 반드시 참석하고 싶어 할 정도로 첨단 자동차 기술이 공개된다. 이 행사에서는 향후 10년간 자동차 기술의 변화를 가늠할 수 있어 수많은 엔지니어와 산업 관계자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한다.

 

일본 자동차 산업에서 독보적인 기업은 단연 도요타자동차다. 도요타는 세계 1위의 판매량을 자랑하며, 최근에는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를 통해 회사의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 #도요타 자동차 쇼룸 자료사진  

 

도요타와 닛산, 그리고 한국 정치가 보여주는 교훈

 

흥미로운 점은 도요타가 최근 대세로 떠오른 전기차 생산에는 비교적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기차 부품 중 약 40%를 차지하는 핵심 기술인 배터리 분야에서는 1400개가 넘는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전기차 생산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전기차의 핵심 기술인 배터리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처럼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품질, 시장 점유율을 자랑하는 도요타자동차에는 도쿄대학교 출신 직원들이 많지 않다. 오히려 지방 대학 출신 인재들이 회사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반대로 일본 자동차 업계에서 오랫동안 2위를 유지해 온 닛산자동차에는 도쿄대학교 출신 인재들이 많이 포진해 있다. 본사가 도쿄 인근 요코하마에 위치한 점도 이러한 현상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반면 도요타자동차의 본사는 나고야에 있다. 도쿄에서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에게는 나고야조차 지방 도시로 느껴질 수도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일본 최고의 엘리트들이 모였다는 닛산자동차는 기술, 판매, 품질 측면에서 도요타를 단 한 번도 완전히 따라잡지 못했다.

 

도요타가 4~5년 앞서 차량 모델을 개발해 시장에 출시하면, 그 자동차는 곧 시장의 기준이 된다. 결국 닛산은 자체적인 새로운 모델을 개발하려 해도 이미 도요타가 선점한 시장을 뒤따르는 구조가 되면서 오랫동안 2위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또 하나의 차이는 조직 문화였다.

 

명문 대학 출신 인재들은 때로는 서로 단합하기보다 상대의 약점을 지적하는 데 익숙한 경향이 있다. 반면 도요타의 직원들은 반드시 최고의 학벌을 가진 사람들만은 아니었지만, 서로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협력하는 문화를 만들어 왔다.

 

상대를 비난하기보다 자신의 부족함을 먼저 돌아보고, 서로 힘을 합해 더 큰 성과를 만들어 내는 조직 문화가 자리 잡은 것이다. 도요타는 완벽한 인재만을 찾기보다, 평범한 인재를 채용해 회사 안에서 성장시키는 문화를 갖고 있다.

 

▲ 자동차 조립공정 자료사진   © 신문고뉴스

 

반대로 일본 최고의 엘리트들이 모였던 닛산자동차는 한때 프랑스 르노자동차에 흡수되는 위기를 겪었다. 르노의 카를로스 곤 회장이 닛산에 처음 부임했을 때, 한 기자가 “왜 닛산이 르노에 인수되었습니까”라고 질문했다.

 

그때 곤 회장은 이렇게 답했다.

 

“그 이유는 저에게 묻지 않아도 됩니다. 닛산 직원들에게 물어보면 누구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기술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조직이 하나로 뭉치지 못했던 것이 더 큰 이유였다는 뜻일 것이다. 이후 카를로스 곤은 닛산을 대대적으로 개혁하며 회사를 도산 위기에서 구해냈다. 이런 사례는 일본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한국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다.

 

한국 자동차 산업의 양대 축은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다. 그러나 서울에 기반을 두었던 기아자동차는 결국 울산에 본사를 둔 현대자동차에 인수되며 현대차 그룹의 일원이 되었다.

 

기아자동차는 창업 80년의 역사를 가진 회사로 현대자동차보다 약 20년 이상 오래된 기업이었다. 봉고 시리즈 등 수많은 히트 차종을 만들며 한때 국내 시장 점유율 37%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기아자동차는 현대자동차에 인수되는 길을 걸었다.

 

물론 경영상 여러 요인이 있었겠지만, 조직 내부의 결속력 역시 중요한 요소였을 것이다. 회사의 운명이 곧 자신의 운명이라는 공동체 의식이 부족했다면 어떤 조직도 위기를 이겨내기 어렵다.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이 회사를 살리겠다는 마음을 가진다면 어떤 기업도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이러한 이야기는 자동차 산업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정치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볼 수 있다.

 

▲ #기아자동차 #현대자동차 자료사진   © 신문고뉴스

 

대한민국 정치에는 여당과 야당이라는 두 세력이 존재한다.

 

야당에는 유독 법대 출신과 해외 유학파 등 뛰어난 학벌을 가진 정치인들이 많다. 겉으로 보면 최고의 학력과 경력을 갖춘 인재들이 모여 있어 정치도 더 잘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반드시 똑똑하다고 해서 일이 잘 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여당에는 법대 출신보다 국문과 등 다양한 전공을 가진 정치인들이 많다. 그런데 이들은 현장 감각이 뛰어나고, 목표를 향해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학벌이 뛰어난 사람들이 항상 단합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자신이 옳다는 확신 때문에 상대의 단점만 부각시키는 모습도 나타난다.

 

자신의 잘못을 돌아보기보다 상대의 책임을 먼저 말하는 문화는 조직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이승만은 이런 말을 남겼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학벌이 뛰어난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공동의 목표를 향해 함께 나아가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 리더를 선택했다면 임기 동안 최소한의 존중과 협력이 필요하다. 끊임없이 서로를 끌어내리려는 모습은 공동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치든 기업이든 결국 조직을 움직이는 힘은 똑똑함이 아니라 협력과 단합이다.

 

이제는 법을 아는 사람들만의 세상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가려는 사람들이 만드는 세상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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