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위원장 칼럼] '절윤은 없다’는 정진석의 선언, 보수는 어디로 가고 있나

임두만 편집위원장 | 기사입력 2026/04/30 [17:34]

[편집위원장 칼럼] '절윤은 없다’는 정진석의 선언, 보수는 어디로 가고 있나

임두만 편집위원장 | 입력 : 2026/04/30 [17:34]

[신문고뉴스] 임두만 편집위원장 =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정진석 전 의원이 6.3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충남 공주·부여·청양 지역구의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비서실장 수락 인사말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대의제 민주공화국이므로 공직선거법에서 정한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가진 누구라도 공직선거에 출마하겠다는 뜻을 밝힐 수도 있고, 또 출마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 받아 구속 수감 중인 전직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그가 한 재보궐선거 출마 선언은 다르다.

 

그의 국회의원 출마선언은 단순한 개인의 정치적 복귀를 넘어, 윤석열을 수뇌로 했던 보수 진영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이미 우리 사법부는 중대한 판단을 내린 바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관련된 사건 중 내란 우두머리 혐의는 1심에서 그의 행위를 ‘내란’으로 규정,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또한 공수처가 자신을 체포하기 위해 체포영장을 집행하려 할 때 경호처 요원들을 동원, 체포를 방해하게 한 ‘체포방해’ 행위, 즉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재판에서도 1심과 2심 모두 윤 전 대통령을 ‘내란범’으로 규정했다. 특히 최근 진행된 체포방해 등 혐의 2심에서는 1심 재판에서 보다 형량이 더 무겁게 선고됐다. 

 

물론 사법 절차는 진행 중이며 상급심 판단이 남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비록 1심과 2심이지만 법원이 내린 판단을 정치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다.

 

정진석은 오늘 출마선언문에서 자신이 계엄선포를 말렸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 글에서 “계엄 선포는 제게 마른 하늘의 날벼락이었습니다. 12월3일 밤 저는 단호하게 계엄 선포를 반대하고 만류했습니다. 김용현 국방장관에게 ‘역사에 어떻게 책임을 지려고 이러느냐’ ‘내일 아침 광화문에 수십만명의 시민이 몰려 나오면 어떻게 하려느냐’고 고함을 쳤습니다.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이 끝나자마자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빨리 국무회의를 열어 계엄해제를 결의하자고 요청했습니다.”라고 썼다.

 

그는 또 “최선을 다했지만 크나큰 걱정을 끼쳐드린 점, 송구한 마음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제게 도의적 정치적 책임이 있다면 빗겨 서지 않겠습니다.”라는 말도 했다.

 

하지만 그의 글 전문을 살펴도 그가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그 잘못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지에 대한 표현은 없다.

 

그는 자신의 출마 이유에 대해 “의회주의를 바로 세우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회주의를 바로세우기 전에 의회가 존재해야 할 민주주의를 총칼로 깨부수려 한 ‘내란 우두머리’가 의회의 탄핵으로 탄핵되고 그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되어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뒤에도 그는 그의 비서실장 자리를 물러나지 않고 다음 대통령이 당선된 2025년 6월 3일까지 비서실장 직에 있었다.

 

이를 그는 행정과 국정에 대한 책임이라고 말할지는 모르지만, 이미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그 지위는 권한대행에게 이전되었으므로 사실상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져야 힐 국정책임은 없어졌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그는 의회주의를 말할 지격이 없다. 이에 그의 선언문 곳곳에서는 의회주의에 대한 성찰보다 정치적 진영 논리가 더 짙게 묻어난다.

 

더구나 그의 선언문에 나타나는 피해자 서사의 전면화다. 

 

그는 스스로를 “날지도 울지도 못하는 새”에 비유하며 시련을 강조한다. 그러나 그는 국민 앞에서 울었어야 했다. 자신이 주장한대로 계엄을 반대하고 김용현을 추궁했다면 이를 국민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말하고 울었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 체포를 방해하고 탄핵을 반대하는 국민의힘 주류 의원들의 행위를 막지도 않았다.

 

그의 핵심 주장인 “헌정 붕괴를 막기 위한 충정” 역시 마찬가지다.

 

야당의 반대로 헌정 질서가 위협받고 있다는 문제의식 자체는 개인의 정치적 주장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전적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책임으로만 환원하는 것은 복잡한 정치 현실을 지나치게 단순화한다. 의회주의란 다수와 소수의 긴장 속에서 작동하는 제도이지, 일방의 ‘폭주’ 프레임으로 설명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특히 “절윤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대목은 이번 선언의 본질을 드러낸다. 그는 정치적 관계는 단절됐다고 하면서도 인간적 관계는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인간적 관계는 개인의 영역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관계가 단순한 사적 유대가 아니라, 권력과 책임의 연장선에 놓여 있었다는 점이다. 정치적 책임을 논하는 자리에서 ‘인간적 관계’를 방패로 삼는 순간, 책임의 경계는 흐려진다.

 

그래서 “절윤을 강요하지 말라”는 발언은 정치적 거리두기는 말하면서도, 권력과 책임의 핵심에서는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메시지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태도가 아니다. 최근 이어지는 인사들의 행보, 즉 친윤 색채를 내는 주요 인사들의 선거 출마 움직임은 하나의 흐름으로 읽힌다. 사법적 판단과 정치적 책임을 분리하려는 시도, 그리고 그 사이에서 책임을 희석시키려는 전략이다.

 

내란 방조혐의로 기소되어 있는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공천한 점, 윤석열 전 대통령의 예비후보 시절부터 인수위까지 수행실장으로 지근거리에서 보좌했으며, 최근까지도 탄핵반대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세력과 함께하는 ‘골수 친윤’ 이용 전 의원의 하남갑 공천설, 자타가 공인하는 친윤 인사인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을 당 대표가 ‘보수 여전사’라며 국회의원 보궐선거 공천을 시시한 점 등 친윤 색채를 둘러싼 주요 인사들의 잇단 출마와 복귀 움직임이 그렇다.

 

결국 이번 출마 선언이 남긴 것은 한 가지다. 반성은 없고 ‘결집’만 외치는 것, 하지만 보수 정치가 지금 필요한 것은 ‘결집’이 아니라 ‘반성 위의 재정의’다. 

 

누구를 중심으로 뭉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원칙 위에 다시 설 것인가의 문제다. 그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어떤 선언도 공허한 수사에 머물 수밖에 없다.

 

지금 보수 정치 일부에서는 여전히 “우리가 피해자”라는 서사가 강하게 작동한다. 그러나 이미 내려진 1,2심 판결 등 윤석열에 대한 사법적 판단들을 외면한 채 “진영을 바로 세우겠다”는 구호만 반복한다면, 그것은 재건이 아니라 현실 부정의 연장일 뿐이다.

 

정치는 기억 위에 세워진다. 유권자들은 단지 새로운 구호가 아니라, 과거의 선택과 그 결과를 함께 본다. “의회주의를 바로 세우겠다”는 말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먼저 의회주의를 흔들었던 순간들에 대한 명확한 평가가 선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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