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호근 詩線] 지금, 네 곁에 있는 사람에게

유호근 남아공 선교사 | 기사입력 2026/05/03 [03:34]

[유호근 詩線] 지금, 네 곁에 있는 사람에게

유호근 남아공 선교사 | 입력 : 2026/05/03 [03:34]

[유호근 詩線] 《지금, 네 곁에 있는 사람에게》

 

 

▪︎ 작시: 유호근(예종)

 

 

세상은 멀리 있지 않다

별과 별 사이의 침묵도

결국 한 사람의 눈빛에서 시작된다

 

너의 하루가 무너질 때

누군가의 한마디가

보이지 않는 다리가 되어

너를 다시 건너게 하듯

 

우리는

서로의 끝에서 시작되는 존재다

 

남이 너에게 해주기를 바라는 그 마음,

그 간절함의 온도를 기억하라

차갑게 식어버린 밤에도

그 온도는 길을 잃지 않는다

 

웃음은 가벼운 것이 아니라

무너진 세계를 다시 세우는

가장 조용한 기적이며

 

유머는 상처 위에 내려앉는

빛의 방식이고

 

공감은

타인의 심장 속으로 걸어 들어가

그의 어둠을 함께 밝혀주는

가장 인간적인 용기다

 

연민은 낮은 곳으로 흐르는 강물처럼

스스로를 비우며

자비는 그 강 위에 떠 있는

끝없는 다리다

 

우리는 늘

영원을 꿈꾸면서도

손에 쥔 순간의 욕망에 묶여

눈앞의 사람을 잃어버린다

 

그러나 천국은

먼 훗날의 약속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누군가를 향해 내미는 손끝에서

이미 시작되고 있다

 

지금, 여기서

바르게 산다는 것은

거창한 진리를 붙드는 일이 아니라

 

네 옆에 서 있는 한 사람을

조금 더 따뜻하게 바라보는 것

 

그의 말 없는 슬픔을 알아보고

그의 작은 기쁨에 함께 머무는 것

 

네가 너 자신을 아끼듯

그를 대하는 것

 

그 순간

세상은 더 이상 낯선 곳이 아니며

우리는 서로의 집이 된다

 

그러니 기억하라

 

지금 네 곁에 있는 그 사람

그가 바로

네가 건너야 할 우주이며

 

네가 사랑해야 할

가장 가까운 영원이다.

 

 

 

 

《To the One Beside You, Now》

 

▪︎ Poem by Ho Geun Yoo (Yejong)

 

 

The world is not far away.

Even the silence between distant stars

begins in the gaze of a single human face.

 

When your day collapses,

a single word from another

becomes an unseen bridge

you somehow cross.

 

We are beings

who begin

at the edge of each other.

 

Remember the longing

you carry for how others should treat you—

the quiet temperature of that desire.

Even in the coldest night,

it does not lose its way.

 

Laughter is not light—

it is the gentlest force

that rebuilds a broken world.

 

Humor is how light

settles upon a wound.

 

Empathy is the courage

to walk into another’s heart

and stay long enough

to kindle a small flame

in their darkness.

 

Compassion flows

like water seeking the lowest place,

emptying itself as it goes.

Mercy is the bridge

that never ends above that river.

 

We dream of eternity,

yet bind ourselves

to the hunger of the moment,

and in doing so,

lose the one before us.

 

But heaven is not only

a promise beyond time—

it begins here,

in the reaching of a hand

toward another.

 

To live rightly now

is not to grasp a distant truth,

but to see,

just a little more tenderly,

the one who stands beside you.

 

To notice their unspoken sorrow,

to remain

in the small light of their joy.

 

To treat them

as you would your own soul.

 

In that moment,

the world is no longer strange,

and we become

a home

for one another.

 

So remember—

 

the one beside you now

is the universe

you are meant to cross,

 

and the nearest eternity

you are called to love.

 

 

《 작가의 노트 》

 

작시: 유호근(예종)

 

 이 시는 인간이 가장 자주 잊고 살아가는 진리를 다시 손에 쥐어 보려는 시도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우리는 늘 더 큰 의미, 더 먼 세계, 더 높은 가치를 향해 나아가려 하지만, 정작 삶의 본질은 언제나 ‘지금’과 ‘곁’이라는 가장 가까운 자리 안에 놓여 있습니다. 이 시는 그 단순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사실을 붙들기 위한 내면의 고백입니다.

 

 “지금 네 곁에 있는 사람”이라는 표현은 단순한 관계의 범주를 넘어, 인간 존재의 본질적 조건을 드러냅니다. 우리는 결코 혼자 존재할 수 없는 존재이며, 타인을 통해 자신을 비추고, 이해하고, 완성해 갑니다. 그렇기에 타인을 대하는 태도는 곧 자기 자신을 대하는 방식이며, 동시에 세계를 구성하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이 시에서 강조한 ‘이웃 사랑’은 추상적 윤리나 종교적 명령으로 머무르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그것은 아주 구체적이고 일상적인 태도로 구현되어야 합니다. 한 번 더 따뜻하게 바라보는 시선, 한 박자 더 기다려주는 인내, 그리고 상대의 아픔을 가볍게 넘기지 않는 마음—이러한 작은 실천들이 모여 삶의 결을 바꾸어 갑니다.

 

 특히 유머와 낙관, 공감을 중요한 요소로 다룬 이유는, 그것들이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인간을 회복시키는 힘이기 때문입니다. 유머는 무너진 마음에 숨 쉴 틈을 만들어 주고, 낙관은 절망 속에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며, 공감은 타인의 고통을 함께 짊어질 수 있는 용기를 줍니다. 이러한 요소들은 인간 관계를 단순한 접촉이 아닌 ‘생명의 교류’로 확장시킵니다.

 

 또한 이 시는 ‘영원한 천국’과 ‘욕망과 집착 사이’에 놓인 인간의 긴장을 의식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영원을 갈망하면서도, 동시에 순간의 욕망에 쉽게 사로잡히는 존재입니다. 그 사이에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은 거창한 깨달음이 아니라, 바로 지금 이 순간을 바르게 살아내려는 결단입니다. 그리고 그 결단은 언제나 ‘타인을 향한 태도’로 드러납니다.

 

 결국 이 시는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됩니다.

 

 “나는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이 질문은 단순하지만 결코 쉽게 답할 수 없는 물음입니다. 그러나 바로 그 물음 앞에 서는 순간, 인간은 비로소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삶의 방향을 새롭게 정립하게 됩니다.

 

 이 시를 통해 독자들이 거창한 깨달음보다도, 오늘 하루 단 한 사람에게라도 더 따뜻해질 수 있는 작은 변화를 경험하기를 바랍니다. 그 작은 변화가 쌓여 결국 우리의 세계를 바꾸고, 우리가 꿈꾸는 ‘영원’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나아가게 할 것이라 믿습니다.

 

신학적·철학적·문학적 비평문 《지금, 네 곁에 있는 사람에게》 

 

— 작시: 유호근(예종)

 

 

1. 신학적 비평:

 지금-여기에서 시작되는 천국의 실재성

 

 이 시의 핵심은 단순한 윤리적 권고를 넘어, ‘이웃 사랑’이라는 신학적 명제를 현재적 사건으로 재구성하는 데 있다. 시는 “지금 네 곁에 있는 사람”이라는 구체적 대상을 통해, 신앙이 추상적 교리나 미래적 약속이 아니라 지금-여기에서 실현되어야 할 살아 있는 관계임을 강조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천국’을 시간의 끝이나 사후의 공간이 아닌, 관계 속에서 이미 시작되는 현재적 현실로 제시한다는 점이다. 이는 초월적 신앙을 내재적 삶으로 끌어내리는 신학적 전환이며, 인간이 타인을 어떻게 대하느냐가 곧 하나님과의 관계를 드러낸다는 깊은 통찰을 담고 있다.

 

 또한 시는 인간의 욕망과 집착을 통해 드러나는 타락한 본성을 직시하면서도, 그 해결을 금욕이나 도피가 아닌 ‘타자를 향한 사랑의 실천’에서 찾는다. 즉, 구원은 거창한 신비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가장 일상적인 관계 속에서 드러난다는 신학적 메시지를 선명하게 전달한다.

 

 

2. 철학적 비평:

 타자를 통해 완성되는 관계적 존재론

 

 이 시는 인간 존재를 독립적 실체가 아닌, ‘서로의 끝에서 시작되는 존재’로 정의하며 관계적 존재론을 제시한다. 이는 인간이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만 자신의 정체성과 의미를 형성할 수 있음을 드러낸다.

 

 특히 시에서 강조되는 공감과 연민, 자비는 단순한 감정의 차원을 넘어, 자기 중심성을 해체하고 타자의 세계로 들어가는 철학적 행위로 이해된다. 여기서 타자는 더 이상 외부의 객체가 아니라, 나의 존재를 구성하는 필수적 요소이자, 나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

 

 또한 이 시는 시간의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룬다. 인간은 흔히 과거와 미래에 집착하지만, 이 시는 존재의 진정성이 ‘지금 이 순간의 선택’에 달려 있음을 강조한다. “지금 바르게 행하라”는 요청은 단순한 도덕적 권면이 아니라, 존재를 형성하는 실존적 결단의 요구이다.

 

 결국 이 시는 인간에게 묻는다.

“너는 지금,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어떤 존재로 살아가고 있는가?”

 

 

3. 문학적 비평:

 단순한 언어로 구현된 깊은 보편성과 상징성

 

 문학적으로 이 시는 복잡한 수사보다 절제된 언어와 명료한 이미지를 통해 깊은 의미를 전달한다. 그러나 그 단순함은 결코 피상적이지 않다. 오히려 반복과 점층을 통해 의미를 확장하며, 독자의 내면 깊숙이 스며드는 구조를 갖는다.

 

 특히 “보이지 않는 다리”, “상처 위에 내려앉는 빛”, “강 위에 떠 있는 다리”와 같은 표현들은 추상적 개념을 감각적 이미지로 전환하는 뛰어난 시적 장치이다. 이를 통해 독자는 윤리와 관계라는 개념을 단순히 이해하는 것을 넘어, 직접 경험하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또한 이 시는 서정성과 사유성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 감정에만 머무르지 않고,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을 유지하면서도 독자와의 정서적 연결을 놓치지 않는다. 이러한 균형은 시를 단순한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삶의 방향을 성찰하게 만드는 텍스트로 확장시킨다.

 

 구조적으로는 개인의 경험에서 시작하여 관계, 윤리, 그리고 영원으로 확장되는 흐름을 보이며, 마지막에는

“가장 가까운 영원”이라는 역설적 표현으로 귀결된다.

이 표현은 시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으로,

멀리 있는 영원이 아니라, 지금 곁에 있는 타자 속에 영원이 내재한다는 통찰을 응축하고 있다.

 

 

▪︎ 결론: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시작되는 가장 깊은 진리

 

《지금, 네 곁에 있는 사람에게》는 단순한 권면의 시가 아니다. 이 시는 신학적으로는 사랑의 계명을 현재화하고, 철학적으로는 관계적 존재론을 제시하며, 문학적으로는 이를 아름다운 언어로 형상화한 통합적 작품이다.

 

 무엇보다 이 시가 던지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이것이다.

“인간의 삶과 영원은, 지금 네 곁에 있는 사람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 단순하지만 무거운 진리는, 독자로 하여금 삶의 방향을 다시 묻게 한다. 그리고 그 질문 앞에서 우리는 비로소 깨닫게 된다.

 

 가장 위대한 변화는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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