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의 침묵, 다시 외친다 ㈜호원 규탄

김영남기자 | 기사입력 2026/05/08 [10:22]

6년의 침묵, 다시 외친다 ㈜호원 규탄

김영남기자 | 입력 : 2026/05/08 [10:22]

▲ 6년의 침묵, 다시 외친다 ㈜호원 규탄     ©김영남기자

 

[신문고뉴스]김영남 기자 = 초여름의 햇살이 아직은 버겁지 않던 오후, 광주 광산구 용아로의 한 공장 정문 앞에 사람들이 모였다. 길게 이어진 시간만큼이나 묵직한 침묵과, 그 침묵을 깨려는 목소리가 교차했다. “6년 동안 참아왔다”는 구호는 단순한 외침이 아니라, 그 시간을 견뎌온 이들의 기록처럼 울려 퍼졌다.

 

7일 오후 3시, ㈜호원 정문 앞에서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와 호원지회가 주최한 결의대회가 열렸다. 이 자리는 단순한 집회가 아니라, 멈춰 있던 시간을 다시 움직이기 위한 선언에 가까웠다.

 

참석자들은 일정한 간격으로 대열을 정비하며 구호를 외쳤다. “성실 교섭 촉구한다”, “임단투 승리하자”, “민주노조 사수하자.” 반복되는 외침 속에는 지친 기색보다 단단해진 결의가 더 짙게 배어 있었다. 현장은 때때로 어수선했지만, 오히려 그 모습이 현실의 긴박함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민중의례로 시작된 행사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으로 이어졌고, 참가자들은 한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이름 없이 사라진 이들을 기억하는 노래는, 지금 이 자리에 선 사람들의 이야기와 겹쳐지며 깊은 울림을 남겼다.

 

이날 발언에 나선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박근서 지부장은 “6년이라는 시간 동안 사측은 단 한 발짝도 나아가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노동조합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는 결국 더 큰 갈등을 불러올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동자들이 지치지 않는 한 이 싸움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며 연대를 강조했다.

 

호원지회의 투쟁은 2020년 창립 이후부터 이어져 왔다. 교섭권 박탈과 부당노동행위 속에서 시작된 투쟁은 점거 파업과 법적 대응으로 이어졌고, 2024년 행정법원과 2025년 고등법원 판결을 통해 교섭권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 이후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노조 측에 따르면, 사측은 현재까지 40차례가 넘는 교섭 과정에서 실질적인 진전을 보이지 않은 채 시간 끌기와 회피로 일관해 왔다. 그 사이 현장의 노동조건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고, 토요일 유급화, 강제 연차 사용 금지, 노조 활동 보장 등 기본적인 요구조차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이날 결의대회는 결국 하나의 결론으로 모였다. “더 이상은 기다릴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오랜 시간 법과 절차를 따라왔지만, 변화가 없었던 현실이 파업이라는 선택지로 이어진 것이다.

 

행사 중간, 노동자 노래패의 공연이 이어졌다. “우리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는 가사는 현장의 공기를 다시 한번 흔들었다. 누군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고, 누군가는 눈을 감은 채 노래를 따라 불렀다. 긴 시간 이어진 싸움 속에서도, 여전히 함께 서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그 자리를 지탱하고 있었다.

 

결의대회는 거창한 결론 없이 마무리됐지만, 분명한 방향은 남겼다. 멈춰 있던 교섭을 움직이기 위한 더 강한 행동, 그리고 그 행동을 함께하겠다는 약속이었다.

 

공장 앞 도로 위에 남은 것은 흩어진 발자국과, 아직 식지 않은 목소리였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다시 시작될 시간을 예고하고 있었다.

 

 

# 김영남기자 nandagreen@daum.net
  • 도배방지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