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농어촌 기본소득, 이제는 실험이 아니라 국가적 결단의 시간이다

조찬옥 (사)민주화추진협의회 사무총장 | 기사입력 2026/06/11 [13:04]

이재명의 농어촌 기본소득, 이제는 실험이 아니라 국가적 결단의 시간이다

조찬옥 (사)민주화추진협의회 사무총장 | 입력 : 2026/06/11 [13:04]

[신문고뉴스] 조찬옥 칼럼 = 이재명 대통령은 오래전부터 농어촌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2022년 대선 당시 농업 공약으로 농어촌 주민에게 1인당 100만 원 이내의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지원 대상이 농업인에만 국한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농어촌에 거주하는 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삼아 균형발전과 지방소멸 방지, 그리고 청년층의 농어촌 이주를 유도하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었다.

 

▲ 이재명 대통령이 청와대 영빈관에서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이후에도 이 대통령은 여러 차례 농어촌 기본소득 확대 의지를 밝혀왔다. 특히 2026년 전북 타운홀미팅에서는 농어촌 기본소득이 단순한 2년짜리 시범사업으로 끝날 일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추진해야 할 국가 과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소멸 위기에 놓인 지역을 중심으로 정책을 확대할 필요성을 언급하며, 농어촌 기본소득을 국가 균형발전 전략의 핵심 수단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드러냈다.

 

최근에는 농어촌 기본소득을 영구적인 제도로 정착시키고 지급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까지 거론되고 있다. 특히 재원 마련 방안으로 농어촌특별세(농특세) 활용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정책의 현실성도 함께 제시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농어촌 기본소득을 다시 꺼내 든 이유는 분명하다. 일회성 지원금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제도로 정착시켜야 하며, 이를 통해 지방소멸이라는 국가적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대한민국 농어촌은 지금 생존의 갈림길에 서 있다. 학교는 문을 닫고 병원은 사라지고 있으며, 젊은 세대는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떠나고 있다.

 

남겨진 것은 고령화된 주민들과 점점 늘어나는 빈집들이다. 지방소멸이라는 단어는 더 이상 미래에 대한 경고가 아니라 이미 우리 눈앞에 펼쳐진 현실이 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농어촌 기본소득을 한시적 정책이 아닌 영구적 제도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재정부담을 우려하지만, 정작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다른 곳에 있다.

 

정말 돈이 없어서 못하는 것인가. 아니면 국가적 의지가 부족해서 못하는 것인가. 농어촌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이제는 이 질문에 정면으로 답해야 할 때다.

 

농어촌 기본소득은 흔히 복지정책으로 분류되지만 본질은 다르다. 농어촌은 단순한 거주 공간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식량을 생산하고 산림을 관리하며 수자원을 보호하는 국가의 기반이기 때문이다.

 

도시가 존재할 수 있는 것도 농어촌이라는 배후 공간이 있기 때문이다. 농어촌이 무너지면 결국 도시 역시 지속가능성을 잃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오랫동안 농어촌을 비용의 관점에서만 바라보았다. 인구가 줄어들면 학교를 통폐합했고, 이용자가 적다는 이유로 병원을 축소했으며,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로 투자를 줄였다.

 

그 결과는 명확하다. 더 많은 주민들이 지역을 떠났고, 더 많은 지역이 소멸 위기에 빠졌다. 이제는 이러한 관점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

 

농어촌 기본소득은 단순히 현금을 나눠주는 정책이 아니다. 사람이 지역에 남아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이다.

 

예를 들어 군 단위 지역 주민들에게 월 20만 원 수준의 기본소득이 지급된다면 지역 상권은 즉각적인 소비 효과를 경험할 수 있다. 동네 마트와 식당, 약국, 주유소, 농자재 상점 등에 돈이 돌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청년들이 농촌을 떠나는 이유는 단순히 소득 때문만이 아니다. 미래에 대한 불안과 희망의 부재가 더 큰 원인이다.

 

기본소득은 이러한 불안을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이곳에서도 살아볼 수 있다"는 희망의 신호를 줄 수 있다. 그것이 지역 공동체를 유지하는 중요한 힘이 될 수 있다.

 

물론 재원 문제에 대한 반론도 존재한다.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 예산은 수백조 원 규모이며 지방소멸 대응 사업과 지역개발 사업, 각종 보조금 사업에도 막대한 재정이 투입되고 있다.

 

결국 문제는 돈의 총액이 아니라 돈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효과가 분산된 수많은 사업을 유지하는 것보다 주민들에게 직접 돌아가는 방식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주장 역시 충분히 검토할 가치가 있다.

 

더 나아가 수도권 집중으로 발생하는 개발이익 일부를 지방으로 환원하거나, 미래의 탄소세와 환경세를 농어촌 유지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논의할 수 있다.

 

특히 최근 주식시장 활성화에 따라 농어촌특별세 수입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재원 확보를 위한 현실적인 대안들이 충분히 존재한다는 의미다.

 

과거 농로와 교량 건설에 집중했던 방식에서 벗어나 이제는 사람에게 투자해야 한다. 지금 농어촌의 문제는 토목이 아니라 인구이며, 시설이 아니라 공동체의 존속 여부이기 때문이다.

 

농어촌은 단순히 농산물을 생산하는 공간이 아니다. 환경과 생태계를 유지하고 국가의 지속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공공재적 기능을 수행하는 곳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지방소멸을 방관할 것인가, 아니면 국가적 과제로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인가.

 

농어촌 기본소득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그것만으로 지방이 살아나지는 않는다. 그러나 지방을 살리기 위한 최소한의 출발점이 될 수는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또 다른 연구용역이나 반복되는 시범사업이 아니다. 필요한 것은 국가적 결단이다. 더 늦기 전에 농어촌의 미래를 위한 실질적인 선택이 이루어져야 한다.

 

농어촌이 무너지면 지방이 무너지고, 지방이 무너지면 결국 대한민국 전체의 균형도 무너지게 된다. 농어촌 기본소득 논쟁의 핵심은 예산이 아니다.

 

대한민국이 농어촌의 가치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그리고 그 답을 미룰 수 있는 시간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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