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농사 인생이 하루아침에 무너졌다"…농민 울린 LH 작물 멸실 의혹, 시민단체 기소 촉구

추굉규 기자 | 기사입력 2026/06/18 [01:57]

"30년 농사 인생이 하루아침에 무너졌다"…농민 울린 LH 작물 멸실 의혹, 시민단체 기소 촉구

추굉규 기자 | 입력 : 2026/06/18 [01:57]

"꽃을 옮길 시간만 달라고 했는데, 어느 날 밭에 나가 보니 평생 키워온 작물 대부분이 사라져 있었습니다."

 

30년 넘게 농업에 종사해 온 한 농민이 공공주택사업 과정에서 수억원대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하며 LH(한국토지주택공사) 관계자들에 대한 엄정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17일 경기 남양주북부경찰서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 신문고뉴스

 

공권력피해구조연맹과 사법정의국민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는 17일 오후 남양주북부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작물 보상금을 낮추기 위해 고의로 화훼작물을 멸실시킨 의혹을 받는 LH 관계자들을 재물손괴 및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 송치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단체들이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고소인 김백준 씨는 농업전문대학과 방송통신대 농업 관련 학과를 졸업한 뒤 1994년부터 농업에 종사해 왔다. 특히 2017년부터는 남양주시 진접읍 내각리 일대에서 '홈플라워'라는 상호로 유럽형 옥잠화 품종을 재배하며 반려식물 판매와 조달 납품, 신품종 개발 사업을 진행해 왔다.

 

그러나 LH가 남양주 진접2 공공주택지구 사업을 추진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김 씨 측은 "보상 절차 과정에서 LH 직원으로부터 적절한 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설명을 듣고 직접 다른 농지를 마련해 작물을 이전하려 했다"며 "4월 초 이전 계획을 알리고 시간을 요청했음에도 2022년 3월 LH 측이 사전 동의 없이 옥잠화를 대거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단체들은 "감정평가가 이뤄지기 전에 작물이 사라지면서 수년간 정성껏 키운 희귀 품종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 씨 측 주장에 따르면 LH가 선정한 감정평가법인들은 현장에 남아 있는 작물이 없다는 이유로 일반 물건 수준의 평가를 진행했고, 그 결과 보상금은 3313만여 원으로 산정됐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수십 년간 연구와 재배를 통해 키워온 품종 가치가 종묘 값 수준으로 평가된 셈"이라며 "농민의 노력과 기술, 연구성과가 사실상 무시됐다"고 비판했다.

 

더욱이 하우스 임대인의 녹취록에는 "하우스만 철거하고 꽃작물은 건드리지 말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져, 단체들은 작물 멸실이 단순 실수가 아니라 고의적인 행위였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 김 씨 측 주장이다.

 

LH 측이 재감정을 약속한 이후에도 남아 있던 옥잠화가 다시 훼손되면서 재감정마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것이다.

 

김 씨는 결국 행정소송에 나섰지만 법원은 LH가 제시한 감정 결과를 뒤집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단체들은 법원이 지정한 수목 전문 감정인이 해당 작물의 가치를 약 4억6000만원으로 평가한 점을 거론하며 "당초 보상금과는 수억원 차이가 난다"고 주장했다.

 

단체들은 "농민은 살아 있는 꽃을 옮길 기회조차 얻지 못했고, 감정 대상이 될 작물은 사라졌으며, 결국 제대로 된 평가도 받지 못한 채 소송에서까지 패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단순한 재산 피해를 넘어 한 농민의 생존권과 평생의 노력이 무너진 사건"이라며 "공기업이 농민을 상대로 벌인 행위라면 더욱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단체들은 남양주북부경찰서에 ▲작물 훼손 경위 전면 수사 ▲현장 철거 지시자 규명 ▲관련자 대질조사 실시 ▲피고소인들에 대한 기소 의견 송치 등을 요구했다.

 

또한 대통령실과 관계 기관에 대해서도 "국가가 농업을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강조하는 상황에서 농민의 권리가 침해된 경위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해당 사건은 남양주북부경찰서에서 재물손괴 및 업무방해 혐의(2026형제3973호)로 수사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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