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선 김승호 詩] 빈 의자

다선 김승호 시인의 시창작 "빈 의자"

김승호 수도권 취재본부 본부장 | 기사입력 2026/07/06 [07:26]

[다선 김승호 詩] 빈 의자

다선 김승호 시인의 시창작 "빈 의자"

김승호 수도권 취재본부 본부장 | 입력 : 2026/07/06 [07:26]

 

빈 의자

 

 

                    

사람을 믿는다는 것은

한 그루 나무를 심는 일이다.

햇살을 나누고

비바람을 함께 견디며

그늘 하나쯤은 영원할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은

계절보다 먼저 변하고,

약속은 낙엽처럼

소리 없이 땅으로 떨어진다.

 

남은 것은

빈 의자 하나.

한때는 웃음이 머물던 자리,

이제는 침묵만이

오래된 먼지를 털어낸다.

 

배신은

칼끝보다 날카롭지 않았다.

오히려 다정했던 말 한마디,

따뜻했던 눈빛 하나가

가장 깊은 상처가 되었다.

 

나는 한동안

사람을 원망했고,

세상을 탓했으며,

내 순수함마저 부끄러워했다.

하지만 시간이 말해 주었다.

 

배신한 이는

나의 삶을 떠났을 뿐이지만,

미움을 놓지 못한 나는

나 자신을 떠나고 있었다는 것을.

그래서 오늘도

나는 용서를 배우려 한다.

그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내 영혼이 더 이상

증오의 감옥에 갇히지 않도록.

빈 의자는 비어 있지만

내 마음까지 비어 있는 것은 아니다.

 

잃은 믿음보다

지켜 낸 품격이 더 귀하고,

떠난 사람보다

끝내 나를 잃지 않은 내가

더 소중하기 때문이다.

 

     2026. 07.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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