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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의자
사람을 믿는다는 것은 한 그루 나무를 심는 일이다. 햇살을 나누고 비바람을 함께 견디며 그늘 하나쯤은 영원할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은 계절보다 먼저 변하고, 약속은 낙엽처럼 소리 없이 땅으로 떨어진다.
남은 것은 빈 의자 하나. 한때는 웃음이 머물던 자리, 이제는 침묵만이 오래된 먼지를 털어낸다.
배신은 칼끝보다 날카롭지 않았다. 오히려 다정했던 말 한마디, 따뜻했던 눈빛 하나가 가장 깊은 상처가 되었다.
나는 한동안 사람을 원망했고, 세상을 탓했으며, 내 순수함마저 부끄러워했다. 하지만 시간이 말해 주었다.
배신한 이는 나의 삶을 떠났을 뿐이지만, 미움을 놓지 못한 나는 나 자신을 떠나고 있었다는 것을. 그래서 오늘도 나는 용서를 배우려 한다. 그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내 영혼이 더 이상 증오의 감옥에 갇히지 않도록. 빈 의자는 비어 있지만 내 마음까지 비어 있는 것은 아니다.
잃은 믿음보다 지켜 낸 품격이 더 귀하고, 떠난 사람보다 끝내 나를 잃지 않은 내가 더 소중하기 때문이다.
2026. 07.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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