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호근 詩線] 일상의 성소(聖所)

유호근(예종) | 기사입력 2026/07/14 [05:52]

[유호근 詩線] 일상의 성소(聖所)

유호근(예종) | 입력 : 2026/07/14 [05:52]

 

오래도록 우리는 세상을 단숨에 밝힐 하나의 태양을 찾아 먼 별들의 침묵을 헤매었다.

 

그러나 우주는 거대한 불꽃보다 어둠의 가장 깊은 결을 말없이 데우는 작은 숨결들로 새벽을 지어 올리고 있었다.

 

산을 떠받치는 것은 정상을 찬미하는 함성이 아니라, 이름조차 남지 않은 한 알의 돌과 한 줌의 흙이 오랜 세월 서로의 무게를 견디어 낸 침묵의 약속이었다.

 

바다는 단 한 번도 거대한 물결만으로 푸르지 않았다.

 

하늘에서 제 이름조차 없이 떨어진 빗방울 하나가 또 하나를 부르고, 수없이 잊힌 물방울들이 푸른 영원을 이루어 수평선을 흔들고 있었다.

 

그러므로 오늘을 사랑하라.

 

마지막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처럼, 처음 세상을 바라보는 아이처럼.

 

손바닥에 내려앉은 햇살의 따뜻한 체온을 기억하고, 창가를 스쳐 지나가는 바람이 누군가의 안부를 전하듯 볼을 어루만질 때 그 보이지 않는 손길에도 조용히 이름을 불러주어라.

 

한 송이 들꽃이 온 봄을 대신 피어나듯, 한 사람의 미소가 한 생애의 겨울을 녹이듯, 감사는 거대한 영웅의 언어가 아니라 가장 낮은 곳에서 세상을 떠받치는 뿌리의 기도이다.

 

우리가 흘린 사소한 고마움 하나는 나무속 깊은 곳으로 스며드는 시간처럼 보이지 않는 옹이가 되고, 그 옹이는 수많은 계절을 견디며 마침내 빛을 품은 나이테가 되어 생애를 둥글게 완성한다.

 

그제야 우리는 알게 되리라.

 

구원은 하늘에서 번개처럼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행복은 먼 미래에서 달려오는 손님이 아니라, 오늘, 무심히 지나칠 뻔했던 작은 은혜들이 서로의 손을 맞잡으며 우리의 삶을 건너가는 그 조용한 순간마다 지상의 가장 깊은 밤 아래 누구도 보지 못한 한 줄기 은하수가 우리의 영혼을 지나 끝없이 흐르고 있었음을.

 

그리고 마침내, 하나님께서는 거대한 기적으로 세상을 붙드신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감사, 한 사람의 사랑, 한 사람의 눈물, 한 사람의 기도로 매일 세상을 다시 창조하고 계셨음을.

 

 

《The Sanctuary of the Ordinary》

 

― Poem by Ho Geun Yoo (Pen name: Yejong)

 

For so long, we wandered in search of a single, overwhelming light—a sun magnificent enough to set the universe ablaze.

 

Yet nowhere did we find it.

 

Instead, the dawn was quietly woven by the smallest breaths of warmth, mending the hidden seams of darkness.

 

It is not the mountain's summit that bears the weight of the earth, but nameless grains of stone and dust, bound together by an ancient covenant of silence.

 

Nor is the sea made blue by one triumphant wave.

 

A solitary raindrop, falling unnoticed from the sky, summons another, and another, until forgotten drops become the endless rhythm that teaches the horizon to breathe.

Therefore, love this day.

 

As one who greets the final page of life, and as a child opening new eyes upon the world.

 

Remember the warmth of morning sunlight resting upon your open palm.

 

When the breeze passes by your window like a gentle messenger, whispering that you are not alone, call even that unseen kindness by its rightful name.

 

One wildflower can carry an entire spring.

 

One quiet smile can thaw the longest winter of a human soul.

 

Gratitude is never the language of heroes.

 

It is the hidden prayer of unseen roots, holding the world together beneath our feet.

Each small thanksgiving sinks quietly into the grain of time, becoming a knot deep within the tree.

 

Season after season, those hidden knots grow into radiant rings, completing the circle of a life.

 

Only then do we begin to understand:

 

Salvation does not descend like lightning from heaven.

 

Happiness does not arrive as a distant traveler.

 

They are born where unnoticed mercies take one another by the hand and cross the ordinary landscape of our days.

 

There, beneath the deepest night,

 

an unseen river of stars has always been flowing—silently, patiently, through the soul.

And at last we awaken to this:

 

God has never sustained the world by greatness alone,

 

but by a single act of gratitude, a single gesture of love, a single tear, a single prayer

through which, day after day,

 

He creates the world anew.

 

 

《 일상의 성소(聖所) 》에 대한 작가의 노트 

 

유호근(예종)

 

우리는 흔히 삶의 의미를 거대한 사건과 눈부신 기적 속에서 찾으려 합니다. 더 큰 성공, 더 높은 자리, 더 많은 소유가 행복의 문을 열어 줄 것이라 믿으며 살아갑니다. 그러나 오랜 세월 삶을 지나오며 저는 한 가지 사실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인생을 지탱하는 것은 거대한 순간이 아니라, 매일 우리 곁을 조용히 스쳐 지나가는 작은 은혜들이라는 사실입니다.

 

이 시는 바로 그 작은 은혜들에 대한 기록입니다.

 

새벽 창가에 스며드는 한 줄기 햇살, 이름 없이 피어나는 들꽃 한 송이, 누군가의 따뜻한 미소, 말없이 내미는 손길, 그리고 하루를 무사히 살아냈다는 소박한 감사. 우리는 너무 익숙하다는 이유로 그 모든 것을 쉽게 지나치지만, 사실 그 평범함 속에는 우주를 붙드시고 생명을 돌보시는 하나님의 깊은 섭리가 숨 쉬고 있습니다.

 

감사는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존재를 바라보는 방식입니다. 감사하는 사람은 세상을 다르게 읽습니다. 다른 이들이 평범함이라 부르는 자리에서 그는 기적을 발견하고, 사소한 일상 속에서 영원을 만납니다. 그래서 감사는 현실을 외면하는 낙관이 아니라, 현실 너머의 진실을 바라보는 가장 깊은 통찰입니다.

 

《일상의 성소》는 우리 모두의 삶이 거룩한 예배의 자리임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성소는 특별한 건물 안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고 용서하며 기다리고 나누는 모든 일상 속에서 세워집니다. 하루하루의 작은 선택과 작은 감사가 모여 한 사람의 인격을 빚고, 한 시대의 문화를 만들며, 마침내 세상을 조금씩 밝히는 빛이 됩니다.

 

이 시를 읽는 모든 분들이 자신의 일상 속에 이미 놓여 있는 수많은 은혜를 다시 발견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오늘이라는 평범한 하루가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허락하신 가장 거룩한 선물임을 기억하기를 소망합니다.

 

거대한 별은 홀로 밤하늘을 지배하지 않습니다. 이름 없는 수많은 빛들이 함께 어우러질 때 우리는 비로소 은하수를 바라보게 됩니다. 우리의 삶도 그러합니다. 작은 감사 하나가 또 다른 감사를 낳고, 그 작은 빛들이 서로를 비출 때 세상은 어느새 하나의 성소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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