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에 거주하는 한 80대 남성은 약 8년 8개월간 광원(채탄부)으로 근무하며 85dB 이상의 소음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었다.
은퇴하고도 한참이 지난 뒤에야 양쪽 귀에 40dB을 훌쩍 넘는 청력손실을 진단받았고, 뒤늦게나마 장해급여를 청구했다.
그러나 청력장해의 양상이 전형적인 소음성 난청과 다르고 진단 당시 이미 77세의 고령이었다는 이유로 "노인성 난청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젊은 시절 온몸으로 견뎌낸 소음의 대가가, 정작 그 증상이 나타난 시점에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부정되는 상황이다.
소음성 난청은 통증을 동반하지 않고 서서히 진행되는 특성 탓에 재해자 스스로도 한참이 지나서야 이상을 자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질병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은 채 "진단 시점에 나이가 많으니 노화 때문일 것"이라는 추정만으로 청구를 배척하는 것은, 결국 오래 일한 사람일수록 보상받기 어려워지는 역설을 낳는다.
공단은 이미 관련 지침을 바꿨다
소음성 난청은 오랫동안 '노인성 난청'이라는 이유로 불승인되는 사례가 반복되며 유독 높은 패소율을 보여 왔다.
2016년 국정감사에서는 소음성 난청의 불승인율이 전체 산재 불승인율의 4배에 가까운 39%에 달한다는 지적이 나왔고, 2019년 국정감사에서도 패소 사건 중 가장 많은 사유가 다름 아닌 '노인성 난청'이라는 점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국회는 두 차례에 걸쳐 판례와 의학적 소견에 부합하는 합리적 기준을 마련하라고 요구했고, 근로복지공단은 그 취지를 반영해 2020년과 2021년 두 차례에 걸쳐 업무처리기준을 개정하였다.
그 결과 마련된 원칙이 바로, 노인성 난청으로 진단되었더라도 소음 노출 경력이 인정기준(85dB 이상 연속음에 3년 이상 노출, 한 귀 청력손실 40dB 이상)을 충족하고, 그 소음 노출로 인해 청력손실이 자연경과적 진행속도 이상으로 악화되었다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한다는 것이었다.
이는 단순한 내부 지침 변경이 아니라, 국회의 문제 제기와 반복된 패소 판결을 거쳐 확립된 정책적 합의에 가깝다.
앞서 살펴본 사례 역시 이러한 지침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업무 관련성을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할 여지가 있었던 사건이었다.
8년 8개월간 85dB 이상의 소음에 노출된 이력은 인정기준을 그대로 충족하였고, 소음 노출이 노인성 난청을 자연경과 이상으로 악화시켰을 가능성도 충분히 검토 대상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개별적으로 실시된 감정 결과, 즉 청력장해가 편평형이고 8000Hz에서 가장 큰 역치값을 보인다는 점 등을 근거로 노인성 난청으로 판단되었다.
결국 동일한 지침을 적용하면서도 사건별 감정 결과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된 것이다.
같은 기준, 다른 결론
이 지점이 바로 현재 소음성 난청 인정 실무의 근본적인 문제를 보여준다. 동일한 인정기준을 충족하더라도 공단 자문의 또는 법원 감정의가 소음과 노화의 기여도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지는 것이다.
실제로 다수의 판결은 공단이 스스로 개정한 지침을 근거로 재해자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법원은 "공단이 소음성 난청 업무 관련성 판단에서 지속적으로 패소하자 마련한 개정 지침을 적용하여야 한다"고 밝혔고, 또 다른 판결에서는 "합리적 근거 없이 개정 지침의 적용 대상을 임의로 제한하는 것은 근로자 보호라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입법 취지에 반한다"고까지 지적한 바 있다.
그럼에도 공단의 처분과 법원의 판단 모두 사건별로 일관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재해자는 자신과 비슷한 소음 노출 이력을 가진 다른 사람은 인정받는데 자신은 인정받지 못하는 결과를, 오로지 "이번 감정 결과가 그렇게 나왔다"는 설명만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평생을 광산에서, 조선소에서, 방직공장에서 일한 노동자들에게 이런 불확실성은 단순한 행정적 불편이 아니라, 자신의 노동이 정당하게 인정받을 수 있는지조차 예측할 수 없다는 근본적인 불안으로 다가온다.
해법은 '연령보정'이 아니다
그런데 최근 고용노동부가 제시한 방향은 '연령보정', 즉 청력손실치에서 연령별 손실 중앙값을 일률적으로 공제하는 방식을 시행령 개정을 통해 재도입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문제의 원인을 잘못 짚은 처방이다.
연령보정은 이미 과거에 도입되었다가, 개인별 소음 노출 정도와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채 연령만을 기준으로 일률적으로 청력손실을 공제한다는 이유로 법원에서 반복적으로 배척되었다.
한 판결은 "개인마다 소음노출 기간이나 강도, 소음에 대한 감수성, 노화에 따른 청력저하의 시기나 정도가 모두 다를 수 있음에도 일률적으로 연령증가에 따른 청력저하 중위값을 적용하여 공제하는 방법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또 다른 판결은 "동일한 재해자에 대해서도 자문의마다 연령보정의 방법과 결과가 상이하게 나타나 그 타당성에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법원이 일관되게 타당성을 부정해 온 방식을 폐기한 것이 2020~2021년 지침 개정이었는데,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점이 재차 지적되며 결국 폐지된 바 있다.
같은 방식을 시행령이라는 더 강한 형식으로 되살린다고 해서 사건마다 결론이 달라지는 근본 원인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연령이라는 하나의 기준만으로 재해자를 획일적으로 평가하게 되어,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를 개별 사안의 의학적·사실적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도록 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34조 제4항의 취지와도 조화를 이루기 어렵다.
무엇보다 연령보정은 오래, 열악한 환경에서 일한 노동자일수록 진단 시점의 나이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가장 보호가 필요한 이들에게 가장 불리하게 작용하는 제도라는 근본적인 모순을 안고 있다.
진짜 필요한 것은 정반대의 방향이다
공단이 두 차례의 지침 개정을 통해 확인했고, 다수의 판결에서도 반복적으로 확인되어 온 원칙을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명확히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개별 감정 결과에 따라 인정 여부가 오락가락하는 현재의 불안정성을 줄이고, 유사한 소음 노출 이력을 가진 재해자들이 보다 일관되고 예측 가능한 판단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시행령·시행규칙에 담아야 할 것은 입증책임의 방향을 바꾸는 내용이어야 한다.
즉 소음 노출 이력이 인정기준(85dB 이상 연속음에 3년 이상 노출, 한 귀 청력손실 40dB 이상)을 충족하는 경우에는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그 난청이 소음과 무관하게 순수한 노화만으로 발생하였다는 점이 명백히 증명된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배제하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지금처럼 "노인성 난청이 자연경과적 이상으로 얼마나 악화되었는지"를 재해자가 입증해야 하는 구조에서는, 감정의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재량적 판단에 따라 사건의 결론이 뒤바뀌는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소되지 않는다.
반면 노출 요건 충족을 원칙적 인정의 출발점으로 삼고 예외적 배제 사유의 증명책임을 공단 쪽으로 돌린다면, 최소한 소음 노출 이력이 분명한 재해자가 개별 감정 결과 하나로 전부를 뒤집히는 상황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만 젊은 시절 소음 속에서 일했던 노동자들이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다시 한 번 배제되는 일을 막고, 산재보험제도의 예측가능성과 신뢰를 함께 높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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