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특검, 김건희 대법원 선고 연기요청...특검은 왜 이런 선택을 했나?김건희 선고 앞두고 등장한 ‘윤석열 유죄 판결’…같은 ‘명태균 무상 여론조사’ 사건인데 김건희는 무죄, 윤석열은 유죄, 대법원 정리할 시간 필요[신문고뉴스] 임두만 편집위원장 =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의 자본시장법·정치자금법 위반 등 사건에 대한 대법원 선고를 불과 이틀 앞두고 특별검사팀이 선고기일 연기를 신청했다. 전날 윤석열 전 대통령의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 사건에서 김씨의 하급심 판결과 정반대되는 유죄 판단이 나왔기 때문이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7월 14일 “전날 선고된 윤 전 대통령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 판결 내용을 반영한 추가 의견서를 제출하기 위해 대법원에 선고기일 연기신청서를 냈다”고 밝혔다. 김씨의 상고심 선고는 7월 16일 오전 10시 15분으로 예정돼 있다. 대법원이 특검의 요청을 받아들일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1. 왜 신청했나?
이번 신청은 단순한 일정 조정 요구라기보다,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결된 사실관계를 두고 법원의 판단이 정면으로 충돌한 상황에서 대법원이 새로운 1심 판결을 검토해 달라는 요청이다. 즉 엇갈린 판결에 대한 검토 시간이 대법원에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2. 윤석열 징역 2년…58차례 중 14차례만 유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는 7월 13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무상으로 제공받은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2년과 추징금 1,396만3,600원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명씨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이 선고됐으며, 재판부는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보고 명씨를 법정구속했다. 물론 이번 판단은 확정판결이 아닌 1심 판결이다. 이에 윤 전 대통령과 명씨 측은 모두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2021년 6월부터 2022년 3월까지 명씨로부터 총 58차례, 약 2억7,000만원 상당의 여론조사 결과를 무상으로 제공받았다고 기소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58건 전체를 유죄로 인정하지는 않았다. 윤 전 대통령 또는 김씨에게 조사 결과가 실제로 직접 전달됐다고 인정되는 14건, 약 2,792만원 상당에 대해서만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가 성립한다고 판단했다. 나머지 44건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제공받기로 합의했거나 실제 수령했다고 보기에는 증명이 부족하다고 봤다.
추징금이 유죄 인정액의 절반 수준인 1,396만여원으로 정해진 것은 윤 전 대통령과 김씨가 공동으로 얻은 이익을 나눠 산정한 결과로 해석된다.
3. 판결을 가른 핵심은 ‘묵시적 합의’
윤 전 대통령 사건 재판부가 주목한 핵심은 명시적인 계약서나 비용 지급 약속이 아니라 세 사람 사이의 ‘순차적·묵시적 의사 합치’였다.
재판부는 명씨가 중앙정치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하려 했고, 윤 전 대통령 부부는 대선 과정에서 지지 기반과 지지율을 확대하는 데 여론조사 결과를 활용할 이해관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명씨가 장기간 반복적으로 조사 결과를 제공하고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이를 지속적으로 전달받은 점을 고려하면, 단순한 일방적 홍보나 영업활동으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명씨가 미래한국연구소의 영업을 위해 일방적으로 자료를 보냈다면 한두 차례에 그쳤을 가능성이 크다며, 제공 횟수와 기간, 당사자들의 관계를 종합하면 아무런 합의 없이 거액의 여론조사가 계속 제공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정치자금법상 정치자금은 현금에 한정되지 않는다. 정치활동을 위해 제공되는 금품이나 재산상 이익도 정치자금에 포함될 수 있다. 재판부는 유료로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를 무상으로 받아 선거와 정치활동에 활용했다면 조사 비용에 해당하는 재산상 이익을 제공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즉, 이번 판결은 “돈을 직접 받지 않았기 때문에 정치자금이 아니다”라는 논리보다, 비용이 투입된 정치적 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받았는지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4. 김건희 1·2심은 왜 무죄였나
문제는 김씨가 동일한 무상 여론조사 수수 혐의로 기소됐지만 1심과 2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는 점이다.
김씨 사건의 하급심 재판부는 명씨가 실시한 여론조사가 윤 전 대통령 부부만을 위해 전속적으로 진행된 것이 아니라고 봤다. 명씨가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유력 정치인들에게 접근하기 위한 목적으로 여러 조사를 실시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사전에 조사를 의뢰하거나 구체적인 조사 방식과 내용을 지시했다는 증거가 부족하고, 무상 여론조사 제공의 대가로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을 약속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씨 사건 재판부는 명씨가 윤 전 대통령 부부에게 일부 결과를 보낸 사실만으로는 정치자금 ‘기부’에 필요한 당사자 사이의 의사 합치가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반면 윤 전 대통령 사건 재판부는 장기간 반복된 제공 관계와 당사자들의 대화, 정치적 이해관계, 일부 여론조사의 직접 전달 사실을 종합해 묵시적 합의를 인정했다.
결국 두 판결은 기본적인 사건 구조가 달라서가 아니라, 같은 정황증거를 어느 정도까지 연결해 ‘합의’로 인정할 수 있는지를 놓고 갈렸다.
5. 김영선 공천 판단도 엇갈려
두 재판부의 판단은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 문제에서도 차이를 보였다.
김씨 사건의 하급심은 김 전 의원의 공천이 당의 공식 절차에 따라 이뤄졌으며, 명씨에게 여론조사의 대가로 공천을 약속하거나 제공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 사건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명씨의 요청을 받고 당시 공천관리위원장이던 윤상현 의원에게 영향력을 행사했으며, 무상 여론조사 제공에 대한 보답이 공천 영향력 행사의 동기 가운데 하나였다고 판단했다.
다만 윤 전 대통령 재판에서도 여론조사와 공천 사이의 직접적인 대가관계 전체가 별도의 뇌물이나 매수 행위로 인정된 것은 아니다. 이번 사건의 주된 유죄 판단은 여론조사 비용에 해당하는 재산상 이익을 정치자금법이 정한 방식 밖에서 제공받았다는 데 있다.
6. 특검이 선고 연기를 요청한 법적 계산
대법원 상고심은 원칙적으로 새로운 증거를 조사해 사실관계를 처음부터 다시 판단하는 사실심이 아니다. 1·2심 판결에 법률 적용의 오류가 있는지, 논리와 경험칙을 위반해 사실을 인정했는지 등을 심사하는 법률심이다.
따라서 윤 전 대통령 사건의 1심 판결이 나왔다고 해서 김씨의 무죄 판결이 자동으로 뒤집히는 것은 아니다. 별도 재판부의 1심 판결은 김씨 사건 대법원을 법적으로 구속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특검이 선고 연기를 신청한 이유는 분명하다.
첫째, 윤 전 대통령 사건 판결문에는 김씨 사건 하급심이 배척하거나 다르게 평가한 정황증거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이 담겨 있을 수 있다.
둘째, 윤 전 대통령 사건 재판부가 윤 전 대통령과 김씨, 명씨 사이의 공모관계와 묵시적 합의를 인정한 만큼, 김씨 사건의 무죄 판결이 공모관계에 관한 법리를 지나치게 엄격하게 적용했는지를 다시 검토해 달라고 주장할 수 있다.
셋째, 같은 부부가 공범으로 적시된 동일한 여론조사 제공 행위를 두고 한쪽은 유죄, 다른 한쪽은 무죄가 나온 상황은 사법 판단의 일관성과 국민의 법적 예측 가능성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사건 판결문을 분석해 김씨의 1·2심 재판부가 증거의 의미를 잘못 평가했거나 공모공동정범 및 정치자금 기부의 법리를 오해했다는 취지의 추가 의견서를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결론, 대법원이 선택할 수 있는 세 가지 길
대법원의 선택지는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특검의 연기신청을 받아들이고 윤 전 대통령 사건 판결문과 추가 의견서를 검토한 뒤 선고기일을 다시 지정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예정대로 7월 16일 선고를 진행하는 것이다. 대법원이 이미 쟁점 검토와 합의를 마쳤고 새로운 1심 판결이 김씨 사건의 법률 판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본다면 연기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
세 번째는 예정된 선고일에 김씨 사건의 상고를 기각해 무죄를 확정하거나, 원심판결에 법리오해 또는 심리미진이 있다고 보고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내는 것이다.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선택할 경우 김씨의 유죄가 즉시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항소심이 대법원이 제시한 법리에 따라 증거를 다시 심리하고 유무죄를 새로 판단해야 한다.
반대로 상고가 기각되면 김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한 무죄는 확정된다. 이 경우 윤 전 대통령 사건이 항소심과 대법원에서 계속되는 동안 동일 사실관계를 둘러싼 엇갈린 판결이 상당 기간 병존할 가능성도 있다.
덧붙임, 도이치모터스·알선수재 혐의와는 구분해야
김씨의 상고심은 명태균 여론조사 사건만을 다루는 재판이 아니다. 김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련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와 통일교 측 청탁과 금품 수수 의혹에 따른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 등으로도 재판을 받아왔다.
도이치모터스 사건에서는 2010년부터 2012년까지 권오수 전 회장 등과 공모해 고가 매수, 허수 주문, 통정매매 등의 방식으로 주가를 조작하고 약 8억1,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얻었다는 혐의가 제기됐다.
따라서 명태균 사건과 관련된 윤 전 대통령의 유죄 판결이 김씨의 전체 상고심 결론을 좌우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대법원은 각 혐의별로 원심의 사실 인정과 법률 적용을 따로 심사한다.
특검의 이번 연기신청 역시 김씨 사건 전체를 다시 수사해 달라는 요구가 아니라, 정치자금법 위반 부분과 직접 연결된 새로운 판결 내용을 검토할 시간을 달라는 취지다.
그렇다면 ‘부부 공범’ 사건의 사법적 모순, 대법원이 풀 수 있을까
이번 사태의 본질은 단순히 전직 대통령 부부에 대한 유무죄가 다르다는 데 있지 않다.
형사재판에서는 피고인별 증거와 방어권이 다르기 때문에 공범 가운데 한 명은 유죄, 다른 한 명은 무죄가 선고되는 일이 법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각 재판부도 독립적으로 증거를 판단한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 사건 재판부는 판결 과정에서 김씨를 단순한 주변 인물이 아니라 명씨와의 묵시적 합의에 참여한 공범으로 판단했다. 반면 김씨 사건의 하급심은 그 합의 자체가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봤다.
동일한 14건의 여론조사 전달과 같은 대화·관계에 대해 서로 상반된 결론이 내려진 것이라면, 이는 단순한 양형 차이나 주변 사실의 차이를 넘어선다. 형사사법 체계가 정황증거를 이용해 공모와 묵시적 합의를 인정하는 기준이 무엇인지를 둘러싼 충돌이다.
특검은 이 충돌을 대법원이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씨 측은 윤 전 대통령 사건이 아직 1심에 불과하고, 별도 피고인에 대한 판결로 이미 두 차례 무죄가 선고된 자신의 사건을 뒤집어서는 안 된다고 맞설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당장의 첫 관문은 김씨의 유무죄가 아니라 대법원이 특검의 선고기일 연기신청을 받아들일지 여부다.
연기신청이 받아들여진다면 대법원이 윤 전 대통령의 유죄 판결을 김씨 사건의 법률 판단과 관련해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다만 이는 파기환송이나 유죄 취지의 판단을 예고하는 것은 아니다.
연기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예정대로 선고가 이뤄진다면 대법원이 이미 충분한 심리를 마쳤거나, 새로 나온 1심 판결이 상고심 결론을 바꿀 정도의 자료는 아니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윤 전 대통령에게 선고된 징역 2년은 아직 확정판결이 아니다. 김씨의 1·2심 무죄도 대법원 판단을 남겨두고 있다. 따라서 현재 단계에서 어느 한쪽 판결만을 최종적 사실로 단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다만 같은 무상 여론조사, 당사자 관계, 공모 혐의를 놓고 정반대 판단이 나온 만큼, 대법원의 결정은 김씨 개인의 형사책임을 넘어 정치자금의 범위와 무상 여론조사의 법적 성격, 묵시적 공모를 인정하는 증명의 기준을 제시하는 중요한 판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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