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국정2년차 “국민에게 묻고, 현장에서 답 찾고, 조용히 성과 낸다”달리진 국무회의, 초고가 주택 보유 부담부터 미프진·유통개혁까지...공개 토론과 실용적 개혁 앞세운 ‘체감형 국정운영’ “계급장 떼고 토론하라”[신문고뉴스] 추광규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제30회 국무회의에서는 부동산 세제, 생활물가, 농산물 유통, 임신중지 의약품, 정부 조직문화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현안들이 잇따라 논의됐다.
이날 나온 이 대통령의 발언들은 각각 다른 분야의 정책과 관련된 발언으로 보이지만 이날 발언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비교적 선명했다. 국민의 의견을 정책 결정 과정에 직접 반영하고, 행정기관이 책임을 피하기보다 현실적인 해결책을 내놓으며, 개혁은 구호나 충돌이 아니라 실제 성과로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부동산 정책 관련 국민의견 수렴계획과 중동전쟁 관련 비상국정운영 대응 현황,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 경제적 위기자 자살예방 대책 등이 보고됐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올해를 잠재성장률 3%, 세계 무역 4강, 국민소득 5만 달러를 향해 도약하는 원년으로 만들자고 주문했다.
국무회의 도중 유튜브 즉석투표…“초고가 1주택은 부담 강화”
가장 눈길을 끈 장면은 부동산 정책 토론 과정에서 진행된 실시간 의견 수렴이었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생중계하던 유튜브 시청자들에게 실거주 목적의 1주택이라도 초고가 주택이라면 일반 주택보다 보유 부담을 더 높이는 방안에 찬성하는지를 물었다.
선택지는 초고가 주택의 보유 부담을 강화하자는 1번과 이에 반대하는 2번이었다. 참모진이 댓글 반응 가운데 약 90%가 1번을 선택했다고 보고하자 이 대통령은 “실거주 1주택이라도 초고가 주택에는 부담을 더 강화하자는 데 대체로 공감하는 것 아닌가”라는 취지로 평가했다.
초고가 주택의 기준을 묻는 추가 의견 수렴에서는 30억원 이상이라는 응답이 상대적으로 우세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시가 30억원 주택이라도 공시가격은 10억원대에 머무를 수 있다는 취지로 언급하며, 시가와 공시가격 사이의 차이도 세제 설계에서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국무회의 유튜브 댓글을 이용한 즉석 의견 수렴은 표본을 무작위로 추출한 과학적 여론조사가 아니다. 방송을 시청하면서 댓글에 참여한 사람들의 의견을 확인한 참고자료에 가깝다. 따라서 ‘국민 90%가 찬성했다’고 일반화하기보다는, 정책 토론 과정에서 대통령이 국민 반응을 실시간으로 확인한 정치적·소통적 실험으로 봐야 한다.
그럼에도 이날 장면은 향후 부동산 세제 논의의 방향을 짐작하게 한다. 이 대통령이 모든 1주택자를 동일하게 보호하기보다 실수요 주택과 고가 자산을 구분해 조세 부담을 달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음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는 거래 과정의 세 부담은 완화하되, 보유 단계에서는 자산가치에 맞는 부담을 지도록 하는 이른바 ‘거래세 완화·보유세 정상화’ 논의와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초고가 기준과 공시가격 현실화율, 고령 은퇴자와 장기 실거주자에 대한 보호장치 등은 별도의 정밀한 설계가 필요한 사안이다.
“난 이제 집 없다”…분당 아파트 매각과 정책 신뢰
부동산 토론 과정에서는 이 대통령 개인의 주택 매각 문제도 언급됐다.
이 대통령은 한성숙 국무총리와 대화하던 중 “난 이제 집이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공동 소유한 성남시 분당구 아파트가 가계약을 거쳐 조만간 본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앞서 지난 2월 부동산 시장 정상화 의지를 보이겠다며 해당 아파트를 매물로 내놓은 바 있다.
대통령의 아파트 처분은 법률상 부동산 정책의 전제조건은 아니다. 그러나 대통령이 초고가 주택에 대한 보유 부담 강화와 부동산 세제 정상화를 주장하는 상황에서 본인 소유 주택의 처분은 정책 메시지의 신뢰도와 연결될 수 있다.
반대로 대통령 개인의 무주택 전환이 정책의 타당성을 자동으로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부동산 세제는 개인적 상징 행위보다 조세 형평성과 시장 안정, 실수요자 보호라는 객관적인 기준을 중심으로 설계돼야 한다.
미프진 도입 주문…“정부가 책임 피하면 국민이 위험해진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먹는 임신중지 의약품인 ‘미프진’ 문제도 공개적으로 논의됐다.
이 대통령은 미프진을 필요로 하는 여성들이 국내에서 합법적이고 안전한 경로를 이용하지 못하고 해외 구매 등에 의존하는 현실을 거론하며, 정부가 적정한 범위에서 투약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실적으로 필요한 사람들이 약을 구매하거나 투약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법과 제도의 미비를 이유로 방치하면, 정부는 책임을 피할 수 있을지 몰라도 국민은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이 모자보건법 개정 등 법률 정비의 필요성을 언급하자 이 대통령은 임신 주수와 허용 범위 등을 둘러싼 논의를 계속하다 보면 결론을 내리지 못할 수 있다며 보다 실용적인 접근을 주문했다. 의사의 전문적 판단과 재량에 맡기는 방식도 검토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이 발언의 핵심은 미프진 허용 여부만이 아니다. 법률과 제도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동안 국민이 불법·비공식 경로로 내몰리고 있다면 행정부가 이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행정책임론에 가깝다.
다만 실제 도입 과정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허가, 임신 주수별 투약 기준, 의료기관 처방과 사후관리, 오남용 방지, 응급상황 대응체계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 임신중지에 관한 법률적 공백과 사회적 논쟁도 여전히 남아 있어 대통령의 주문이 곧바로 의약품 허용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생산지는 폭락하는데 소비자가격은 계속 오른다”
생활물가와 관련해서는 국내 유통구조에 대한 강도 높은 문제 제기가 나왔다.
중동지역 정세와 석유제품 물가 관리 대책을 보고받은 이 대통령은 국내 물가 문제가 한두 가지 원인이 아니라 여러 구조적 문제가 중첩된 결과라며, 담합과 독과점 폐해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압박이 없었다면 물가상승률이 훨씬 높아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농산물 유통과 관련해 산지 가격과 소비자가격 사이의 지나친 격차를 지적했다. 생산지 가격은 급락과 급등을 반복하는 반면 소비자가격은 좀처럼 내려오지 않는 구조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농업을 단순한 민간 시장이 아니라 전략산업이자 안보산업으로 규정했다. 농산물 유통을 민간이나 농협에만 맡기지 말고 정부가 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시스템 구축과 투자에 직접 참여하는 방안을 찾으라고 지시했다.
이는 정부의 물가대책을 할인행사나 비축물량 방출 같은 단기 처방에서 유통단계와 가격 결정구조를 고치는 장기 개혁으로 전환하겠다는 의미다.
농민은 제값을 받지 못하고 소비자는 비싼 가격을 부담하는 현상이 반복된다면, 그 사이의 유통단계와 수수료, 도매시장 구조, 저장·운송시설, 산지 조직화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정부가 유통망에 직접 참여할 경우 민간사업자와의 역할 중복, 막대한 재정 부담, 새로운 공공기관의 비효율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공영 도매시장 개혁, 온라인 도매거래 확대, 산지 유통조직 강화, 가격정보 공개 등 여러 수단을 조합하는 방식이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요란한 개혁보다 어느 순간 바뀐 개혁”
이 대통령은 사회개혁의 방법론에 대해서도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최근 정부가 성장과 경제를 강조하면서 개혁과 복지를 소홀히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는 점을 언급한 뒤, 개혁과 복지는 정부가 결단하면 추진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다만 개혁 과정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상대방을 몰아붙이는 방식은 저항만 키우고 실제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기득권을 깨고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개혁은 본질적으로 저항을 부르기 때문에 절차적 정당성과 충분한 설득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실용과 개혁이 반대말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개혁의 명분이 옳더라도 추진 방식이 거칠고 고통이 지나치게 커지면 사회적 저항이 커져 목표 자체가 좌절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는 개혁을 주사 처방에 비유하기도 했다. 환자를 달래고 고통을 줄이며 주사를 놓듯, 개혁도 정당성을 설명하고 고통을 최소화하면서 순차적·실효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어느 순간 보니 바뀌어 있더라”는 방식의 개혁론은 이재명 정부가 집권 2년 차에 채택하려는 국정운영 전략을 압축한다. 개혁의 속도보다 실제 제도 변화와 국민 체감 성과를 우선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 같은 접근은 사회적 합의와 실행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반면, 개혁 속도가 지나치게 느려지거나 기득권과의 타협으로 핵심 내용이 후퇴할 수 있다는 비판도 받을 수 있다. 결국 실용적 개혁이 성과를 내려면 ‘조용한 추진’뿐 아니라 분명한 목표와 이행 시한, 평가 기준이 함께 제시돼야 한다.
“국정 핵심은 청와대 아닌 부·처·청”
공직사회 내부를 향해서는 수평적 소통을 강하게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국정의 핵심 축이 청와대가 아니라 각 부·처·청이라며, 장관과 기관장부터 일선 직원에 이르기까지 소통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계급장을 떼고 하는 브레인스토밍”과 허심탄회한 토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사례로 든 것은 지역의 공공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주소지를 옮겨가며 법인을 만드는 이른바 ‘메뚜기 산림법인’ 문제였다.
언론이 기획보도를 할 정도로 현장에서는 널리 알려진 문제인데도 지휘부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면, 이는 일선 공직자의 정보와 문제의식이 장관과 기관장에게 올라가지 않는다는 의미라는 지적이다.
이 대통령은 정부 출범 초기에는 큰 문제를 해결했다면 이제는 중간 규모의 문제와 세부적인 비효율까지 찾아내야 한다며, 큰 돌과 중간 돌, 자갈까지 골라내야 옥토가 된다고 비유했다.
이는 집권 2년 차 행정의 무게중심이 대형 국정과제의 선언에서 세부 집행과 현장 관리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청와대가 모든 문제를 직접 지시하는 방식보다는 부처가 능동적으로 문제를 찾아 정책을 기획하고 집행하라는 주문이기도 하다.
경제성장과 복지·개혁을 함께 묶은 국정 기조
이날 국무회의에서 제시된 목표는 경제성장에만 머물지 않았다.
청와대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수출과 설비투자 증가 등을 토대로 올해 실질성장률이 3%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거론하며, 잠재성장률 3%, 세계 무역 4강, 국민소득 5만 달러를 향한 도약을 강조했다.
이 같은 성장론은 부동산 보유 부담 강화, 농산물 유통구조 개혁, 미프진 접근권 보장, 복지 확대와 동시에 제시됐다.
이는 성장과 분배, 경제와 개혁을 서로 대립하는 개념으로 보지 않겠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산업과 수출을 통해 성장 기반을 넓히되, 부동산과 유통시장에서 생기는 불공정과 비효율을 바로잡고 국민의 의료·복지 접근권을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이날 발언 가운데 상당수는 정책 방향과 문제의식을 밝힌 단계다. 초고가 주택의 구체적인 기준과 세율, 미프진 허용 절차, 정부의 농산물 유통 참여 방식 등은 아직 확정된 정책으로 볼 수 없다.
공개 국무회의가 ‘정책 토론장’으로
14일 국무회의는 의결된 안건만 발표하는 전통적인 회의와 달리 대통령과 장관들이 현안을 두고 공개적으로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는 정책 토론의 성격을 보였다.
유튜브 댓글을 이용해 부동산 정책에 관한 즉석 의견을 묻고, 장관의 답변에 대통령이 재차 질문하며 대안을 요구하는 장면도 공개됐다.
공개 국무회의는 국민이 정책 형성 과정을 볼 수 있고 장관들의 책임성을 높인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충분한 검토가 필요한 민감한 정책이 즉석 발언 중심으로 논의될 경우 정책 혼선이나 포퓰리즘 논란이 생길 수 있다.
특히 부동산 세제나 임신중지 의약품처럼 이해관계와 가치관이 첨예하게 충돌하는 사안은 실시간 반응만으로 결론을 내릴 수 없다. 공개 토론에서 확인된 민심을 전문가 검토와 이해관계자 협의, 국회 입법 과정으로 연결하는 후속 절차가 중요하다.
결론: 구호보다 체감 성과를 선택한 집권 2년 차
14일 국무회의에서 나온 발언을 종합하면 이재명 대통령이 제시한 국정 2년 차 운영원칙은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는 국민 참여다. 초고가 주택 보유 부담을 놓고 실시간 의견을 물은 것은 완전한 여론조사는 아니지만 정책 결정 과정을 국민에게 공개하고 반응을 확인하려는 시도였다.
둘째는 정부 책임이다. 미프진 문제와 농산물 유통구조를 두고 법과 시장에만 맡긴 채 정부가 방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 것은 행정부가 현실의 문제를 직접 해결해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셋째는 실용적 개혁이다. 개혁의 명분을 큰 목소리로 외치는 것보다 절차와 설득을 통해 실제 제도를 바꾸고 국민이 변화를 체감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초고가 주택의 부담은 높여야 한다”, “정부의 방치는 무책임하다”, “유통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라”, “계급장을 떼고 토론하라”는 발언은 분야는 달라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국민 생활에서 발생하는 불합리와 위험을 현장에서 찾아내고, 부처가 책임 있게 해결하며, 갈등을 관리해 실제 결과를 만들어내라는 주문이다.
관건은 이제 후속 조치다. 실시간 의견 수렴이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정교한 조세정책으로 이어질지, 미프진 논의가 안전한 의료체계 구축으로 연결될지, 유통개혁이 농민과 소비자가 함께 체감하는 가격구조 개선으로 나타날지가 이재명 정부의 ‘성과 중심 실용개혁’을 평가하는 기준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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