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변화하지 않는 것 같아도 변화해 가는 일본

박오영 교수 | 기사입력 2026/07/24 [00:45]

[칼럼] 변화하지 않는 것 같아도 변화해 가는 일본

박오영 교수 | 입력 : 2026/07/24 [00:45]

일본 사회는 큰 변화 없이 평범하게 나라가 돌아가고 사회활동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수많은 규율과 규범들이 정해져 있고 엄격해서 처음 일본에 가서 살아보면 때로는 숨이 막혀 답답하게 여겨질 때도 있습니다. 또한 기업 간의 비즈니스를 하는 방법을 보면 작은 것 하나도 체크하며 더디게 일을 처리하고 있어서 아직도 일본은 아날로그 시대에 살아가고 있구나 생각할 때도 있었습니다.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이미지 생성 = 챗 GTP 

 

나는 일본으로 부품을 수출하는 일을 수십 년간 해오고 있는데, 한 번에 수만 개의 부품을 수출하면서도 그 부품들을 확인하러 한국의 부품회사를 찾아와 한 개 한 개씩 검사하고 테스트해 합격한 것만 배에 실어 가져가는 것을 보면 그들의 세심함에 혀를 내두르게 될 때도 있습니다.

 

완벽을 기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한국에서 부품을 가져가면서도 일본 고객들에게 완벽한 완성품을 전달하고, 그들의 최종 고객에게 폐를 끼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은 오늘날 일본이 세계 최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기초를 마련한 바탕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일본인의 좋은 점도 있지만 일본에서 오랫동안 살아보니 모두 다 좋은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어쩌면 나라별로 서로 취향과 특성이 다른 것도 있을 것입니다. 저도 일본 회사들과 사업을 하면서 일본인의 더디게 가는 습성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일본은 한 번 결정하면 좀처럼 바꾸지 않는 습성으로 더 오랫동안 비즈니스를 할 수 있었습니다. 지나고 보니 그들의 느리게 가는 답답함이 오히려 도움이 되었구나 생각합니다.

 

일본의 답답한 'slow, slow', 천천히 천천히라는 방식이지만,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이공계 분야에서는 노벨상을 받지 못하였지만 일본은 그 어려운 노벨상을 매년 몇 개씩 받아가고 있습니다. 답답하게 보여도 할 것은 하는구나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일본이 모두 다 잘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기초과학 분야에서는 일본을 대적하기 어렵습니다. 탄탄하게 연구하고 기록을 남겨놓는 그들의 문화는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회사에서 65세 이상이 되면 은퇴할 나이라고 하지만 일본인들은 65세의 나이 많은 부장이라도 하급 사원처럼 기안을 작성하고 결재를 받는 모습이 그들이 나이가 들어서도 오래도록 일할 수 있는 근원이 되는 것 같습니다.

 

나이가 많다고 결재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서 은퇴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자기 몫의 일을 가질 수 있는 것도 그들은 한 사람 몫의 일을 마지막까지 다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일본보다 부족하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결코 아닙니다. 우리도 일본보다 잘하고 있는 것도 많이 있습니다. 일본에게 잘한다, 못한다고 이야기할 수 있고 평가할 수 있는 한국 회사들도 많이 있습니다.

 

한국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그리고 현대차와 기아차를 보면 우리는 일본을 잘한다, 못한다 평가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남의 회사를 평가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반도체 분야 세계 1위 기업들과 자동차 분야 세계 3위 수준의 자동차 산업을 일군 업적은 대단한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더욱이 1950년 6·25전쟁으로 우리나라는 폐허가 되었지만, 이 땅에서 세계 1위의 위상을 자랑하는 기업들을 가진 국가가 되었으니 전 세계가 깜짝 놀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그래도 자만하면 발전할 수 없다는 말처럼 일본의 좋은 점은 배우고 본받아야 할 것입니다. 일본어로 'フルに生かして'라는 말이 있습니다. 잘된 것을 거울삼아 더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가끔씩, 그리고 자주 일본에 출장을 가보면 여전히 일본은 배울 점이 많고, 내가 회사의 주재원으로 오랫동안 근무했던 일본의 도쿄와 오사카 등의 대도시를 방문하면 역시 선진국은 선진국이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그들의 준법정신과 타인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정신자세, 그리고 묵묵히 일하고 작은 급여를 받으면서도 불만 없이 한평생 회사를 위해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일본인이 아니면 이해하기 어렵겠구나 생각합니다.

 

내가 주재했던 히로시마는 일본에서 12번째쯤 되는 작은 도시이지만, 어느 날 가보면 도시 전체가 깜짝 놀랄 만큼 완전히 탈바꿈되어 있는 것을 보면 천천히 가더라도 꾸준히 할 일을 하며 살아가는 민족이구나 생각합니다.

 

변화하지 않는 것 같아도 변화해 가는 일본. 대도시의 거대한 건물들과 거리들을 보면서 놀라고, 그 속에서 묵묵히 규범과 질서를 지키며 살아가는 일본 국가와 일본 국민들을 보면 대단한 나라가 맞구나 생각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전쟁의 참화 속에서도 꿋꿋하게 일어나 세계 최고의 반도체, 조선, 방산, 배터리 기업들이 뛰어난 실적을 내고 있는 것을 보면서 세계 최고의 회사를 일구어낸 기업인들의 피와 땀의 결과에 감동하고 있습니다.

 

이때까지 그렇게 해왔듯이 우리는 우리 나름의 방식대로 일본과는 다르게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 최선진국으로 나아가면 되는 일입니다. 정치도 잘해야 하고, 정치가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어야 하며, 기업하는 사람들이 존중받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가끔씩 TV 드라마에서 기업의 총수는 언제나 편하고 방만하게 살며 놀고먹는 것이 일상인 사람들처럼 비춰지고, 비상식적인 기업 총수의 모습으로 묘사되는 장면을 보면서 돈 많은 사람은 모두 나쁜 사람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영상은 이제 그만두었으면 좋겠습니다. 정치가 나라를 부국강병으로 이끌 수 있다고 하겠지만, 식민지 시대와 한국전쟁의 폐허 속에서 무에서 유를 창조해 전 세계에 수출대국으로 명성을 날리게 했던 기업인들에게 용기를 주는 말 한마디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비즈니스차 외국을 방문할 때 이미그레이션을 통과하면서 기업의 이름을 말하고, 비즈니스차 그 도시를 방문하게 되었다고 말하면 통관 담당자들이 갑자기 만면에 웃음을 지으며 "회의 잘하고 돌아가십시오"라고 인사하며 통과시켜 줄 때, 나라도 중요하지만 전 세계에서 기업의 이미지가 정말 중요하구나 생각하였습니다.

 

국가에 세금을 많이 내고, 고용을 창출하며, 전 세계에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를 알리고 있는 기업인들에게 마음속으로나마 고마움의 인사라도 할 수 있는 우리들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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