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고뉴스] 김승호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은 단순한 부부의 갈등을 넘어 우리 사회가 재산분할의 원칙과 기업인의 사회적 책임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법원은 파기환송심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9440억 원을 재산분할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의 판단을 반영해 재산분할 규모는 조정됐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사법 역사에서 손꼽히는 규모다. 이 사건이 던지는 핵심은 돈의 액수가 아니다. 혼인이라는 공동체 안에서 함께 형성된 재산의 가치와 배우자의 기여를 법원이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기준을 다시 세웠다는 점이다.
기업인의 사생활이라며 외면할 수도 있지만, 대기업 총수의 윤리의식은 기업의 신뢰와도 직결된다. 경영자의 사적 판단과 행동은 결국 기업의 이미지와 주주, 임직원,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ESG 경영 시대에 기업인의 도덕성과 책임감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인 경영 자산이다.
또한 이번 판결은 법 앞에서는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사법부의 원칙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 막대한 재산을 보유한 사람도, 사회적 영향력이 큰 기업인도 법률이 정한 기준과 절차에 따라 판단받는다는 사실은 법치주의의 중요한 가치다.
다만 긴 소송 과정은 또 다른 과제를 남겼다. 9년에 걸친 법적 다툼은 당사자는 물론 사회적 비용 또한 적지 않았다. 국민들은 승패보다 신속하고 예측 가능한 사법 절차를 원한다. 정의는 공정해야 할 뿐 아니라, 지나치게 늦어져서도 안 된다.
이번 판결이 상고로 이어질지 여부는 아직 남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번 사건이 우리 사회에 '재산보다 중요한 것은 책임이며, 성공보다 중요한 것은 신뢰'라는 사실을 다시 일깨워 주었다는 점이다.
기업의 가치는 숫자로 평가받지만, 기업인의 품격은 책임으로 평가받는다. 법원의 판결은 끝날 수 있어도, 국민이 기억하는 신뢰의 평가는 오랫동안 이어질 것이다.
2026. 7. 25.
다선 김승호 시인, 컬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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