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39.9도 ‘극한폭염’…온열질환·가축 폐사·가뭄 피해 전국 확산입추인 7일도 최고 39도...온열질환자 2천665명·사망 23명…과수 햇빛 데임과 농업용수 부족까지 ‘삼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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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공식 대표기온을 측정하는 종로구 서울기상관측소의 최고기온은 37.9도를 기록했다. 이는 서울에서 8월 기온 관측을 시작한 1908년 이후 다섯 번째로 높은 8월 기온이다. 경기 여주시 금사면도 39.1도까지 올랐고, 경북 구미는 38.2도, 전북 남원은 37.9도를 기록했다. 구미와 남원, 인천 백령도의 이날 기온은 각 관측지점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었다.
폭염특보 최상위 단계인 폭염중대경보도 서울과 수도권을 넘어 강원 영서와 전북·광주·전남 일부 지역으로 확대됐다. 폭염중대경보는 최고 체감온도 35도 이상이 이틀 이상 이어지는 지역에서 체감온도가 38도 이상이거나 최고기온이 39도 이상으로 오를 때 내려진다.
기상당국은 냉방시설이 없는 실내도 위험할 수 있다며 야외활동과 작업을 즉시 중단하고 시원한 장소로 이동한 뒤 가족과 이웃의 안전을 확인하는 ‘중단·이동·확인’ 행동수칙을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온열질환자 사흘째 200명대…누적 사망자 23명
인명 피해도 빠르게 늘고 있다.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에 따르면 지난 5일 하루 전국 500여 개 응급실을 찾은 온열질환자는 208명으로 집계됐다. 이달 들어 3일부터 5일까지 사흘 연속 하루 환자가 200명을 넘어섰다.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도 닷새 연속 발생했다. 지난 5일 전북 김제에서 70대 남성이 길가에서 온열질환을 겪은 뒤 숨졌으며, 지난달 29일 부산에서 온열질환으로 응급실에 이송됐던 70대 남성이 사망한 사실도 뒤늦게 확인됐다.
올해 5월 15일부터 5일까지 집계된 누적 온열질환자는 2천665명, 추정 사망자는 23명으로 늘었다. 누적 환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3천300명보다 적지만, 5일 하루 환자는 지난해 같은 날 62명의 3.4배에 달했다. 누적 사망자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명 많다.
환자의 77.5%는 남성이었고, 전체 환자의 33.8%가 65세 이상 고령층이었다. 질환별로는 열탈진이 62.3%로 가장 많았고 열사병 16.9%, 열경련 11.1%, 열실신 8.4% 순이었다. 발생 장소의 77.4%는 실외였으며 작업장에서 발생한 사례가 전체의 25.7%를 차지했다.
특히 농촌에서는 고령 농민이 한낮에도 밭일을 계속하다 쓰러지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어 지방자치단체들이 순찰과 방송, 열화상 드론 등을 동원해 작업 중단을 요청하고 있다. 폭염 때는 갈증을 느끼지 않더라도 수시로 물을 마시고, 한낮 야외활동과 농작업을 피해야 한다. 의식이 없거나 고열·경련 등 중증 증상이 나타날 경우 즉시 119에 신고해야 한다.
닭·돼지 수만 마리 폐사…양식장도 고수온 피해
사람뿐 아니라 가축과 양식어류 피해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경남에서는 올해 폭염으로 닭 4만3천185마리, 돼지 6천289마리, 오리 2천마리 등 모두 5만1천474마리가 폐사했다. 경북의 가축 폐사 규모는 9만5천540마리로 집계됐다.
경북 포항에서는 양식장 13곳에서 넙치와 강도다리 등 6만9천여 마리가 고수온으로 폐사했다. 제주에서도 17개 양식장이 고수온 피해를 신고했으며 피해 어류는 8만3천672마리에 달했다.
축산 농가들은 축사 지붕과 주변에 물을 뿌리고 대형 선풍기와 냉방장치를 가동하고 있지만, 밤에도 기온이 충분히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가 계속되면서 가축의 스트레스와 폐사 위험이 커지고 있다.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에어컨 고장과 수리 지연도 잇따르고 있다. 냉방기기 수리 요청이 폭주해 수리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으며, 휴가철 이용객이 몰리는 고속도로 휴게소 등 다중이용시설에서도 냉방장치 고장으로 이용객과 근무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사과·단감 검게 타들어가…추석 물가 우려
강한 햇볕에 과일 표면이 화상을 입은 것처럼 변하는 ‘햇빛 데임’ 또는 ‘일소’ 피해도 전국 과수농가로 확산하고 있다.
단감 주산지인 경남 김해의 햇빛 데임 피해 면적은 이미 260㏊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1년간 재해 피해로 인정된 55㏊의 네 배를 넘는 규모다. 창원과 충남 예산 등지의 단감·사과·배 농가에서도 과실 표면이 갈색이나 검은색으로 변하고 생육이 부진해지는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
충남 예산의 사과 농가에서는 햇볕을 직접 받은 사과 표면이 누렇게 변한 뒤 갈색과 검은색으로 번지고, 과육까지 물러 상품성을 잃는 사례가 속출했다. 한 농가는 현재 피해가 전체 생산량의 약 10%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추석 전인 9월 초·중순 수확을 앞둔 상황에서 폭염과 병해충 피해가 계속될 경우 실제 출하량 감소와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피해 과일을 그대로 두면 탄저병이나 벌레 피해가 주변 과실로 확산할 수 있어 농가들은 손상된 과일을 일일이 따내고 있다.
농가들은 미세한 물을 뿌려 과수원의 온도를 낮추는 미세살수 장치와 예방제, 차광망 등을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반자동 차광시설은 3천300㎡당 약 5천만원이 들어 영세농가가 자체적으로 설치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다. 농민들은 장기간의 폭염이 과일뿐 아니라 나무의 생육까지 떨어뜨려 내년 작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저수지 바닥 드러나…폭염·가뭄 악순환
남부지방에서는 장마철 강수량 부족과 장기간 폭염이 겹치면서 농업용수 부족도 현실화하고 있다.
전북지역 저수지 401곳의 평균 저수율은 42%로, 평년보다 19%포인트 낮았다. 올해 전북 누적 강수량은 548㎜로 평년 794㎜의 69%에 그쳤다. 호남평야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옥정호의 저수율도 21.6%로 평년 42.1%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다.
경남에서는 함양을 제외한 17개 시군이 농업용수 가뭄 비상 대응 단계에 들어갔다. 창원·김해·밀양·양산·의령 등 11개 시군은 ‘경계’ 단계다. 경남지역 평균 농업용수 저수율은 37.5%로 평년의 52.2% 수준이며, 밀양은 30.3%까지 하락했다.
울산지역 82개 저수지의 평균 저수율도 36.8%로 평년의 48%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 가운데 11곳은 평년 대비 저수율이 40% 미만인 ‘심각’ 단계다. 울산 울주군에서는 가뭄 해소와 단비를 기원하는 기우제까지 열렸다.
토양의 수분이 줄면 태양에너지가 물을 증발시키는 데 사용되지 않고 지표와 대기를 가열하는 열에너지로 전환된다. 이 때문에 가뭄이 폭염을 강화하고, 강화된 폭염이 다시 토양을 말리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폭염 속 물놀이 증가…영유아 수족구병도 확산
무더위를 피하기 위한 물놀이와 실내 다중이용시설 이용이 증가하면서 영유아를 중심으로 수족구병도 확산하고 있다.
수족구병은 발열과 함께 손·발·입안에 수포가 생기는 감염병으로 전염성이 강하다. 예방백신이나 특별한 치료제가 없어 손 씻기와 장난감·놀이기구 소독 등 개인위생 관리가 중요하다. 발열이나 수포 증상이 있는 어린이는 어린이집과 수영장 등 공공시설 이용을 자제해야 한다.
강원지역의 경우 7월 20일부터 26일까지 수족구병 의사환자가 외래환자 1천명당 22.9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6월 15일부터 21일까지의 2.6명보다 약 8.8배 증가한 수치다.
입추에도 서울 39도…주말부터 한풀 꺾이나
절기상 입추인 7일에도 서쪽 지역을 중심으로 극한폭염이 계속될 전망이다.
7일 전국의 아침 최저기온은 22∼27도, 낮 최고기온은 31∼39도로 예보됐다. 서울은 아침 27도, 낮 39도까지 오르겠으며 인천과 광주는 38도, 대전과 대구는 37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인천·경기 남부에서는 오존 농도도 ‘매우 나쁨’ 수준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주말인 8일부터는 한반도를 덮고 있는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고기압의 이중 고기압 구조가 다소 약해지고, 구름과 북동풍이 유입되면서 기온이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8일 낮 최고기온은 27∼36도, 9일은 26∼35도로 예상된다.
다만 기온이 다소 낮아지더라도 대부분 지역에서 30도를 웃도는 무더위는 계속될 전망이다. 동해안과 제주에는 동풍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 내릴 가능성이 있으며, 강원 동해안과 산지에는 8일부터 최대 120㎜ 이상의 비가 내릴 수 있다.
제13호 태풍 ‘돌핀’은 한반도를 직접 향하지 않고 일본 오키나와를 지나 중국 상하이 남쪽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태풍이 한반도를 비켜 가더라도 기존의 이중 열돔 구조를 일시적으로 흔들어 주말 기온을 낮추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러나 태풍이 중국 내륙에서 약화한 뒤 북태평양고기압이 다시 확장하면 폭염이 재강화될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태풍이 남긴 수증기가 한반도로 유입되면 많은 비가 내릴 수도 있어 다음 주 기상 전망의 변동성은 큰 상황이다. 기상 전문가들은 8월 중·하순에도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이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이번 주말의 기온 하락을 폭염의 완전한 종료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태풍의 영향으로 제주 남쪽 먼바다와 남해 동부 바깥 먼바다에서는 물결이 최고 5m 이상으로 매우 높게 일 수 있다. 제주와 남해안, 동해안에는 너울이 방파제나 해안도로를 넘어 유입될 가능성이 있어 해안가 접근과 물놀이를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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