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성장해도 경기도 세입은 제자리…보통교부세도 못 받아” 소방인력 전국 17% 경기도에 집중…“부담 있는 곳에 재원 따라가야”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반도체 등 첨단산업 성장으로 경기도의 지역경제 규모는 커지고 있지만 정작 지방재정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현행 지방재정제도의 전면적인 개편을 촉구했다.
추 지사는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경기도 부자 착시현상의 원인, 이중 모순에 갇힌 경기도 재정’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반도체 특수로 경기도가 부자라는 착시현상이 생기지만 실제로는 빈껍데기 부자이고 외화내빈”이라고 주장했다.
추 지사가 가장 먼저 지적한 것은 보통교부세 배분 구조다.
현행 제도에서는 법인세 등 내국세가 늘어나면 그 가운데 일정 비율이 지방교부세 재원으로 편성된다. 추 지사는 “내국세가 10조원 더 걷히면 약 1조9000억원, 20조원이 더 걷히면 약 3조8000억원의 지방교부세 재원이 추가로 생긴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보통교부세 규모가 한 해 약 66조원에 달하지만 경기도는 보통교부세 불교부단체라는 이유로 이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추 지사는 “다른 지방정부는 교부세를 통해 부족한 재정을 메울 수 있지만 경기도는 제외돼 왔다”며 “오히려 경기도는 약 4000억원의 지역상생발전기금을 다른 시·도에 내줘야 한다”고 밝혔다.
“소방인력 전국 17% 경기도에 집중…재정 부담은 도가 떠안아”
추 지사는 현행 재정구조의 모순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소방공무원 인건비를 들었다.
그는 2026년 7월 기준 전국 시·도 소방공무원 정원이 약 6만7000명이며 이 가운데 경기도 소방인력은 약 1만1000명으로 전국의 17%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산업시설과 인구가 밀집한 만큼 화재·구조·구급 등 소방 수요도 집중되고 있지만, 관련 재정 부담 상당 부분을 경기도가 떠안고 있다는 것이다.
추 지사는 국가직으로 전환된 소방공무원의 경기도 인건비 부담이 1조원을 넘는 수준이라고 주장하면서 “보통교부세를 받는 지방정부는 부족한 재원을 국가로부터 일정 부분 보전받지만 경기도는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앙정부가 경기도에 지원하는 재원 역시 실제 소방 인건비 부담에 비하면 크게 부족하다며 “경기도는 결국 채무가 쌓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주장했다.
“반도체 잘돼 GRDP 늘어도 경기도 세입은 한 푼도 안 늘어”
추 지사가 지목한 또 다른 문제는 산업 성장과 지방세입 사이의 괴리다.
경기도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국내 주요 반도체·첨단산업 기업과 산업시설이 밀집해 있다.
이들 기업의 생산과 이익이 늘어나면 경기도 지역내총생산(GRDP)은 큰 폭으로 증가하지만, 기업 성장에 따라 증가한 법인세는 국세로 귀속된다.
추 지사는 이를 두고 “경기도 반도체 기업이 벌어들이는 소득으로 경기도 GRDP가 아무리 천문학적으로 늘어나도 경기도 세입은 한 푼도 늘지 않는다”며 “반도체 특수로 경기도가 부자라는 착시현상이 생기는 이유”라고 했다.
특히 기업과 산업시설이 들어설수록 지방정부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오히려 늘어난다고 강조했다.
추 지사는 “반도체 공장이 들어서면 경기도가 도로를 놓고 용수를 확보하고 교통과 환경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산업과 도시가 커질수록 화재·구조·구급 수요도 증가해 소방과 안전에 들어가는 비용도 커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기도에서 산업을 키우고 그 산업을 뒷받침하는 기반시설을 만들고, 늘어난 인구와 산업시설을 지키는 소방비용까지 경기도가 부담한다”며 “그런데 기업이 성장해 늘어난 세수는 경기도에 돌아오지 않고 그 세수로 늘어난 보통교부세 역시 경기도에는 돌아오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산업 키울수록 부담 늘고 빚 늘어…이중 모순”
추 지사는 이런 구조를 ‘이중 모순’이라고 규정했다.
경기도가 기업을 유치하고 산업기반을 구축하면 도로·교통·용수·환경·소방 등 행정 비용이 증가하지만, 기업 성장에 따른 세수는 중앙정부에 집중되고 증가한 지방교부세의 혜택에서도 경기도가 제외된다는 것이다.
그는 “아무리 산업 기반을 닦고 일자리를 만드는 노력을 할수록 더 부담이 늘고 빚이 느는 이중 모순에 경기도가 허우적거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기도의 지방세 구조가 부동산 경기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추 지사는 “기업을 유치하고 일자리를 늘리고 산업기반을 닦았어도 경기도 주요 세원은 여전히 부동산 거래에 좌우되는 취득세”라며 “기업과 산업은 외면하고 취득세와 담배세를 받기 위해 계속 그린벨트를 허물고 땅을 팔고 담배소비를 많이 하라고 빌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경기도에 특별히 더 달라는 것 아니다…부담 있는 곳에 재원 따라가야”
추 지사는 이번 문제 제기가 경기도에 대한 재정 특혜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한 산업·인구 구조에 맞춰 지방재정제도 자체를 손봐야 한다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산업구조도, 인구구조도, 지방정부가 감당해야 할 역할도 완전히 달라졌는데 지방재정제도만 과거의 기준에 머물러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경기도가 특별히 더 달라는 이야기가 전혀 아니다”며 “이제는 현실에 맞게 지방재정의 틀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담이 있는 곳에 재원이 따라가야 한다”며 “광역 지방사무를 수행할 수 있는 당연한 재원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 지사는 최근 국가직 소방공무원 인건비 부담과 법인지방소득세, 보통교부세 문제 등을 잇따라 제기하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세입·재정 배분 체계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는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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