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700km 탄도미사일 쏜 북한…미국의 핵옵션과 전술핵 재배치 논의북한, 한미훈련 앞두고 엿새 만에 또 무력시위…문제는 미사일 한 발이 아니라 ‘핵억제 전략의 변화’[신문고뉴스] 조찬옥 칼럼 = 북한이 또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8월 12일 북한은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고, 우리 군 당국은 이 미사일이 약 700km 이상 비행한 것으로 파악했다. 지난 6일 발사 이후 불과 엿새 만의 무력시위다.
특히 이번 발사는 오는 17일부터 시작되는 한미연합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UFS)’를 앞둔 시점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쯤 되면 단순한 무기 시험이나 군사훈련 차원의 행동으로만 바라보기 어렵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군사 능력을 과시하는 동시에 한미 양국을 향한 정치적 메시지이기도 하다. 한미가 연합방위태세를 강화하면 북한은 미사일로 응수하고, 이에 한미가 감시·정찰과 대응 태세를 강화하면 북한이 다시 군사적 행동으로 맞서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과거와 다른 하나의 변수가 등장했다. 바로 미국의 핵전략 변화 가능성이다.
최근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정책차관이 미국의 핵전력 운용과 관련해 더욱 다양한 옵션을 확보하는 방향의 재검토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힌 것은 결코 가볍게 볼 사안이 아니다. 콜비 차관은 미 전략사령부와 국방장관의 핵무기 운용 관련 권한과 지침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 북한의 미사일과 미국의 핵옵션은 서로 다른 사건인가
표면적으로 보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미국의 핵전략 검토는 별개의 사건처럼 보인다. 그러나 ‘한반도 안보’라는 하나의 공간에서 바라보면 두 문제는 결코 따로 떼어놓기 어렵다.
북한은 이미 핵무기를 단순한 정치적 협상 카드가 아니라 군사전략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최근에는 전술핵 운용 능력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으며, 단거리·중거리 미사일을 비롯한 다양한 핵무기 운반 수단 개발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북한은 올해 6월에도 전술핵 탑재가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미사일 체계를 시험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700km급 탄도미사일 발사를 단순히 동해로 떨어진 ‘미사일 한 발’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핵무기를 운반할 수 있는 미사일 체계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한반도의 핵억제 구조를 변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미사일 한 발의 비행거리만이 아니라 그 뒤에 자리 잡고 있는 북한의 핵전략을 어떻게 평가하고 대응하느냐는 문제다.
### 콜비 미 국방부 정책차관의 발언이 주목받는 이유
콜비 차관의 발언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재배치’라는 단어 하나가 아니라 미국이 검토하는 핵전력 운용의 다양한 ‘옵션(Options)’이다. 미국은 지금까지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를 전략폭격기와 핵추진 잠수함을 비롯한 전략자산과 핵전력 운용 능력을 통해 뒷받침해 왔다.
그러나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능력이 고도화하면서 새로운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기존의 확장억제 방식만으로 북한의 핵 위협을 충분히 억제할 수 있는지, 유사시 실제 군사작전에서 미국의 핵전력이 얼마나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지를 둘러싼 논의다.
미국 내부에서 보다 다양한 핵 운용 수단과 선택지를 확보해야 한다는 논의가 나오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고 본다. 콜비 차관의 최근 발언 역시 이러한 전략적 고민의 연장선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 이를 1991년 한반도에서 철수한 미국 전술핵의 재배치 가능성과 연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 국내외에서 미국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나 NATO식 핵공유를 둘러싼 논의가 다시 등장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분명한 선을 그어야 한다. 현재 미국이 한국에 전술핵을 재배치하기로 결정했다는 의미는 아니며, 전술핵 재배치는 여러 정책적 선택지 가운데 하나로 거론되는 수준으로 봐야 한다.
그럼에도 중요한 변화는 미국의 핵전략 논의가 단순히 ‘핵무기를 어떻게 줄일 것인가’를 넘어 변화하는 안보 환경에서 ‘핵전력을 어떻게 더욱 유연하고 효과적으로 운용할 것인가’라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 한반도는 다시 ‘핵의 전장’이 되는가
여기서 우리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은 무엇으로 북한의 핵을 억제할 것인가. 말로 하는 비핵화 요구만으로 이미 현실화된 북한의 핵무기를 없앨 수는 없다.
북한은 핵무기를 체제 생존뿐 아니라 군사전략의 핵심으로 규정하고 있다. 한미연합훈련을 빌미로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 역시 자신들이 보유한 군사적 선택권을 과시하고 한미의 대응 수준을 시험하려는 의도가 담겼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이 검토할 수 있는 선택지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미국의 확장억제를 더욱 강화하는 것이고, 둘째는 미국의 핵전력을 포함한 전략자산을 한반도 주변에 보다 빈번하고 가시적으로 전개해 북한의 오판을 억제하는 방법이다.
셋째는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 또는 핵공유와 같은 보다 강력한 형태의 핵억제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다. 그러나 어느 하나도 간단한 선택은 아니며 각각 분명한 장점과 위험요인을 갖고 있다.
전술핵을 한반도에 상시 배치할 경우 북한의 선제공격 목표가 될 가능성이 커질 수 있고 중국과 러시아의 강한 반발도 예상된다. 실제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의 군사적 취약성과 실질적인 억제 효과를 놓고 의견이 엇갈린다.
반대로 미국의 전략핵 전력에만 의존한다면 한국 국민의 입장에서는 ‘과연 미국이 서울을 지키기 위해 워싱턴이나 뉴욕이 위험에 빠질 가능성까지 감수할 것인가’라는 이른바 확장억제의 신뢰성 문제가 계속 남게 된다.
결국 핵심은 단순히 ‘전술핵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다. 북한의 핵무기에 대응할 수 있는 실질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억제력을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가 본질적인 문제다.
전술핵을 반드시 한국에 가져와야 한다는 주장이나 절대로 가져와서는 안 된다는 주장만으로 복잡해진 한반도 안보 현실에 대한 답을 찾기는 어렵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한미연합방위태세, 미국의 핵전력 운용 방식, 한국의 미사일 방어 및 재래식 정밀타격 능력을 하나의 체계 안에서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특히 미국이 핵 운용의 선택지를 확대하려 한다면 한국은 그 결정을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의 안보와 직접 연결되는 문제인 만큼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한미 간 전략 협의에 참여해야 한다.
미국의 핵전략 변화가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먼저 면밀하게 분석하고, 어떤 형태의 확장억제가 대한민국의 안보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지를 미국과 구체적으로 협의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안보전략을 미국이 알아서 결정하도록 맡겨둘 수는 없는 일이다.
### 전작권 문제도 무관하지 않다
전시작전통제권 문제 역시 이러한 안보 환경의 변화 속에서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전작권 문제는 단순히 친미냐 반미냐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전쟁이라는 국가 존망의 상황에서 자신의 군사력을 어떻게 지휘하고 미국의 전략자산과 어떻게 결합할 것인가의 문제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 능력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는 상황에서 전작권 전환을 논의한다면 더욱 정교하고 현실적인 조건이 필요하다. 한국군의 독자적인 정보·감시·정찰 능력과 미사일 방어 능력, 정밀타격 능력, 지휘통제체계가 충분히 갖춰져야 한다.
동시에 미국의 확장억제가 실제 작전계획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도 명확해야 한다. 선언적인 약속을 넘어 실제 위기 상황에서 한미 양국의 재래식 전력과 미국의 전략자산이 어떻게 결합하고 작동할 것인지 구체적인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전작권 전환과 한미동맹 강화가 반드시 서로 모순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대한민국이 강력한 독자적 방위능력을 갖출수록 한미동맹은 더욱 대등하고 강력한 동맹으로 발전할 수 있다.
### 북한이 던진 ‘700km의 메시지’
북한이 이번에 쏜 미사일은 700km 이상 날아갔다. 그러나 그 미사일이 던진 정치·군사적 메시지는 단순한 비행거리보다 훨씬 멀리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미연합훈련을 앞두고 불과 엿새 만에 다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는 것은 북한이 앞으로도 핵과 미사일을 중심으로 한 군사전략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호로 읽힌다. 한미가 훈련과 대응 태세를 강화할수록 북한 역시 자신의 군사적 선택지를 확대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
이제 한반도 안보를 바라보는 질문도 달라져야 한다. 단순히 ‘북한이 미사일을 쐈다’에서 끝날 것이 아니라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고도화된 상황에서 한미의 핵억제 전략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를 물어야 한다.
콜비 차관의 핵옵션 관련 발언이 주목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아직 미국의 전술핵 한반도 재배치가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미국은 변화하는 안보 환경 속에서 핵전력 운용의 선택지를 다시 검토하고 있고, 북한은 한미훈련을 앞두고 또다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북한은 핵무기를 더욱 현실적인 군사 수단으로 만들고 있고 미국은 그에 대응할 새로운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역시 이제 ‘우리의 안보를 무엇으로 지킬 것인가’라는 질문에 보다 구체적인 답을 내놓아야 한다.
강력한 한미동맹인가, 확장억제의 실질적 강화인가. 전략자산의 보다 빈번한 전개인가, 전술핵 재배치 또는 핵공유인가. 아니면 한국 자체의 재래식 억제력과 정밀타격 능력을 어디까지 강화할 것인가.
북한의 미사일은 동해를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그 미사일이 우리에게 던진 진짜 질문은 하늘이나 바다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질문은 지금 대한민국의 국가안보 전략 한가운데에 떨어져 있다.
**(사)민주화추진협의회 사무총장 조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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