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칼럼] 민의의 전당에서 역사를 거꾸로 돌려도 되는가?"5·18을 왜곡하는 정치, 민주주의를 모욕하는 일이다 국회는 대한민국 국민의 민의를 대변하는 곳이다."
[신문고뉴스] 김승호 기자 = 그런 국회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피 흘린 역사를 다시 끄집어내 왜곡하고, 군사독재의 책임을 희석하려는 움직임이 벌어진다면 국민은 묻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의 역사를 거꾸로 돌려도 되는가.”
2026년 8월 13일 국회도서관에서 국민의힘 이진숙 의원이 ‘5·18 민주화운동의 재조명 국회 공개포럼’을 개최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사전에 행사 취소를 권고했지만 행사는 강행됐다. 현장에서는 5·18을 ‘소요 사태’로 규정하는 발언과 전두환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내용이 나왔고, 이에 항의하는 참석자들과의 충돌까지 발생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행사에서 전두환을 ‘부국과 민주정치 연착륙’을 이끈 인물로 평가하는 내용까지 제시됐다는 점이다. 전두환의 책임을 묻는 질문에 이진숙 의원이 답변하지 않았다는 장면 역시 국민적 논란을 키우고 있다.
그러나 5·18의 역사는 정치적 취향에 따라 재단할 수 있는 과거사가 아니다.
대법원은 1997년 12·12 군사반란과 5·18 관련 사건에서 전두환 등의 군사반란·내란 관련 범죄를 인정했고, 전두환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한민국 사법부의 최종 판단이 존재하는 사안이다.
그런데 오늘날 국회의원이라는 헌법기관이 주최한 행사에서 5·18을 다시 ‘소요’로 부르고, 전두환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가 등장했다. 이것을 단순한 ‘역사 해석의 다양성’이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
역사적 사실에 대한 새로운 연구와 토론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나 이미 법원의 판단과 국가 차원의 진상규명 과정에서 확인된 사실을 정치적 목적에 따라 뒤집거나, 국가폭력의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또다시 상처를 주는 행위는 학문적 토론과는 다른 문제다. 특히 국회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
국회가 민주화운동을 부정하거나 독재정권을 미화하는 공간으로 변질된다면, 그것은 단순한 정치적 논쟁을 넘어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다. 5·18 민주화운동은 특정 정당의 전유물이 아니다. 광주 시민만의 역사도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이 군사독재와 국가폭력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켜낸 역사이며, 오늘 우리가 누리는 헌정질서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보여주는 대한민국 현대사의 중요한 한 장이다.
따라서 국회의원에게 요구되는 것은 ‘과거를 다시 뒤집어보는 용기’가 아니라 헌법과 민주주의, 그리고 역사적 사실 앞에 책임 있게 서는 자세다. 나는 이진숙 의원을 개인적으로 ‘현대판 매국노’라고 단정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 표현은 오히려 본질을 흐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묻고 싶다. 5·18의 진실을 왜곡하는 세력이 국회의 이름을 빌려 민주화운동을 폄훼하도록 방치해도 되는가. 전두환 신군부의 국가폭력으로 희생된 이들의 명예가 국회 안에서 다시 훼손되어도 되는가.
민의의 전당인 국회가 역사를 바로 세우기는커녕 역사를 거꾸로 돌리는 무대가 되어도 되는가. 국회는 국민의 기억을 지우는 곳이 아니라 국민의 역사를 기록하고 지키는 곳이어야 한다. 정치적 입장이 다를 수는 있다. 정책에 대한 견해도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출발점인 역사적 사실까지 정쟁의 도구로 삼아서는 안 된다. 오늘 우리가 5·18을 지키지 못한다면, 내일은 4·19를 부정하고, 6월 민주항쟁을 폄훼하며, 마침내 민주주의 자체를 의심하는 세력이 등장할 수도 있다.
역사는 망각할 때 반복된다. 민주주의는 침묵할 때 후퇴한다. 국회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5·18을 왜곡하고 민주화운동의 가치를 훼손하는 행태에 대해서는 여야를 떠나 단호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
민의의 전당은 역사를 왜곡하는 곳이 아니라, 역사의 진실 앞에서 국민에게 책임지는 곳이어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를 위해 먼저 쓰러져간 오월 영령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며,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지켜야 할 대한민국의 양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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