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호남의 선택은 전략적이었다…서울/경기에서도 흐름 이어질까?김민석 57~58% 압승, 누적 52.2% 선두…‘당정 안정·국정 성공’에 힘 실은 호남 당원들...정청래는 격차 좁혀야 할 마지막 승부처[신문고뉴스] 임두만 편집위원장 = 더불어민주당 8.17전당대회 순회경선 3주차 호남경선이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호남 권리당원의 압도적 다수는 김민석 후보를 선택했다.
이에 이같은 호남의 선택에 대해 일부는 놀랍다는 반응, 일부는 당연하다는 반응, 일부는 실망했다는 반응으로 각각의 위치에 따라 다른 평가를 내놓고 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더불어민주당 계열 정당의 중요한 정치적 갈림길마다 호남은 매우 의미있는 선택을 해왔다. 그리고 그 선택은 여러차례 지역적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민주당의 진로를 바꿨다. 따라서 15일 광주·전남과 전북에서 나타난 민주당 권리당원의 표심도 그런 맥락에서 읽을 필요가 있다.
호남은 이번 당 대표 경선에서 김민석 후보에게 확실하게 힘을 실어줬다. 김 후보는 광주·전남에서 57.04%, 전북에서 58.39%를 얻었다. 호남권 전제 57.7%이상이다. 반면 정청래 후보는 각각 31.84%, 34.00%에 머물렀다. 호남권 전체 32.92%다. 이로 보면 두 지역 모두 20%포인트가 훌쩍 넘는 격차로 전체 25%대의 득표율 차이를 보였다.
호남 경선까지 합산한 순회경선 단순 누계에서도 김 후보는 52.2%로 과반에 올라섰고 정 후보는 38.1%로 내려앉았다. 두 후보의 누적 득표 차이도 6만274표까지 벌어졌다.
현재까지는 김민석의 압승이다. 그러나 이번 결과를 단순히 김민석 개인에 대한 지지로만 읽는다면 호남 표심에 담긴 정치적 의미를 놓칠 수 있다.
호남은 왜 김민석에게 정청래에 비해 25%이상을 더줬나
이번 전당대회를 관통한 중요한 쟁점 가운데 하나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집권여당이 청와대 및 정부와 어떤 관계를 설정할 것인가였다.
김민석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 대통령과 정부, 당, 지방정부가 함께 움직이는 ‘원팀’을 강조하고 있다. 당이 정부를 일방적으로 추종해야 한다는 의미라기보다 집권 초반부터 당정이 주도권 경쟁이나 노선 갈등에 빠져 국정 동력을 소진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호남의 표심은 이 주장에 상당한 무게를 실었다고 볼 수 있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반도체와 AI, 국가균형발전, 한반도 평화와 같은 굵직한 국가적 과제들을 놓고 집권여당 내부에서 정치적 주도권을 둘러싼 소모적인 경쟁을 벌이지 말라는 요구가 투표에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김 후보도 결과가 나온 뒤 “호남의 큰 지지는 민주주의와 도약성장에 대한 염원이고, 이재명 정부에 대한 응원과 격려임을 안다”며 “오직 국정 성공을 위해 절박하게 뛰겠다”고 밝혔다. 호남의 표심을 자신의 정치적 승리보다 ‘이재명 정부 성공’에 대한 주문으로 해석한 것이다.
2002년 노무현을 선택했던 호남
호남의 민주당 경선 역사를 돌아보면 지역 출신 후보라고 해서 무조건 지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다.
당시 대세론의 중심에는 이인제 후보가 있었고 호남 출신 한화갑 후보에게 광주는 사실상 정치적 안방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광주의 선택은 달랐다.
광주 경선에서 영남 출신 비주류였던 노무현 후보가 1위에 오르면서 경선판 자체가 흔들렸다. 이후 전국을 휩쓴 이른바 ‘노풍’의 결정적 출발점이었다. 그때 등장한 표현이 바로 ‘호남의 전략적 선택’이었다.
지역 출신 후보가 아니라 본선에서 승리할 가능성과 민주당의 미래를 보고 선택했다는 평가였다. 결국 노무현 후보는 대통령 후보가 됐고 그해 12월 대통령에 당선됐다.
2017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있었다. 당시 호남 일각에서 이른바 ‘반문 정서’가 거론됐지만 문재인 후보는 호남 경선에서 60%가 넘는 지지를 확보했다.
2021년 경선도 주목할 만하다. 전남 출신으로 국무총리를 역임한 친문재인계 이낙연 전 대표가 의원직까지 내려놓으며 호남을 승부처로 삼았지만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광주·전남에서도 이재명 후보와 사실상 박빙 승부를 벌였다. 결국 호남은 ‘지역 후보’라는 이유만으로 일방적인 선택을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2026년 8월15일 호남이 김민석 후보에게 보여준 57~58%의 지지도 같은 질문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호남출신 송영길, 호남사위를 앞세운 정청래에 비해 지역연관이 없는 김민석을 선택인 것은 누가 지역색이 강한가 보다 ‘누가 지금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에 필요한 대표냐’를 물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고위원 선거에서도 나타난 변화
이런 흐름은 당 대표 선거에서만 나타난 것이 아니다. 최고위원 경선에서도 박선원 후보가 누적 득표 선두권으로 올라서고 5위권에서 경쟁하던 김용 후보가 4위로 올라서는 등 이재명 정부와의 안정적인 당정 관계를 강조하는 후보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반면 전북출신인 한민수 이성윤 후보는 낮은 득표력을 보였다.
호남 표심은 당 대표 한 사람을 선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차기 민주당 지도부의 성격에도 일정한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그 메시지는 비교적 명확하다. 집권여당이라면 내부 권력투쟁보다 국정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당이 청와대의 거수기가 되라는 주문이 아니다.
정부가 잘못된 방향으로 갈 경우 누구보다 먼저 견제하고 바로잡아야 하는 곳이 집권여당이다. 그러나 견제와 갈등은 다르다. 정책을 놓고 정부와 토론하고 잘못된 정책을 수정하는 것은 건강한 당정 관계지만, 당내 정치적 입지를 확대하기 위해 대통령과 차별화 경쟁을 벌이는 순간 집권여당은 국민에게 피로감을 줄 수밖에 없다. 호남의 이번 선택은 바로 그 경계를 지키라는 요구로 읽힌다.
서울·경기…정청래에게는 사실상 마지막 승부처
이제 시선은 수도권으로 향한다. 김민석 후보는 호남을 지나면서 누적 52.2%로 과반을 확보했고 정청래 후보는 38.1%에 머물렀다. 6만 표 이상 벌어진 격차를 감안하면 정 후보로서는 남은 서울·경기에서 의미 있는 반전을 만들어야 한다.
정 후보 역시 호남 경선 직후 “호남에서 크게 졌다”며 “호남의 선택은 항상 옳다. 겸허하게 존중하고 수용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의 승패와 관계없이 민주당의 승리와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패배를 인정하면서도 ‘민주당의 승리’와 ‘이재명 정부 성공’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이 대목은 중요하다. 호남에서 확인된 표심이 ‘누가 더 강한 개혁 후보인가’의 경쟁보다 ‘누가 집권여당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국정 성과를 만들어낼 것인가’라는 경쟁으로 전당대회의 프레임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 경기에서도 호남의 흐름이 이어질까
그렇다고 서울 경기의 결과까지 이미 결정됐다고 단정하는 것은 이르다. 서울과 경기는 호남보다 권리당원 규모가 크고 정치적 성향도 다양하다. 특히 정청래 후보가 가진 강한 인지도와 적극적인 당원층의 결집력은 수도권에서 여전히 변수가 될 수 있다. 이에 정 후보가 수도권에서 지지층을 대규모로 결집시켰다면 격차를 좁힐 여지도 있다.
반대로 호남에서 나타난 ‘당정 안정론’이 수도권 당원들에게까지 확산된다면 김 후보가 과반 흐름을 유지하면서 승기를 굳힐 가능성이 커진다.
결국 수도권 당원들이 판단해야 할 질문도 호남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민주당에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강력한 개혁 지도부인가, 안정적인 당정 관계인가. 또는 두 가지를 동시에 구현할 수 있는 지도부인가.
여기에 국민여론조사까지 더해지면 최종 선택은 단순한 당내 세력 경쟁을 넘어 ‘집권여당 대표로 누가 적합한가’라는 평가로 수렴할 가능성이 높다.
호남의 선택은 ‘김민석 개인’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김민석 후보가 호남의 압도적인 지지를 최종 승리까지 이어간다고 해도 한 가지는 분명하다. 호남의 선택을 자신의 정치적 자산으로만 소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57~58%라는 압도적인 숫자는 그만큼 무거운 책임을 동반한다.
당정 관계를 안정시키되 대통령에게 필요한 말을 할 수 있어야 하고, 개혁을 추진하되 국민의 삶과 동떨어진 정치적 구호에 머물러서도 안 된다.
무엇보다 이재명 정부가 약속한 성장과 민생, AI·반도체 산업 육성, 국가균형발전과 한반도 평화라는 과제를 실제 성과로 만들어내는 집권여당이어야 한다.
호남은 민주당이 위기에 처하거나 중요한 선택의 갈림길에 설 때마다 지역주의를 넘어서는 선택을 해왔다. 2002년 광주는 노무현을 선택했고 그 선택은 ‘노풍’의 출발점이 됐다. 그리고 2026년 호남은 김민석에게 57~58%라는 압도적인 표를 줬다.
그 선택이 단순히 한 후보에게 당 대표 자리를 안겨주는 표인지, 아니면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라는 전략적 선택인지는 앞으로 새 지도부가 증명해야 한다. 그래서 호남이 먼저 던진 질문에 서울 경기 당원들은 어떤 답을 내놓을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나아가 민주당은 전당대회가 끝난 뒤 정말 하나가 되어 국민에게 ‘국정 성과’로 답할 수 있을 것인가. 이번 전당대회의 진짜 승부는 어쩌면 대표가 결정되는 순간이 아니라 바로 그때부터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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