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찬옥 칼럼] 광주 군공항·호남 반도체·반미를 한데 묶은 나경원 의원

국가 정책의 연결고리를 음모론적 프레임으로 만드는 것이 과연 국민을 위한 정치인가

조찬옥 (사)민주화추진협의회 사무총장 | 기사입력 2026/08/20 [14:40]

[조찬옥 칼럼] 광주 군공항·호남 반도체·반미를 한데 묶은 나경원 의원

국가 정책의 연결고리를 음모론적 프레임으로 만드는 것이 과연 국민을 위한 정치인가

조찬옥 (사)민주화추진협의회 사무총장 | 입력 : 2026/08/20 [14:40]

[신문고뉴스] 조찬옥 칼럼 = 정치에는 비판이 필요하다. 야당의 존재 이유 역시 정부와 여당의 정책을 감시하고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며 권력을 견제하는 데 있다. 그러나 정책적 판단에 대한 비판과 서로 다른 사안들을 하나의 거대한 정치적 기획으로 엮어 음모처럼 규정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정부 정책에 문제가 있다면 당연히 비판할 수 있다. 야당이 정권을 견제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중요한 기능이지만, 그 견제 역시 책임의 울타리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 비판에는 근거가 있어야 하고 의혹에는 증거가 있어야 하며, 특히 국가 안보를 말하려면 더욱 엄격한 사실관계가 뒷받침돼야 한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재명 정부의 광주 군공항 이전 추진과 호남권 반도체 사업, 김민석 민주당 대표의 행보, 그리고 김민웅 씨의 반미운동까지 하나의 정치적 맥락으로 연결하며 사전에 치밀하게 기획된 안보적 작품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내놓았다.

 

▲ 나경원 의원 페이스북 글 일부 갈무리     

 

그러면서 나 의원은 호남 반도체 투자를 두고 ‘사회주의 정치 지령’ 같다고 비판하고, 기업에 대한 정부의 설득을 ‘협박’으로 규정하면서 800조 원 규모 메가 프로젝트와 관련한 직권남용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그야말로 정치적 상상력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문제는 반도체 사업과 군공항 이전, 반미운동을 하나의 정치적 음모처럼 설명하기 시작할 때 국민의 판단을 오히려 흐릴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주장이 사실에 근거한 합리적인 의혹 제기인지, 아니면 정치적 반전을 노린 프레임인지는 분명히 따져봐야 한다.

 

근거 없는 의혹을 확대하고 공포와 불신을 키우는 것은 강한 정치가 아니다. 국민을 설득하는 정치와 국민을 갈라놓는 정치는 분명히 다르며, 정부를 비판하더라도 국민에게 불안과 증오를 부추기는 방식이 아니라 무엇이 잘못됐고 어떻게 바로잡아야 하는지를 제시해야 한다. 그것이 책임 있는 야당 정치인의 자세다.

 

정부는 지난 7월 광주 군공항 부지를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로 선정했다. 약 250만 평 규모의 부지로 이미 평탄화가 이뤄져 있고 광주 도심과 KTX역 접근성이 좋은 데다 물류 인프라와 연계하기 쉽다는 점 등이 선정 이유로 제시됐으며, 이재명 대통령 역시 사업 추진 과정에서 이른바 ‘속도전’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대통령은 군공항 이전을 밀어붙이고, 여당 대표는 호남 반도체를 띄우고, 여당 대표의 형인 김민웅 씨는 반미운동을 벌인다’는 식으로 각각의 사안을 하나의 거대한 기획으로 연결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각각의 정책과 행위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과 증거가 먼저 제시돼야 하기 때문이다.

 

광주 군공항 이전은 오랫동안 지역사회에서 논의돼 온 숙원사업이다.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역시 수도권에 집중된 첨단산업을 비수도권으로 확대하고 지역 균형발전을 추진한다는 산업정책의 문제이며, 정부가 광주 군공항 부지를 반도체 산단으로 결정한 데에도 부지 규모와 기반시설, 교통·물류 여건, 사업기간 단축 가능성 등 현실적인 이유가 제시돼 있다.

 

더구나 호남 반도체 사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의 대규모 투자가 거론되는 국가적 산업 프로젝트로 추진되고 있다.

 

전력과 용수 등 기반시설에 대한 국비 지원 문제까지 논의되면서 실제 사업 추진을 위한 재정적·제도적 과제가 중요한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렇다면 야당이 먼저 따져야 할 것은 사업의 타당성과 재원 조달, 기업의 투자 가능성, 전력과 용수 확보, 지역 균형발전 효과 등이다. 이러한 정책적 검증을 뛰어넘어 곧바로 ‘안보 농단’이라는 정치적 결론으로 향한다면 국민에게 무엇을 설명하고자 하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국가 안보와 관련된 문제라면 더욱 냉정하게 살펴봐야 한다.

 

광주 군공항은 군사시설인 만큼 이전 과정에서 안보와 작전상의 문제가 충분히 검토돼야 하며, 주한미군을 비롯한 한미 간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그 과정 역시 투명하고 철저하게 점검돼야 한다.

 

즉 안보 문제를 제기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정확한 군사적 검토가 이뤄졌는지, 한미 간 필요한 협의가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따지는 것이 야당의 역할이다. 안보는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존립이 걸린 문제인 만큼 정치적 선동이나 진영 간 감정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군공항 이전이라는 정책 문제와 특정인의 반미운동을 하나의 선으로 연결하고, 다시 이를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가 사전에 기획한 정치적 작품이라고 단정한다면 정작 국민에게 필요한 정책적 검증은 사라지고 정치적 음모론만 남을 수 있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의 광주 행보에 정치적 의미가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정치인이 지역 현안을 강조하고 정치적 상징성을 활용하는 것은 얼마든지 비판과 평가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그것과 국가 안보를 흔들기 위해 사전에 기획된 행위였다는 주장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나경원 의원이 정말 이 문제를 국민에게 설득하려 한다면 보다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누가, 무엇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기획했고 이를 입증할 문서나 정책 결정 과정이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 의혹의 크기가 클수록 그것을 뒷받침해야 할 증거의 무게 역시 커져야 한다.

 

대통령이 군공항 이전을 추진했다고 해서 그것이 곧 반미정책이라는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여당 대표가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를 강조했다고 해서 그것이 군공항 이전을 위한 사전 정치공작이었다는 증거가 되는 것도 아니다.

 

더욱이 김민웅 씨의 과거 발언이나 시민사회 활동을 근거로 정부 정책 전체를 반미투쟁과 연결하려 한다면 구체적인 정책 결정 과정과 직접적인 연결성을 입증해야 한다. 그의 주장이나 활동이 반미운동에 해당하고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한다면, 바로 그 발언과 행동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비판하면 될 일이다.

 

정치적 의혹은 제기하는 순간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 의혹을 국민 앞에서 사실과 논리로 증명할 책임까지 함께 따라온다. 특히 국가 안보라는 무거운 주제를 정치적 프레임에 올려놓았다면 더욱 엄격한 책임이 요구된다.

 

결국 국민이 원하는 것은 거창한 음모론이 아니라 사실이다. 증거이고, 국가와 국민을 위한 대안이다. 정부 정책에 문제가 있다면 정확하게 찾아내고, 국가 안보에 허점이 있다면 구체적인 근거를 통해 바로잡도록 요구하는 것이 야당의 역할이다.

 

안보를 정치적 공격의 무기로 사용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미래를 지키기 위한 검증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비판에는 근거를, 의혹에는 증거를, 정책 실패를 주장한다면 그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을 갈라놓는 정치가 아니라 국민을 설득하는 정치이며, 책임 있는 야당 정치인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정치적 품격이다.

 

(사)민주화추진협의회 사무총장 조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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