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는 지났지만 가을은 아직 문밖에…길어지는 여름, 늦어지는 계절

김승호 수도권 취재본부 본부장 | 기사입력 2026/08/25 [14:50]

처서는 지났지만 가을은 아직 문밖에…길어지는 여름, 늦어지는 계절

김승호 수도권 취재본부 본부장 | 입력 : 2026/08/25 [14:50]

[신문고뉴스] 김승호 기자 = 절기상 처서(處暑)가 지났다. ‘더위가 물러간다’는 뜻처럼 예년 같으면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고, 뜨거웠던 여름의 끝자락에서 조금씩 가을 냄새가 느껴질 때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지난 24일 전국의 낮 기온은 31~36도까지 치솟았고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내려지는 등 처서가 지났다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고 체감온도 역시 33도 안팎까지 오르고 일부 경기 남부와 남부지방에서는 35도 안팎에 이르는 무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달력과 절기상으로는 여름의 끝을 향하고 있지만 실제 우리가 느끼는 계절은 여전히 한여름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더욱이 한반도 주변의 대기도 여전히 불안정하다. 고온다습한 공기가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가운데 곳곳에서 소나기가 내리고, 일부 지역에서는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강한 비가 쏟아지는 등 변덕스러운 날씨가 반복되고 있다.

 

비가 내린다고 해서 더위가 물러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습도가 높아지면서 비가 그친 뒤에는 후텁지근한 날씨가 다시 이어지고, 실제 기온보다 체감하는 더위는 더욱 심해지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태풍도 늦여름 날씨의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현재 제18호 태풍 ‘사우델’을 비롯한 태풍들이 북상하고 있지만 예상 경로만 놓고 보면 한반도를 직접 강타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다만 태풍의 진로는 주변 기압계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태풍 주변에서 유입되는 고온다습한 공기와 많은 수증기가 한반도 날씨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직접적인 태풍 영향권에 들지 않더라도 강수와 습도, 기온 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올가을은 과연 늦어지는 것일까. 현재의 기온 흐름과 기상 전망을 살펴보면 적어도 우리가 체감하는 가을의 시작은 예년보다 늦어질 가능성을 생각해 볼 만하다.

 

기상당국의 2026년 9월 전망에서도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 최근에는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과거처럼 여름과 가을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고, 한여름의 열기가 9월까지 길게 이어지는 현상도 점차 익숙한 풍경이 되고 있다.

 

그렇다고 가을이 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 절기는 달력에 정해진 날짜를 따라 흐르지만 우리가 몸으로 느끼는 계절은 기온과 바람, 습도와 햇살이 조금씩 변하면서 천천히 우리 곁으로 찾아온다.

 

어느 날 갑자기 여름이 끝나고 찬바람이 불어오는 것이 아니다. 한낮의 뜨거운 열기가 조금씩 누그러지고,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바람 끝에 어느 순간 서늘함이 묻어나기 시작하면서 계절은 그렇게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간다.

 

올해는 그 시간이 조금 늦어지고 있을 뿐이다. 폭염과 소나기, 태풍과 높은 습도가 뒤엉킨 지금의 날씨는 어쩌면 우리가 앞으로 자주 마주하게 될 달라진 한반도의 계절 풍경을 미리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제는 ‘처서가 지나면 당연히 선선해진다’는 과거의 경험만으로 계절을 판단하기 어려워졌다. 오랜 세월 축적된 절기의 지혜를 존중하면서도 변화하고 있는 기후와 계절의 흐름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새로운 환경에 맞춰 대비할 필요가 있다.

 

무더위가 길어질수록 건강을 지키는 일은 더욱 중요해진다. 폭염이 이어지는 시간에는 야외활동을 줄이고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는 등 온열질환에 대비해야 하며, 갑작스러운 소나기와 국지성 호우가 잦아질수록 침수와 낙뢰, 강풍 등 기상재해에도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자연의 변화를 탓하는 것만으로 달라지는 것은 없다. 중요한 것은 변화한 기후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적응하고, 예상하지 못했던 위험에 어떻게 대비하며, 앞으로의 계절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고민하는 일이다.

 

처서는 지났지만 가을은 아직 문밖에 서 있다. 그러나 계절의 시계는 멈추지 않고, 아무리 뜨거운 여름이라도 결국에는 지나간다.

 

어느 순간 아침 창문을 열었을 때 느껴지는 바람 한 자락이 먼저 가을의 소식을 전해올 것이다. 조금 늦게 찾아오는 가을이라도 그 가을은 어김없이, 그리고 반드시 우리 곁으로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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