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칼럼] 북한의 ‘2국가론’, 현실적 대응방안은 없는가?

김승호 수도권 취재본부 본부장 | 기사입력 2026/09/07 [10:33]

[기자 칼럼] 북한의 ‘2국가론’, 현실적 대응방안은 없는가?

김승호 수도권 취재본부 본부장 | 입력 : 2026/09/07 [10:33]

[신문고뉴스] 김승호 기자 =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북한은 남북관계를 사실상 별개의 국가관계로 규정하는 이른바 ‘2국가론’을 내세우며 대남정책의 근본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고,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다시 열어놓고 있다. 최근 백악관도 김정은과의 전제조건 없는 대화에 열려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대한민국이 과거의 남북관계 인식에만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 북한이 대한민국을 적대적 관계의 별도 국가로 규정한다고 해서 우리가 감정적으로 대응할 필요도 없으며, 반대로 북한의 주장과 전략에 끌려갈 이유도 없다.

 

 

평화는 원칙에서 시작하고, 안보는 현실에서 출발해야 한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고도화되고 미·북 간 직접 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대화냐 대결이냐’라는 단순한 양자택일이 아니다.

 

대화할 때는 대화하고, 도발에는 단호하게 대응하며, 동시에 경제와 기술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특히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는 우리에게 중요한 경고음이며, 한반도 문제에서 대한민국의 역할과 전략을 다시 점검해야 할 시점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과의 정상회담이나 직접 대화를 추진할 경우 한국이 한반도 문제의 핵심 당사자임에도 협상 과정에서 주변으로 밀려나는 상황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북한 역시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으려는 전략을 취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실제로 최근 북한은 미국의 비핵화 정책을 비판하면서도 대화 자체를 명시적으로 거부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급변하는 한반도 정세와 미·북 관계 속에서 대한민국은 어떤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하는가.

 

첫째,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하되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을 강화해야 한다. 미국의 정책 변화에 따라 우리의 안보전략이 흔들려서는 안 되며, 한미동맹을 더욱 굳건히 유지하면서도 북한 문제에 관한 한국의 목소리와 협상력을 높여야 한다.

 

한반도의 안보와 평화에 가장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진 국가는 대한민국이다. 미·북 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더라도 한국이 협상의 객체가 아니라 주체로 참여할 수 있는 외교적 공간과 전략적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 북한의 ‘2국가론’에 대한 현실적인 대응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당장 통일이라는 장기적 목표를 포기할 필요는 없지만 현실적으로 남북 간 긴장을 관리하고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막을 수 있는 외교·안보적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남북 간 연락채널 복원과 군사적 충돌 방지 장치 마련, 인도적 교류 재개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비핵화와 군비통제 논의를 병행함으로써 한반도의 긴장을 관리하고 장기적인 평화체제를 준비하는 현실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셋째, 미·중 기술패권 경쟁 속에서 대한민국의 생존전략을 다시 세워야 한다. 세계 산업구조는 AI를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으며,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경쟁 역시 단순한 산업 경쟁을 넘어 국가안보와 직결된 기술패권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중국 역시 반도체 자립과 AI 기술개발에 막대한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민국이 선택해야 할 길은 분명하다. AI와 반도체를 단순한 수출산업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와 안보를 좌우하는 핵심 생존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

 

메모리 반도체에만 의존하는 산업구조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AI 가속기와 시스템반도체, 팹리스, 첨단 패키징, 전력반도체는 물론 반도체 장비·소재, 데이터센터, AI 소프트웨어까지 산업 생태계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국가전략이 필요하다.

 

또한 미국과 중국 등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지지 않도록 공급망을 다변화해야 한다. 핵심 소재와 장비의 국산화에도 과감하게 투자해 국제정세나 공급망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산업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넷째, 해외로 첨단산업과 기술 인재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 기업이 국내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세계적인 인재가 대한민국에서 연구하고 도전할 수 있도록 규제를 정비하는 동시에 세제·금융·연구개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기업을 옥죄는 정책만으로는 AI 시대의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국가가 기업과 연구자에게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운동장’을 만들어주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기술과 산업에 도전할 수 있는 혁신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다섯째, 북한 문제와 산업정책을 별개의 문제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 강한 안보는 강한 경제에서 나오고, 강한 경제는 첨단기술 경쟁력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국가전략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AI와 반도체 경쟁에서 뒤처진 대한민국은 결국 외교·안보에서도 협상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반대로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와 AI 생태계를 구축하고 에너지·방산·바이오·로봇 등 전략산업까지 경쟁력을 확보한다면 북한 문제를 비롯한 국제정세에서도 우리의 선택지는 훨씬 넓어진다.

 

지금 대한민국에 필요한 것은 공포에 기반한 대북정책도, 현실을 외면한 막연한 낙관론도 아니다. 대화할 수 있는 문은 열어놓되 안보의 원칙은 지키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는 철저하게 국익을 중심에 놓으며 북한의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국가전략을 세워야 한다.

 

북한이 ‘2국가론’을 주장한다고 해서 대한민국의 미래까지 그 논리에 갇힐 필요는 없다. 북한의 전략 변화에는 냉정하고 현실적으로 대응하면서 대한민국 스스로의 경제력과 외교력, 군사력과 기술력을 키우는 것이 더욱 근본적인 대응책이다.

 

평화는 힘으로 지키고, 외교는 실리로 풀며, 미래는 기술로 준비해야 한다. 지금이 바로 대한민국이 AI와 반도체 강국을 넘어 세계적인 첨단산업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일지도 모른다.

 

한반도의 평화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지키는 가장 강력한 전략은 결국 강한 안보, 유능한 외교, 그리고 압도적인 기술경쟁력이다. 변화하는 국제질서 속에서 대한민국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것, 그것이 북한의 ‘2국가론’을 넘어서는 가장 현실적인 국가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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