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 佛 ‘뤼미에르 서밋’서 한·불 1조6천억원 영상산업 투자 선언

임두만 기자 | 기사입력 2026/09/07 [23:11]

李 대통령, 佛 ‘뤼미에르 서밋’서 한·불 1조6천억원 영상산업 투자 선언

임두만 기자 | 입력 : 2026/09/07 [23:11]

[신문고뉴스] 임두만 기자 = 프랑스를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함께 앞으로 5년간 양국이 각각 5억 유로씩 총 10억 유로를 영화·영상산업에 투자하는 대규모 협력 프로젝트를 가동한다고 밝혔다. 한화로 환산하면 양국 각각 약 8천억 원, 총 1조6천억 원 규모다.

 

이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프랑스 생폴드방스에서 열린 ‘뤼미에르 서밋(Lumière Summit)’ 개막식에 공동의장으로 참석해 개막연설을 하고 이 같은 내용의 ‘글로벌 영화영상산업 투자협력 이니셔티브’ 출범을 선언했다.

 

▲ 이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프랑스 생폴드방스에서 열린 ‘뤼미에르 서밋(Lumière Summit)’ 개막식에 공동의장으로 참석해 개막연설을 하고 있다     ©KTV 중계영상 갈무리

 

청와대에 따르면 ‘뤼미에르 서밋’은 영화와 영상산업의 미래를 논의하기 위해 처음 개최된 영화·영상 분야 국제 정상급 행사다. 지난 4월 한·프랑스 정상회담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한국을 공동 의장국으로 초청하고 이 대통령이 수락하면서 성사됐다.

 

이번 행사에는 세계 각국 문화장관과 국제기구 인사, 영화·영상기업 및 단체 대표, 감독과 배우 등 58개국에서 274명이 참석했다.

 

“뤼미에르에서 시작된 영화 혁신…새로운 100년 열어야”

 

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1895년 뤼미에르 형제의 영화에서 시작된 영상산업의 역사를 되짚으며 2026년이 세계 영화사와 한국 영화사 모두에 각별한 의미를 갖는 해라고 강조했다.

 

세계 유성영화 시대의 출발점 가운데 하나인 장편영화 ‘돈 주앙’과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장편 애니메이션 ‘아흐메드 왕자의 모험’이 공개된 지 100년을 맞았으며, 한국에서는 나운규 감독의 ‘아리랑’이 개봉 100주년을 맞았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이런 특별한 해에 영화의 창시자인 뤼미에르 형제의 이름을 딴 이 서밋 또한 먼 훗날 영화와 영상산업의 혁신과 성장을 새롭게 이끈 특별한 장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영상산업을 예술성과 상업성을 갖춘 종합예술이자 국가 이미지를 형성하고 소프트파워를 높이는 핵심 자원으로 규정했다.

 

특히 영화 ‘기생충’과 이창동 감독의 ‘버닝’, ‘킹덤’, ‘케이팝 데몬 헌터스’ 등을 거론하며 한국의 독창적인 콘텐츠가 기술·산업 발전과 결합하면서 세계적인 성과를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극장·AI·독립영화·로컬콘텐츠 ‘4대 의제’ 제시

 

이 대통령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변한 미디어 환경과 OTT 확산,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발전에 대응하기 위한 영화·영상산업의 4대 핵심 의제로 ▲극장의 위기 극복 ▲인간의 창의성과 AI의 조화로운 공존 ▲독립영화 지원과 문화 다양성 보호 ▲로컬과 글로벌의 상생을 제시했다.

 

먼저 극장 산업과 관련해서는 “극장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독립영화부터 대형 상업영화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영화를 접할 수 있는 매우 민주적인 문화공간”이라며 극장의 문화적 가치를 강조했다.

 

한국의 경우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1인당 극장 관람횟수가 4.3회로 세계 최고 수준이었지만 팬데믹과 OTT 확산을 거치며 관람객이 급감했다고 진단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가 기억하고 사랑하는 극장의 모습을 다음 세대에도 반드시 이어줘야 한다”며 극장에서 관람해야 할 이유가 있는 좋은 영화의 제작·유통과 젊은 세대의 극장 경험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I, 인간의 창의성 대체 아닌 성장 돕는 기술 돼야”

 

생성형 AI가 영화·영상산업에 가져올 변화에 대해서는 기회와 위험을 동시에 짚었다.

 

AI를 활용하면 한두 명의 창작자도 적은 비용으로 다양한 규모의 영상을 제작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지만, 일자리 감소와 배우의 초상·음성 복제, 저작권, AI 학습데이터 문제 등 해결해야 할 과제 역시 쌓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7월 발표한 ‘샌프란시스코 인공지능 선언’을 언급하며 “인공지능이 더 책임 있고 인간 중심적으로 발전하며 그 성과가 모든 사람들에게 골고루 기회가 되는 시대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영상산업은 인간의 창의성에 기반한 동시에 인간의 감성에 맞닿아야 하는, 어느 산업보다 인간이 중심에 있는 산업”이라며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방향이 아니라 인간의 성장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활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 역시 글로벌 AI 공급망의 핵심 국가로서 인간과 AI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생태계 구축에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독립영화는 영화산업의 미래이자 지속적 성장동력”

 

이 대통령은 독립영화를 “영화산업의 미래이자 지속적인 성장동력”으로 규정하고 정부 차원의 지원과 국제적 협력 확대 필요성도 강조했다.

 

독립영화를 통해 발굴된 창작자들이 새로운 상상력과 서사의 원천이 되고, 다양한 실험이 기존 영화 문법을 바꾸는 전환점 역할을 해왔다는 설명이다.

 

특히 팬데믹 이후 한국의 전체 영화 관객이 코로나19 이전 2억 명대에서 지난해 절반 수준으로 감소한 상황에서도 경쟁력 있는 독립영화들이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더 많은 독립영화가 지속적으로 만들어지고 새로운 실험이 계속될 수 있도록 국가적인 지원과 다자주의적인 협력이 계속돼야 한다”며 “대한민국도 독립영화의 든든한 파트너가 돼 글로벌 영화·영상 생태계의 성장을 이끌겠다”고 약속했다.

 

▲ 프랑스에 도착한 이 대통령이 영접나온 인사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韓·佛 각각 5억 유로…‘뤼미에르 파트너십’ 출범

 

이날 연설의 핵심은 한국과 프랑스가 공동 추진하는 대규모 영화·영상산업 투자 계획이었다.

 

이 대통령은 마크롱 대통령과 함께 ‘글로벌 영화영상산업 투자협력 이니셔티브’를 공식 선포했다. ‘뤼미에르 파트너십’으로 명명된 이 협력에 따라 한국과 프랑스는 2027년부터 2031년까지 5년 동안 영화·영상산업에 각각 5억 유로, 약 8천억 원씩을 투자한다.

 

양국의 투자 약속을 합하면 총 10억 유로, 한화 약 1조6천억 원 규모다.

 

한국이 먼저 제안하고 프랑스가 호응하면서 만들어진 이번 파트너십은 양국이 독립 펀드를 통해 자국 영상산업 기업을 우선 지원하는 한편 향후 공동투자와 공동제작으로 협력 범위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이 대통령은 “이 파트너십이 양자 간 관계를 넘어 세계로 확장돼 전 세계 영화·영상산업의 새로운 미래를 비추는 빛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OTT 시대…“로컬과 글로벌 상생이 제1원칙 돼야”

 

글로벌 OTT 확산에 대해서는 로컬 콘텐츠의 세계 진출이라는 기회를 열었지만 로컬 방송사의 영향력 감소와 콘텐츠 제작사·글로벌 플랫폼 간 상생 문제라는 새로운 과제도 낳았다고 진단했다.

 

이 대통령은 K-무비와 K-드라마를 비롯한 각국의 독창적인 로컬 서사가 국경과 언어를 넘어 소비되고 있다면서도, 글로벌 플랫폼과 각국 콘텐츠 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로컬과 글로벌의 상생과 공존이 전 세계 영화·영상산업의 제1원칙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대한민국이 책임 있는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창동·전도연·설경구 등 K-콘텐츠 주역들과 간담회

 

이 대통령은 서밋 일정 중 국제무대에서 활동하는 한국 영화·영상계 인사들과 간담회도 갖는다.

 

청와대에 따르면 간담회에는 이창동 감독과 정주리 감독, 배우 설경구·전도연·김도연, 넷플릭스 아시아태평양 지역 콘텐츠를 총괄하는 김민영 부사장 등이 참석한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K-콘텐츠의 성공 비결과 제작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정책적 지원 등에 관한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다.

 

이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는 이후 마크롱 대통령 부부 및 서밋 참석자들과 공식 오찬을 함께하고, 영화·영상 관련 라운드테이블을 주재해 글로벌 문화산업의 지속가능한 상생 방안을 논의한다.

 

 

라운드테이블에는 CJ ENM, 네이버, 넷플릭스, 미국영화협회(MPA), 미디어완(Mediawan) 등 글로벌 콘텐츠 산업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한다.

 

또 이 대통령은 넷플릭스와 디즈니, 소니, NBC유니버설 등 주요 글로벌 스튜디오·플랫폼 관계자들과 K-콘텐츠 제작 및 한미 영상산업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한다. 미국영화협회 회원사들이 매년 1조 원 이상을 K-콘텐츠에 투자하고 있는 데 감사를 표하고 지속적인 투자도 당부할 예정이다.

 

李 “혁신과 창의성이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비결”

 

이 대통령은 영화산업이 텔레비전의 등장과 케이블TV·비디오의 확산, 코로나19 팬데믹 등 수많은 변화와 위기를 거쳐왔지만 새로운 매체가 기존 영화를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끊임없는 혁신과 뛰어난 창의성이야말로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비결”이라며 “더 혁신하고 더 창의적인 콘텐츠를 만들어낸다면 우리는 더 큰 번영의 길로 나아가게 될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뤼미에르 형제가 극장에 모여 같은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서 ‘집단적인 감동’이 피어오른다고 표현했던 점을 소개한 뒤 “오늘 뤼미에르 서밋이 영화·영상산업이 나아갈 길을 환히 비추는 ‘빛(Lumière)’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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