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칼럼] 미국·캐나다 무역전쟁, 동맹마저 관세로 굴복시키려는가

김승호 수도권 취재본부 본부장 | 기사입력 2026/09/10 [09:34]

[기자 칼럼] 미국·캐나다 무역전쟁, 동맹마저 관세로 굴복시키려는가

김승호 수도권 취재본부 본부장 | 입력 : 2026/09/10 [09:34]

▲ 트럼프 대통령     ©

 

[신문고뉴스] 김승호 기자 = 관세로 시작된 미국과 캐나다의 충돌이 이제 일부 품목에 대한 수입 금지, 사실상 금수조치에 가까운 강경한 무역 제한으로 확대되고 있다. 오랜 세월 국경을 맞대고 경제와 안보를 공유해 온 두 나라가 관세와 보복관세를 주고받는 것도 모자라 상품의 국경까지 닫는 상황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미국 노동자와 기업을 보호하고 불공정한 무역구조를 바로잡겠다고 주장한다. 이번 조치 역시 무역의 상호주의를 회복하고 미국의 국익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게 트럼프 행정부의 논리다.

 

그러나 아무리 자국의 이익이 중요하다고 해도 동맹국을 상대로 관세와 수입금지를 압박 수단으로 반복해서 사용하는 것이 과연 미국의 장기적인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는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당장의 양보를 얻어내는 것과 장기적인 신뢰를 얻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무역전쟁에는 진정한 승자가 있기 어렵다. 관세를 높이면 상대국 기업만 피해를 보는 것이 아니라 수입가격 상승이 자국 소비자의 부담으로 돌아오고,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기업의 생산비용과 투자 불확실성까지 커질 수 있다.

 

상대국이 보복관세로 맞서면 피해는 다시 자국의 농민과 제조업체, 수출기업으로 돌아온다. 결국 정치 지도자들의 힘겨루기와 자존심 싸움이 국민의 장바구니 물가와 기업의 경쟁력, 노동자의 일자리 문제로 번지는 것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미국과 캐나다가 단순한 무역 상대국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두 나라는 오랜 기간 경제·외교·안보를 함께해 온 대표적인 우방이며 거대한 공급망으로 연결된 북미 경제권의 핵심 국가들이다.

 

동맹은 필요할 때만 이용하고 불리할 때 압박하는 거래의 대상이 아니다. 국가 간에도 지켜야 할 신뢰와 약속이 있으며, 특히 오랜 동맹 관계를 유지해 온 국가들의 외교에는 그에 걸맞은 절제와 품격이 필요하다.

 

경제 규모가 크고 힘이 강하다는 이유로 상대국을 압박해 양보를 받아내는 방식이 국제질서의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는다면 그 결과는 분명하다. 세계 각국은 협력과 분업보다 자국의 생존을 우선하는 각자도생의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캐나다 역시 보복관세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보복이 또 다른 보복을 부르고, 그 보복이 다시 더 강력한 제재를 낳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면 결국 가장 큰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양국 정부가 아니라 기업과 국민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감정적인 관세전쟁이 아니라 냉정한 협상이다. 미국은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라는 힘에 걸맞은 책임을 보여주고, 자국의 이익을 주장하더라도 동맹국의 주권과 경제적 이해관계를 존중하면서 협상의 문을 열어놓아야 한다.

 

캐나다 역시 미국과의 갈등을 장기적인 적대관계로 끌고 가기보다 국제적인 통상규범과 외교적 협상을 통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 양국 모두 상대방을 굴복시키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서로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합리적인 타협점을 찾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오늘 캐나다를 향한 일방적인 무역 압박이 내일은 유럽이 되고 아시아가 될 수도 있다. 관세가 외교적 협상의 마지막 수단이 아니라 상대국을 압박하는 일상적인 무기로 사용된다면 또 다른 미국의 동맹국들도 언제든 같은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대한민국 역시 이를 결코 남의 일처럼 바라볼 수 없다. 수출과 국제무역의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로서는 세계 각국이 관세와 수입규제로 장벽을 높이는 상황이 계속될 경우 주요 산업과 수출기업은 물론 국내 경제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 경제가 거대한 관세 장벽과 자국 우선주의 경쟁으로 재편된다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이 받을 충격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우리 정부와 기업 역시 미국과 캐나다의 충돌을 단순한 양국 간 분쟁이 아니라 국제 통상질서 변화의 신호로 바라봐야 한다.

 

세계 경제는 힘으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국가와 국가 사이에는 신뢰와 약속, 예측 가능한 규칙과 상호 존중이 필요하며 그것이 무너진 자리를 관세와 보복, 수입금지가 대신한다면 결국 세계 경제 전체가 그 대가를 치르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묻고 싶다. 동맹국마저 관세와 수입 제한으로 압박하고 굴복시키려는 이른바 ‘힘의 무역’이 과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드는 길인가.

 

강한 국가는 단순히 상대를 굴복시키는 국가가 아니다. 자신이 가진 힘을 절제할 줄 알고, 국제사회에서 약속과 원칙을 지키며 동맹과 상대국으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국가가 진정으로 강한 국가다.

 

미국과 캐나다의 무역전쟁이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지기 전에 양국 지도자들이 정치적 자존심을 내려놓고 다시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기를 기대한다. 관세와 보복의 악순환을 멈추는 것은 상대에게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 양국 국민의 삶과 경제를 지키는 정치적 책임이다.

 

무역전쟁의 끝에는 승전국과 패전국이 명확하게 나뉘지 않는다. 그 자리에는 시장을 잃은 기업과 일자리를 걱정하는 노동자, 더 비싼 물건을 사야 하는 소비자와 상처 입은 동맹의 신뢰가 남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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