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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고뉴스] 조찬옥 칼럼 = 우리나라가 올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 4만 달러 시대에 한 걸음 더 다가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반도체를 비롯한 수출 산업의 호조와 기업 실적 개선에 힘입어 명목 국민총소득이 늘어나면서 우리 경제가 선진국 대열에 한층 가까워지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정부 역시 올해 우리 경제가 성장세를 이어가며 1인당 국민소득이 4만 달러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고 국회예산정책처도 2026년 1인당 GNI가 상당 폭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만큼,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대한민국이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치며 세계 경제의 주요 국가로 성장했다는 상징적인 의미도 크다. 국민 모두가 자부심을 가질 만한 경제적 성취임에는 틀림없지만, 문제는 ‘4만 달러’라는 숫자가 국민 개개인의 삶을 그대로 설명해 주지는 못한다는 데 있다.
장사가 되지 않아 결국 가게 문을 닫아야 하는 자영업자에게 국민소득 4만 달러라는 숫자는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국민소득은 국가 전체에서 발생한 소득을 인구수로 나눈 평균적인 지표이기 때문에 일부 산업과 기업의 수익이 크게 증가해도 국민소득은 빠르게 올라갈 수 있다.
숫자로만 보면 대한민국 경제는 이미 선진국 수준에 올라섰다. 그러나 가계부채에 짓눌린 가정과 매출 부진, 임대료·인건비·원재료비·금융비용에 허덕이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게 국민소득 4만 달러라는 숫자는 좀처럼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국민소득이 아무리 올라가도 대출 원리금과 이자를 갚고 나면 손에 남는 돈이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제 경제정책의 기준도 국가 전체의 소득이 얼마나 증가했는지만 볼 것이 아니라 가계와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가처분소득이 실제로 얼마나 늘어났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라면 당연히 국민의 가처분소득과 실질적인 생활 수준도 함께 높아져야 한다. 경제성장의 과실이 기업과 일부 수출 산업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임금과 고용, 소비를 통해 가계의 지갑과 골목상권으로 흘러들어 가야 한다.
특히 가계부채 문제를 더 이상 총액이라는 숫자로만 관리해서는 안 된다. 소득이 늘어나는 속도보다 이자와 원리금 부담이 더 빠르게 증가한다면 국민이 실제 생활에 사용할 수 있는 돈은 오히려 줄어들 수밖에 없다.
국민소득은 올라가는데 가계의 가처분소득과 실질소득이 제자리라면 이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경제성장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국민소득이 증가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순간에도 시장과 골목에서 살아가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은 높은 금융비용과 매출 부진에 신음하고 있다.
가계 역시 높은 물가와 주거비, 교육비, 대출이자에 짓눌려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국민소득이라는 평균적인 숫자가 아니라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실제로 쓸 수 있는 돈이 얼마나 늘었고, 생활이 얼마나 나아졌느냐는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 역시 GNI 증가 과정에서 반도체를 비롯한 수출 산업의 수익성 개선과 기업 영업이익 확대가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런 성장의 성과가 장기적인 소득분배 개선과 가계소득 증가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앞으로 경제정책의 중요한 과제다.
바로 여기에 우리 경제가 풀어야 할 핵심 문제가 있다. 국민소득 4만 달러라는 숫자 자체보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내 삶도 이전보다 나아지고 있다”고 느낄 수 있는 경제를 만드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국가 경제의 성장이 기업의 실적 개선과 수출 증가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기업의 성장과 수출의 성과가 임금과 고용, 소비와 투자로 이어지고 다시 자영업자의 매출과 소상공인의 생존으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따라서 4만 달러라는 반가운 소식을 맞이하기에 앞서 반드시 돌아봐야 할 현실이 있다. 국민소득 4만 달러를 바라보는 지금, 과연 국민들의 지갑도 함께 두꺼워지고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국민소득이 4만 달러에 도달하더라도 서민들의 지갑은 가벼워지고 자영업자는 빚에 허덕이며 소상공인들이 폐업을 걱정한다면 이를 진정한 선진국 경제라고 말하기 어렵다. 선진국의 기준은 단순히 국민소득이라는 하나의 숫자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고물가와 높은 금융비용에 시달리는 서민들의 삶은 여전히 팍팍하다. 가계부채에 허덕이는 가정에서는 소득이 들어와도 대출 원리금과 이자를 갚고 나면 실제 생활에 사용할 수 있는 돈이 얼마 남지 않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마주한 현실은 더욱 절박하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는 대한민국 내수경제의 최전선에 서 있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소득이 살아나야 소비가 살아나고, 소비가 살아나야 골목경제와 지역경제가 다시 활력을 찾을 수 있다.
따라서 자영업자의 폐업을 줄이고 소상공인의 실질소득을 높이는 것은 단순한 복지나 지원정책의 문제가 아니다. 침체된 내수를 회복시키고 경제성장의 온기를 국민 생활 곳곳으로 확산시키기 위한 핵심 경제정책으로 접근해야 한다.
현실은 매출이 제자리이거나 줄어드는 가운데 임대료와 인건비, 원재료비를 비롯한 각종 비용 부담은 커지고 있다. 여기에 금융비용까지 더해지면서 어렵게 벌어들인 돈의 상당 부분을 비용과 원리금 상환에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장사를 해도 남는 것이 없고 일을 해도 생활이 나아지지 않는 현실에서 국민소득 4만 달러라는 숫자가 얼마나 반갑게 느껴질 수 있겠는가. 국가 전체의 소득이 증가하는 것과 국민 개개인이 실제 사용할 수 있는 돈이 늘어나는 것은 분명 다른 문제다.
기업이 성장하고 수출이 증가해 국가의 부가 커졌다면 그 성장의 과실이 국민의 지갑으로 흘러들어 와야 한다. 좋은 일자리와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매출 증가로 연결되며, 가계의 실질적인 소비 여력을 높이는 성장이어야 한다.
성장의 과실이 국민에게 얼마나 폭넓고 공정하게 돌아가는가, 중산층과 서민의 삶이 얼마나 안정돼 있는가도 중요한 경제의 척도다. 청년들이 자신의 노력으로 일자리를 얻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사회인가를 살펴보는 것 역시 국민소득이라는 숫자 못지않게 중요하다.
따라서 이제 우리 경제정책의 목표도 한 단계 달라져야 한다. 국민소득 4만 달러를 달성했다는 숫자에 만족하는 데 그치지 말고, 국민이 실제 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는 ‘체감소득 4만 달러 시대’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통계상의 국민소득과 국민이 실제로 느끼는 생활 수준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것이 다음 단계 경제정책의 핵심 과제가 돼야 한다. 성장률과 수출액, 국민소득 같은 거시경제 지표가 좋아지는 것만으로 경제정책이 성공했다고 평가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자영업자 매출과 소상공인 폐업률, 가계 실질소득과 가처분소득, 가계부채 부담, 청년 취업률 등 국민의 삶을 직접 보여주는 지표를 거시경제 지표와 함께 관리해야 한다. 국민소득 4만 달러는 대한민국 경제의 최종 목적지가 아니라 국민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기 위한 새로운 출발점이어야 한다.
대한민국이 진정한 선진국으로 나아가려면 경제 규모만 커지는 나라가 아니라 국민 개개인의 삶이 함께 나아지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수출 대기업의 성장이 골목상권의 활력으로 이어지고, 기업의 이익이 좋은 일자리와 임금으로 연결되며, 경제성장이 가계소득 증가로 이어져야 한다.
그래야 국민소득 4만 달러라는 소식이 국민 모두에게 진정으로 반가운 뉴스가 될 수 있다. 서민들이 원하는 것은 화려한 경제지표가 아니라 “나라 경제가 좋아졌다는데 왜 내 삶은 더 팍팍한가”라는 질문에 정부와 정치권이 실질적인 정책과 성과로 답하는 것이다.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바라보는 지금 대한민국이 넘어야 할 다음 과제는 ‘숫자의 선진국’을 넘어 ‘삶의 선진국’으로 가는 것이다. 성장의 숫자가 국민의 삶과 지갑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4만 달러라는 화려한 경제지표 역시 고물가와 높은 금융비용에 시달리는 서민들에게는 결국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할 수밖에 없다.
(사)민주화추진협의회 사무총장 조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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