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산지개발 ‘51m·58m’ 표고기준 논란…“규제 근거·실효성 재검증해야”식사동 51m·문봉동 58m 등 법정동별 절대표고 적용…경사도 15도 기준도 함께 적용...객관적 자료·설명 요구 커져[신문고뉴스] 김승호 기자 = 고양특례시 산지지역 개발행위허가에 적용되는 법정동별 ‘절대표고’ 기준을 놓고 제도의 산정 근거와 현재의 도시환경에 맞는지 재검증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식사동 51m, 문봉동 58m, 대자동 102m, 벽제동 179m 등 지역마다 다른 표고기준이 토지의 개발 가능성을 좌우하는 데다 경사도 기준까지 함께 적용되고 있어, 난개발 방지라는 공익적 목적과 시민의 재산권 제한 사이에서 규제의 합리성을 객관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고양시 도시계획조례 개정 과정에서는 고양시측량협회가 현행 표고기준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담은 의견을 공식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별 토지소유자나 개발사업자가 아닌 실제 측량과 개발행위허가 실무를 담당하는 업계에서 현행 제도의 작동 방식에 문제를 제기했다는 점에서 향후 고양시와 시의회의 검토 결과가 주목된다.
식사동 51m·문봉동 58m…“왜 이 숫자인가”
현행 고양시 산지지역 개발행위허가기준에 따르면 지역별 표고기준은 내유동 72m, 관산동 56m, 대자동 102m, 벽제동 179m, 고양동 96m 등으로 각각 다르게 적용된다.
문봉동은 58m, 성석동 56m, 사리현동 62m, 식사동 51m, 중산동은 59m 등으로 법정동별 기준이 세분화돼 있다.
쟁점은 각각의 수치가 어떤 자료와 산정방식을 통해 결정됐으며 현재도 동일한 기준을 유지할 객관적 필요성이 있느냐는 것이다.
특히 개발 가능 여부를 좌우할 수 있는 표고기준이 1m 단위까지 구체적으로 설정돼 있다면 그만큼 정밀한 근거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준 설정 당시 사용한 지형·환경 자료와 산정 방식, 정책적 판단 근거를 공개하고 이후 도시개발과 도로·주택·산업시설 확충 등 주변 여건이 크게 변한 상황에서도 해당 수치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왜 식사동은 51m이고 문봉동은 58m인가”라는 단순한 질문이 이번 논란의 핵심을 관통하고 있다.
경사도 15도에 절대표고까지…측량업계 “현장에선 높은 이중 문턱”
표고만이 문제가 아니다. 고양시는 산지 개발행위허가 과정에서 경사도 기준도 함께 적용하고 있다.
측량업계에서는 경사도 15도 기준에 법정동별 절대표고 기준이 동시에 적용되면서 실제 인허가 현장에서는 두 개의 높은 문턱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다만 경사도와 표고는 규제 목적과 판단 요소가 서로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두 기준을 함께 적용한다는 사실만으로 이를 곧바로 ‘이중규제’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경사도는 해당 토지 자체의 기울기와 개발에 따른 절·성토, 재해 위험 등을 판단하는 요소가 될 수 있고, 표고는 산지의 위치와 경관·보전 가치 등을 판단하기 위한 별도의 정책적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기준을 동시에 적용해야 한다면 행정기관의 설명책임도 그만큼 커진다.
경사도 규제만으로 난개발과 산림 훼손, 산사태 등 재해 위험을 관리하기 어려워 절대표고 규제가 별도로 필요한 것인지, 두 규제를 동시에 적용함으로써 실제 난개발이나 산림 훼손을 얼마나 줄였는지 객관적인 자료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측량협회 ‘현황도로 기준 20m’ 제안…대안 될 수 있나
고양시측량협회가 제시한 대안 가운데 하나는 이른바 ‘현황도로 기준 20m’ 방식이다.
법정동 전체에 하나의 절대적인 해발고도를 적용하는 대신 개발 대상지가 접하고 있는 기존 현황도로의 높이를 기준으로 일정 범위까지 개발 가능성을 판단하자는 취지다.
이 방식이 현행 절대표고 방식보다 반드시 우수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산지 개발은 산림 훼손뿐 아니라 경관과 배수, 절·성토 규모, 산사태 등 재해 위험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무업계에서 구체적인 대안이 제시된 만큼 현행 방식과 비교·검증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황도로 기준 방식이 실제 토지의 지형적 특성을 더 현실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지, 반대로 난개발이나 연접개발을 확대할 위험은 없는지 등을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 활용되는 평균표고나 기준지반고 등의 방식도 비교 대상이 될 수 있다. 고양시의 법정동별 절대표고 방식이 다른 규제 방식보다 난개발 방지에 실질적으로 효과적인지, 반대로 필요 이상의 토지이용 제한을 발생시키고 있지는 않은지 실증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예외규정 있어도 적용 극소수라면 “체감 규제개선 제한”
표고기준을 초과한 토지에 대한 예외규정의 실효성도 따져볼 부분이다.
주변 개발로 이미 산림축이 단절돼 보전가치가 낮아진 잔여 임야 등에 대해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예외적으로 개발행위를 허용하는 제도가 마련되더라도 실제 적용 대상이 극소수에 그친다면 규제 개선의 체감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예외규정 적용이 예상되는 토지가 몇 필지인지, 전체 면적은 어느 정도인지, 기존 표고규제로 개발행위가 제한되는 토지 가운데 어느 정도가 실질적인 구제 대상이 되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고양시측량협회가 제출한 개선 의견이 행정과 시의회에서 어떤 절차를 거쳐 검토됐는지도 공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협회가 제안한 ‘현황도로 기준 20m’ 방안에 대해 도시계획·환경·재해 측면의 기술적 검토가 실제 이뤄졌는지, 현행 제도에 반영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 그 이유와 근거가 무엇인지 시민들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난개발 방지는 필요…“규제 필요성과 개별 수치 정당성은 별개”
이번 논란은 산지 규제를 없애자는 문제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난개발과 산림 훼손을 방지하고 과도한 절·성토와 재해 위험을 관리하는 것은 지방정부가 담당해야 할 중요한 책무다.
하지만 규제의 필요성이 곧 현재 적용되는 모든 규제 수치의 정당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특히 토지 이용과 시민의 재산권을 직접 제한하는 기준이라면 ‘왜 규제가 필요한가’를 넘어 ‘왜 하필 이 수치인가’에 대해서도 객관적인 설명이 뒤따라야 한다.
과거 도시환경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규제라면 도로와 주거지, 산업시설 등 기반시설의 변화와 산림·환경 및 재해 여건을 반영해 주기적으로 적정성을 검증하는 절차도 필요하다.
결국 고양시가 답해야 할 핵심은 세 가지로 압축된다. 식사동 51m와 문봉동 58m를 비롯한 법정동별 절대표고가 어떤 자료와 산식에 따라 결정됐는지, 경사도 15도 기준과 절대표고를 동시에 적용해야 할 정책적 필요성과 효과가 객관적으로 검증됐는지, 현황도로·평균표고·기준지반고 등 다른 방식과 비교해 현행 제도가 더 합리적이라는 분석이 있었는지 여부다.
고양시가 이 같은 질문에 객관적인 자료와 실증적 분석으로 답한다면 현행 규제의 정당성은 오히려 강화될 수 있다. 반대로 과거에 설정된 수치가 변화한 도시환경에 대한 충분한 재검증 없이 현재까지 토지 이용을 좌우하고 있다면 합리적인 제도 개선 논의가 불가피해 보인다.
고양시 산지개발 규제를 둘러싸고 다시 측량해야 할 대상은 단순히 ‘산의 높이’가 아니라, 그 높이를 시민의 토지 이용과 재산권을 제한하는 기준으로 설정한 ‘행정의 근거’가 충분한가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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