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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고뉴스] 조찬옥 칼럼 = 무소속 한동훈 의원의 정치 역정을 바라보면 한 가지 질문이 남는다. 과연 지금 보여주고 있는 모습이 한동훈이 말하는 정치이며, 그가 꿈꾸는 ‘큰 정치’의 모습인가 하는 것이다.
한동훈 의원은 검사 시절 윤석열 전 대통령과 오랜 기간 함께하며 대중적·정치적 존재감을 키웠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는 법무부 장관을 거쳐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당 대표까지 맡으며 단숨에 차기 지도자, 이른바 잠룡으로 부상했다.
그의 정치적 부상 과정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인연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그러나 오늘날 한동훈은 윤석열과 완전히 갈라선 채 국민의힘을 떠나 무소속 의원으로 정치 한복판에 서 있다.
물론 정치에서 영원한 동지도, 영원한 적도 있을 수 없다. 정치적 환경과 시대적 요구에 따라 입장과 관계가 달라질 수도 있지만, 국민이 정치인에게 요구하는 것은 단순한 정치적 변신만이 아니다.
왜 함께했고 왜 결별했는지, 당시 무엇이 옳았으며 무엇이 잘못됐다고 판단하는지 국민 앞에 솔직하게 설명할 책임이 있다. 정치적 관계가 달라졌다면 그 변화가 개인적 이해관계 때문인지 정치적 신념 때문인지 설명하는 것 역시 정치인의 몫이다.
한동훈 정치에서 다시 짚어볼 대목 가운데 하나는 검사 시절 보여준 수사와 법 집행에 대한 태도다.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수사 당시 한동훈 검사장의 휴대전화가 압수됐지만 비밀번호가 제공되지 않아 수사기관이 휴대전화 내용을 확인하지 못했던 일은 지금까지도 정치권에서 논란의 소재가 되고 있다.
여기서 던져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자신에게 법과 원칙이 적용될 때와 다른 사람에게 법과 원칙을 적용할 때 그 기준은 과연 같았느냐는 것이다.
수사기관이 국민에게 법과 원칙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검사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한동훈에게도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강조했던 것과 같은 엄격한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
자신이 타인에게 요구했던 엄격한 잣대를 스스로에게도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법조인 출신 정치인에게 국민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자기 검증이며, 법과 원칙을 정치적 자산으로 삼는 정치인이라면 더욱 피할 수 없는 문제다.
한동훈 정치의 또 다른 문제는 정치적 성과보다 정치적 관계의 변화가 지나치게 부각돼 왔다는 점이다. 윤석열의 핵심 측근으로 주목받다가 어느 순간 윤석열과 대립했고, 여당 대표가 된 뒤 결국 당을 떠나 지금은 무소속 정치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정치적 신념은 변화할 수 있다. 하지만 신념의 변화에는 국민이 납득할 만한 설명이 따라야 하며, 자신의 과거 선택에 대한 평가와 책임 역시 함께해야 한다.
정치는 배신과 복수의 기술이어서는 안 된다. 자신을 키워준 사람을 버리는 기술도 아니고, 과거의 동지를 공격하는 능력만으로 완성되는 것도 아니다.
정치의 진정한 실력은 자신에게도 똑같은 잣대를 들이대는 데서 시작된다. 과거의 선택이 잘못됐다면 잘못됐다고 인정하고, 옳았다고 판단한다면 왜 옳았는지를 국민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한동훈이 정말 큰 정치인이 되고 싶다면 이제 상대를 향한 공격보다 자신의 정치 역정을 국민 앞에 먼저 설명해야 한다. 왜 윤석열과 함께했는지, 왜 윤석열 정부의 법무부 장관이 됐으며 왜 국민의힘 대표가 됐고, 결국 왜 윤석열과 결별했는지 답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 무소속 정치인으로서 자신이 추구하는 정치는 과거 한동훈의 정치와 무엇이 다른지도 설명해야 한다. 국민은 정치인의 과거 자체보다 그 과거를 어떻게 평가하고 책임지는지를 지켜본다.
큰 정치인은 남을 공격하는 것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자신의 과거와 선택까지 책임지고 그 과정에서 얻은 교훈을 새로운 정치로 보여줄 때 비로소 정치적 신뢰도 쌓일 수 있다.
한동훈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날카로운 말이나 더 강한 공격, 상대를 조롱하는 듯한 태도가 아니다. 오히려 솔직함과 진정성,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가장 엄격한 정치적 성찰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윤석열의 사람’으로 평가받았고 이후에는 ‘윤석열과 맞서는 정치인’으로 평가받았다면, 이제부터는 누구의 사람도 아닌 한동훈 자신의 정치철학과 정치적 성과로 평가받아야 한다. 그것이 무소속 정치인 한동훈이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이다.
국민은 정치인의 화려한 이력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걸어온 길의 일관성과 책임감을 함께 본다. 법무부 장관이라는 권력의 자리도, 여당 대표라는 당권도, 차기 대권주자라는 기대도 결국 국민의 신뢰가 없다면 정치적 자산으로 오래 남을 수 없다.
한동훈의 정치가 국민에게 던지는 질문은 이것이다. ‘한동훈식 정치는 과연 무엇인가.’
한동훈의 정치적 언어와 태도에서는 검사 시절 몸에 밴 듯한 공방 방식이 자주 엿보인다. 상대의 주장에 의문을 제기하고 책임을 따져 묻으며 논리의 허점을 공격하는 데는 능숙하지만, 정치는 수사와 달리 서로 다른 사람과 생각을 하나로 묶어내는 능력 또한 필요하다. 하지만 검사의 언어가 혐의와 책임을 따지는 데 익숙하다면 정치인의 언어에는 설득과 통합, 포용이 따라야 한다.
정치는 상대를 신문하는 자리가 아니라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설득하고 때로는 타협하면서 공동의 해법을 만들어가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동훈 정치에서 두드러져 보이는 모습은 상대를 설득하고 포용하기보다 날 선 언어와 조롱으로 정치적 공방을 풀어가는 태도다. 이러한 방식이 지지층을 결집하는 데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더 많은 국민을 자신의 정치 안으로 끌어들이는 ‘큰 정치’로 이어질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제 한동훈에게 필요한 것은 검사 한동훈의 화법을 더욱 날카롭게 만드는 일이 아니라 정치인 한동훈의 언어를 새롭게 만드는 일이다. 공격보다 설득을, 조롱보다 포용을, 상대의 과거를 추궁하기에 앞서 자신의 과거와 선택을 먼저 돌아보는 정치가 필요하다.
정치인의 진정한 경쟁력은 누구를 얼마나 강하게 공격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국민을 설득하고 함께 갈 수 있느냐에서 나온다. 한동훈이 정말 대한민국의 큰 정치를 꿈꾼다면 이제 그 답을 말이 아니라 자신의 정치적 선택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사)민주화추진협의회 사무총장 조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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